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빅데이터 환경과 미중경쟁

임진희 소속/직책 : 한신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24-05-28

일부 기술경제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후발국은 ‘기회의 창’을 활용하여 선도국을 따라잡거나 역전까지 가능해진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과거 세 차례 산업혁명에서 뒤처졌지만 1970년대~1980년대 개혁개방 정책으로 놀라운 경제적 발전을 거듭하였고 이제는 글로벌 초강대국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은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영역을 선점, 우위를 쟁취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강대국, 선도국가로 거듭나려 도전하는 상황이다.


관련하여 2018년 이후부터 이어진 미중통상 분쟁의 본질은 글로벌 주도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강대국 사이의 첨단기술 경쟁이라는 주장이 등장하였다. 현재 중국은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의 대부분 영역에서 경쟁상대 미국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상술한 맥락에서 보자면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등으로 미국을 넘어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중국은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중장기 전략과 정책을 수립해 막대한 인적, 물적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에는 빅데이터 분야가 대표적일 것이다. 근래에 빅데이터 기술이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행정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되며 우리의 사고 및 행동 방식, 과정, 결과 양상을 급격하게 바꾸는 상황이다. 나아가 제4차 산업혁명 주력 분야라고 널리 언급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로봇기술, 가상현실 등에는 빅데이터 기술이 전제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과 중국 같은 과학기술 선도국을 목표하는 국가들은 앞다투어 빅데이터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빅데이터 인식과 국가전략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로 약 30년간 평균 10%라는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금융위기’, ‘무역갈등’, ‘코로나19’등으로 둔화하며 중저속 성장의 시대(New Normal)로 접어들어 다시는 돌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상술한 것처럼 중국은 국내외 문제와 갈등에 엮이며 과거 세 차례 산업혁명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었지만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상승한 국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이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대국으로 거듭나려 도전하는 중이다. 


중국의 빅데이터, 관련한 산업에의 인식과 목표는 이러한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선, 정부는 《공업빅데이터백서(工业大数据白皮书)》, 《빅데이터표준화백서(大数据标准化白皮书)》 등으로 제조업 빅데이터, 관련 표준화 체계 확립을 시도하였고 이로써 한계에 다다른 전통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어서 빅데이터 산업이 촉발하는 다양한 첨단산업 발전에 기반하여 노동집약적인 중국의 경제산업 구조를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며 정체에 들어선 중국 경제를 다시금 도약시키려 하였다.


실제 중국의 빅데이터 전략과 관련하는 정책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하게 수립,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국무원은 2012년 《12.5국가전략성신흥산업발전규획(十二五国家战略性新兴产业发展规划)》을, 2015년 《빅데이터발전촉진행동강요발표에관한통지(关于印发促进大数据发展行动纲要的通知)》를 발표하였다. 주관 부처인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는 2012년 《통신산업12.5발전규획(通信业十二五发展规划)》을, 2017년 《빅데이터산업발전계획(2016-2020년)(大数据产业发展规划(2016-2020年))》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23년 중국은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국무원 기구 개편안’에서 데이터 기반 제도 수립을 책임지고, 데이터 자원의 공유, 개발, 이용을 총괄하는 국가데이터국(国家数据局) 1) 신설을 공식화하였다. 중앙의 지침으로 각지에 세워진 18개소 빅데이터 관리기구와 관련해 그간 꾸준히 제기된 소관 부처 간의 업무 충돌, 공백과 행정구역상 분절, 파편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이로써 데이터 거버넌스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사이의 데이터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미중의 빅데이터 산업과 전략경쟁


현재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주도권을 다투는 상황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오랜 기간 압도적인 국력을 자랑하는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로 경제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는 미국에 버금가는 국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미국은 중국에 위기감 내지는 불안을 느꼈고 중국과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학자들은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그리고 진정한 승패를 가늠할 분야로 첨단기술 분야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는 빅데이터 분야가 대표적일 것이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미중의 경쟁력을 살펴보면 우선, 알고리즘을 개발, 설계하는 영역은 미국이 강자이다. 최근에 중국 기업이 이를 추격하고 있으며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나 여전히 운영체제,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중요 분야의 대표 주자는 미국 혹은 미국에 기반한 기업이다.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과 이에서 새로운 정보를 도출하는 능력도 미국이 우위이다. 빅데이터의 시작과 성장의 무대가 미국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중국이 미국과 미국에 기반한 다국적 기업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매트 시한(Matt Sheehan)이 제시한 데이터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자면 데이터 양과 깊이는 미국과 중국의 장단점이 뚜렷이 나눠진다. 미중은 양적인 측면에 모두 막대한 우위를 지니는 국가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알고리즘 개발을 학습하는 ‘심화학습(Deep Learning)’ 시점에 데이터의 축적은 탁월한 개발자 경험과 인사이트 수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이라는 국가의 막대한 인구 규모, 나아가 체제적인 특징으로 소수의 기업과 국가가 독과점해 전 국민의 일상을 장악해버린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데이터의 질과 다양성 측면을 살펴보면 미국이 유리하다. 제3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기술의 발전을 선도했던 미국은 데이터의 정확성과 구조화 측면에서 우위가 분명하다. 그리고 미국은 공용어인 영어와 구글, 유튜브, 엑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이용자를 끌어들여 데이터 다양성의 확보도 유리하다. 그러나 국가체제 특성으로 중국은 개인의 정보든 혹은 공공의 정보든, 일반적 정보든 혹은 민감한 정보든 쉽게 접근이 가능해 데이터 접근성 부분은 미국이 중국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가는 글 


현재 중국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대부분 영역에서 국력이 미국에 뒤처진다. 그러나 기술경제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의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등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실제로 중국은 수년 전부터 중장기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각급 정부, 기업, 학계 등이 협력하여 전폭적인 인적, 물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중국 국내, 개별 국가 간의 경쟁뿐 아니라 지역, 나아가 세계질서 향방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는 빅데이터 분야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핵심인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 사이에서 가치 있는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은 현재까지 중국이 선도국인 미국의 인프라와 경험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꾸준한 지원과 막대한 투자로 현격했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전문가 판단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 인력양성, 배출까지 사실상 미국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나아가 중국의 정치체제, 빅데이터 자체의 특성상 데이터 규모와 집중이 중국의 이러한 약점을 다소간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빅데이터 경쟁은 관련한 글로벌 규범과 질서의 형성에, 나아가 미래의 경제와 주도권 경쟁에 작용하여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고 격차는 좁혀질 것이다. 미중의 전략적 목표와 방향이, 강약이 분명한 상황에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빅데이터 경쟁에 참여가 어려운 국가들도 국경을 초월한 빅데이터 확보와 유통에 혹은 감시와 통제에 엮이면서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의 행보와 더불어 관련한 동향에 꾸준한 관심과 민감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1) 신화통신(新华社)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데이터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리 아래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정업무, 데이터 자원의 통합·공유 및 개발이용 총괄, 중국의 디지털 경제·사회 계획 수립·추진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1. 한의석·손민석·김영근·정진화·박일현·임진희·김윤희·심세현·이가연. 2024. 『빅데이터와 정치』. 푸른길.

2. 기정훈. 2017. “빅데이터 기반의 국가전략이론에 관한 연구.” 『정부행정』13: 89-100. 

3. 김상배. 2015. “빅데이터의 국가전략: 21세기 신흥권력 경쟁의 개념적 성장.” 『국가전략』21(3): 5-35.

4. 이상우. 2023. “중국 국가데이터국 신설 의의와 시사점.” 『법조』72(3): 273-303.

5. 임진희. 2023. “디지털 기술 발전이 중국의 체제 안정에 미치는 영향.” 『국가와정치』29(1): 119-152.

6. 최필수·이희옥·이현대. “데이터 플랫폼에서의 중국의 경쟁력과 미중 갈등.” 『중국과 중국학』39: 55-87.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