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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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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분석

남대엽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조교수 2024-04-24

아세안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분석 1)


미중 패권 경쟁과 아세안


아세안 외교정책 수립의 배경과 방향성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아세안이 놓여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 공표 후 미국은 현재까지 미군 항공모함의 베트남 다낭 방문, 필리핀 내 8개 군사기지 제공 합의 및 합동 군사 훈련 등의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며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경제적 협력을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에 치중하고 있다. 아세안은 2020년 EU를 뛰어 넘어 중국의 최대 교역 대상지역으로 부상했으며, 중국 외교의 핵심 일대일로의 중심축도 아세안을 가로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과 아세안간 경제적 협력은 아세안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강화됨에 따라 중국의 소비 규모, 해외직접투자, 관광객 등은 상대국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 사조가 국가간의 전략 및 대응을 규정하는 현대 국제관계에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한국 사드 사태,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향후 아세안의 선택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 안보적 동맹과 중국과의 경제적 손익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Chung, 2009; 김진영, 2021). 한 국가의 외교 정책은 국가 정치 체계, 경제적 손익, 군사 안보, 역사적 유산, 정치 수반의 성향 등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결과물이지만  경제적 요인은 정치, 사회, 여론 등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또한 현재의 경제적 의존도와 함께 미래의 경제적 협력에 대한 기대는 대외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Copeland, 1996; 오윤아, 2018)


따라서 본 연구는 아세안의 외교정책 수립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을 진행하려고 한다. 특히 중국이 아세안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을 기본적인 무역과 투자 외에 아세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관광산업을 추가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중국 외교정책의 배경과 방향성을 추정하는데 근거를 제공하며, 아세안과 유사한 위치에 놓인 한국에도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아세안 전체) 투자 대비 교역측면에서 영향력 급증


우선 아세안 전체의 주요 교역 대상국을 살펴보면 과거 20년간 중국의 비중이 매우 빠르게 상승했다. 비록 최근에는 상승추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두번째로 교역이 많은 미국의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EU, 일본, 한국 등이 주요 교역 상대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면 투자 측면에서 중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22년 기준 아세안 전체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의 16.4%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EU와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중국은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아세안 전체적으로 교역 측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교역, 투자 모두 과거 대비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교역) 베트남, 캄보디아 영향력 大


본 연구는 개별 국가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여, 무역의존도를 가중치로 활용해 중국과의 교역이 아세안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2018~2022년 캄보디아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는 23.4%이지만 전체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54.5%에 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다(36.7%)고 판단할 수 있다. 


이상의 방법론을 통해 살펴본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18~2022년 베트남, 캄보디아가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높게 나타났다. 그에 반면 국가경제의 무역의존도가 낮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무역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양부 선발 아세안국가들에 비해 대륙부 후발 아세안국가들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확인 가능하다. 후발국의 공통점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에도 중국에 대한 경제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



(투자) 라오스, 캄보디아 영향력 大


외국으로부터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은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수출 및 경제성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 선진기업들은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영관리 노하우 등을 동반하여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 따라서 경제성장 초기에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자본이 부족한 신흥경제국들은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해외직접투자를 경제 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중국 해외직접투자 의존도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개별 국가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여, 전체 해외직접투자가 국가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가중치로 활용하여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아세안 개별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하면서 경제규모가 작은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대륙권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라오스는 2014~2022년 기간 전체 해외직접투자 유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두번째로 높은 캄보디아(21.1%)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비중이다. 


반면 해양부 국가들에는 영향력이 크지 않게 나타났다. 비록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대한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절대 금액으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가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관광)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영향력 大


관광업은 아세안 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World Travel & Tourism Council에 따르면 관광업은 아세안 GDP의 약 14%이고, 고용면에서도 15%의 높은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와 필리핀은 국민경제 및 고용의 약 25%를 관광업이 책임지고 있다. 게다가 2010년대 이후 14억 인구 대국 중국의 인당소득이 증가하면서 동남아 관광이 보편화되고 아세안 관광업에서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아세안 개별 국가의 중국 관광객 비중과 각국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중치로 활용해 중국의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중국인 비중은 2016~2018년 평균 관광객 비중이며 두 수치 모두 World Travel & Tourism Council을 참고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 태국과 필리핀이 가장 높은 대중국 관광산업의존도를 기록했으며 그 다음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캄보디아와 태국의 경우 관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국 관광객 유입 비중이 모두 높다. 필리핀은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15%에 그치지만 국가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중국 관광산업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베트남과 미얀마는 중국인 비중은 매우 높지만 관광산업의 GDP 비중이 낮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중국 관광객 비중과 관광산업의 GDP 비중이 모두 낮아 대중국 관광산업의존도 역시 낮게 나타났다.



한국,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중요


이상의 경제적인 무역, 투자, 관광 요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아세안 전체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성장속도와 2000년 이후의 추세를 감안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과거 대비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8조 달러의 거대 경제가 5%의 성장률만 기록해도 미래 중국의 경제 규모와 정치∙외교적 영향력은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종합적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포르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의 영향력을 많이 받으며 국가 규모에 비해 무역 거래량이 크지 않고 관광산업 비중이 낮은 인도네시아의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셋째, 아세안 대륙부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캄보디아는 무역, 투자, 관광 모든 측면에서 대중국의존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베트남은 무역, 라오스는 투자 측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상의 경제적인 무역, 투자, 관광 요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아세안 전체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성장속도와 2000년 이후의 추세를 감안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중시하는 일대일로 구상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당분간 중국의 경제 규모와 인당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째 해양부 아세안 선발국들은 무역측면에서는 대중국 의존도가 감소하거나 확대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투자와 관광 측면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태국과 필리핀은 대외정책 결정에서 중국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분쟁 판결에서 필리핀이 유리한 결과를 얻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이 같은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상이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외정책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은 향후 아세안 개별 국가의 선택을 예의 주시하며, 우리의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간 지속되는 국제환경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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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전문가 오피니언은 2021년 «현대중국연구»에 게재된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중국 경제의존성 분석”을 수정, 보완한 내용임.


[참고문헌]

김진영(2021), ‘일대일로’구상과 아세안 국가들의 중국 대응, 「한국과 국제사회」, 5(1), 235-270.

남대엽(2021), 아세안 개별 국가의 대중국 경제의존성 분석. 「현대중국연구」, 23(3), 153-183.

오윤아(2018),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남아의 대응, 「동서연구」, 30, 83-110.

Copeland, D. C.,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A theory of trade expectations. International security, 20(4), 1996, 5-41.

Chung, J. H., East Asia responds to the rise of China: Patterns and variations. Pacific Affairs, 82(4), 2009, 657-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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