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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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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경제와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

이태환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2024-05-22

2023년 중국경제는 5.2% 성장했다. 인구감소 추세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따른 중국 내수 소비시장의 정체, 미·중 경쟁과 대중 견제에 따른 해외 수출시장의 악화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론 속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 또 최근까지 급락세를 이어가던 중화권 증시가 예상과 달리 급반등하면서 중국 국내와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 힘입어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과 세계적 경제 침체 등 글로벌 정세가 계속 불안한 상태고 미·중 갈등도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중국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면서 신용 평가도 하향 조정되고 부채 규모가 증대한 가운데 부양책은 제한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및 저물가 현상에다 脫 중국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을 비롯한 무역액의 감소가 뚜렷하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연간 수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해 2023년 수출액은 3조 3,800억 2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4.6%, 수입액은 2조 5,5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1) 주요 국가별 무역 규모는 미국 6,644억 달러(11.6% 감소), 일본 3,179억 달러(10.7% 감소), 한국 3,107억 달러(13.5% 감소)였다. 

중러 협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와의 무역액은 26.3% 증가했으나 2,401억 달러에 그첬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도 불구하고 전체 흑자액의 40.8%에 해당하는 3,361억 달러를 대미 무역에서 기록했다. 2)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은 높아 보인다. 

올해 목표인 5%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중국의 5% 성장 달성 여부는 내수 회복과 함께 중국의 대외 개방 및 국제협력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때문에 3월에 개최된 양회에서도 ‘대외 개방 및 국제협력’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안정 속의 성장을 위한 국제협력을 위한 노력이 국내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안정화와 경제 회복을 위한 중국의 대책

중국의 국제적 노력의 주요 시도는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이다.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는 미중 양국의 이해에도 부합된다. 미중 양국의 국내 상황이 양국 갈등 고조보다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고 중국은 국내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 미중 갈등과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고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복잡한 국내외 정세와 더불어 미·중 관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미국의 대선이다. 11월 미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미·중 간 정치적 외교적 수사로 기 싸움이 지속될 수 있지만 미중 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 안정적 관리를 위한 중국의 입장과 전략은 다음과 같은 미중의 대화와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2023년 11월의 미·중 정상회담이다. 제2차 대면 정상회의를 통해 2022년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된 미·중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은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 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 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 시진핑은 미국이 타이완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수년간 대만 상대 군사행동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둘째, 이러한 맥락에서 외교, 장관 회담을 위해 2024년 4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0개월 만에 방중한 것도 미·중 관계 안정화에 이바지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은 4월 초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상 대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미국과 중국 국방장관 간 통화 직후라서 여러 전문가들이 그 결과에 관해 큰  관심과 기대를 가졌는데,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중러의 밀착을 견제하며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라는 차원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3) 

셋째, 1차 미중정상회담 합의 때와 달리 미중 군사 대화 채널의 복원을 실행한 것이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계기로 군사 채널이 단절된 후에 2022년 11월 첫 번째 바이든-시진핑 대면 정상회담에서도 미중간 충돌 방지와 다른 이슈들에 대해 협력하기 위한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미중 소통 채널 복원 후속 회담을 위해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이징 방문했으나 채널 복원이 실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대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것들은 그대로 실행됨으로써 중국이 과거와 다른 자세를 보인 것이다.  2023년 12월 합참의장 간 화상 회담 개최에 이어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4월 16일 화상 회담을 하고 국방 관계, 역내와 안보 이슈에 대해 논의하며 군사 대화 채널을 완전히 복원했다. 그 직후 미군 해상 초계기가 비행한 데 대해 중국군이 미군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17일 타이완해협 상공을 비행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함으로써 군사적 관계가 관리가 되고 있음을 보였다. 4) 

넷째, 양안 관계 긴장 완화이다. 연초에 타이완 총통 선거 결과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5월 20일 라이칭더(賴淸德) 타이완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과 갈등보다는 현상 유지 가능성이 크다. 라이 총통 당선인이 전면 교체 아닌 자리 바꿈 형식의 안보 내각 개편 인선을 통해 양안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5) 보인 것도 총통 취임 이후 현상 유지 가능성을 나타낸다.

중국은 타이완에 대해 군사적 압박과 함께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다.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다른 한편 타이완을 상대로 양안 간 무역금지 종료와 단체관광 재개 등의 유화적 제스처도 취하고 있다. 국민당 소속 마잉주(马英九) 전 타이완 총통의 방중 및 시진핑 회동에 이어, 푸쿤치(傅崐萁) 입법원(국회) 원내총소집인(원내대표 격) 초청하는 등 양안 협의 채널을 가동하면서 관광 재개를 시사했다. 6) 시진핑 주석이 2024년 4월 10일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과 베이징에서 회견하면서 중국 본토 주민의 타이완 관광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왕후닝(王沪宁)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자 대만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이 2024년 4월 27일 베이징에서 푸쿤치 원내총소집인과 만나 중국 본토와 타이완의 교류 협력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민진당은 중국이 민진당 정부가 아닌 친중국 성향인 국민당 관계자와의 접촉을 통해 타이완에 대한 유화책을 펴는 것을 7)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다섯째, 대외관계 조정과 국제협력 논의를 위한 중앙외사공작회의가 미·중 정상회의 이후 2023년 12월 말 개최된 것이다. 이례적으로 오랜만에 개최된 8) 이 회의를 통해 중국의 외교가 전략상의 변화는 아니라도 소위 늑대전사 같은 외교로 알려진 전랑외교(战狼外交)가 융통성 있는 스마트한 공세적 외교로 스타일이 변할 것이라는 전술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9)  외교정책에 전술적 변화를 가져온 것도 국제협력을 통한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4월 30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증시 부양만이 아니라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 통화 정책 완화와 재정 정책 확장, 내수 확대 등의 조치를 추진할 것이 강조되었고 중국공산당 제20기 3중전회를 7월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10) 통상적으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에서는 중대한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됐는데 작년에 열리지 못하고 있다가 개최결정 된 것은 공산당이 중국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과 이를 위한 적극적 대응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중 관계 전망과 시사점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갈등과 충돌로 치닫지 않고 미·중 간 치열한 기싸움과 경쟁 가운데에서도 안정적으로 관리 되고 있다. 미 대선까지는 양국 모두 대선과 경제회복과 같은 국내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점에서 잠정적으로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미중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 되는 것이 중국이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은 경제 회복과 성장의 동력을 찾기 위해 국제적으로 유연한 자세로 미 대선을 지켜보는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대응하는 신중한 공세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진핑이 5년 만에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유럽 3국 순방에 나선 그것도 EU와 관계 증진을 통해 미국의 대중 견제에 균열을 꾀하는 중장기적 포석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프랑스와 4개 분야의 협력을 합의하고 18건 협력 문서에도 서명했다. 세르비아와는 29건, 헝가리 11) 와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면적전략동반자관계(全天候全面战略伙伴关系)’ 로 격상하고 에너지와 인프라 등 18개 분야에서 협정을 체결했다.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 및 일본과 경제 협력 외에도 작년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 관계에 대한 관심과 고려이다. 7월에 미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NATO 정상회의에서 개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3국 관계가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려 할 수 있다. 

미 대선 이후의 미·중 관계는 어떠할 것인가. 새로운 미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롯해 여러 변수가 있지만 중국의 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국방력 강화, 중국의 대응 전략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지역 안보와 통상 질서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종합적인 안보 전략과 분야별 세부적인 대응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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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작년 수출 4.6% 줄어들었다…2016년 이래 첫 감소,”  중앙일보 2024.01.12 
2)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112000487
3) Anushka Saxena, “Blinken’s China Visit: Has Rapprochement Run Its Course?” The Diplomat, April 30, 2024
4)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7129500083?site=mapping_related
5)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China-Taiwan Weekly Update, May 3, 2024;  https://www.understandingwar.org/backgrounder/china-taiwan-weekly-update-may-3-2024
6) https://m.yna.co.kr/view/AKR20240507070800009
7) https://csf.kiep.go.kr/newsView.es?article_id=53899&mid=a20100000000
8) 中 ‘중앙외사업무회의’ 5년 만에 개최... ‘투쟁 정신’ 강조, CSF 2024-01-04
9) 마오쩌둥 이후 1991, 2006, 2014, 2018년 4차 개최되어 2023년 5번째 개최됨. Neil Thomas, “Xi Signals Firm Strategy but Flexible Tactics at China’s Central Foreign Affairs Work Conference,” China Brief  Vol. 24 Issue 8, April 12, 2024 
10) https://kr.xinhuanet.com/20240501/e6ed3aeae56540228ffc43c017fed2c1/c.html
11) 헝가리는 러시아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EU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한 국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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