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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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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시사점

한재진 소속/직책 : 법무법인(유) 지평 경영컨설팅센터 전문위원 2024-05-30

2차전지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시사점 1)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2차전지 공략이 시작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도 7.5%에서 25%로 조정한다. 이러한 결정에는 올해 11월에 진행될 미대선에 대한 정치적 이벤트 성격도 크지만, 그동안의 대중국 2차전지 규제에 대한 미진한 효과도 관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EU와 미국의 중국 2차전지 공급망 관련 규제 속도가 빨라졌던건 사실이다. EU는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 발효에 이어 ‘지속가능한 공급망실사지침(CSDDD)’ 및 ‘핵심원자재법(CRMA)’, 넷제로산업법(NZIA) 2) 등을 통해 공급망 관련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등 중국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IRA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및 부품에 대해 북미지역에서의 생산 및 조립을 조건으로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부여하는 까다로운 법안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 중국과의 2차전지 공급망 연계를 우회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2차전지는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2차전지의 공급망을 주도하는 중국


현대경제연구원(2023)은 세계 2차전지 시장을 △교역, △생산, △핵심광물 제련, △전방산업(전기차) 등 4가지 각도에서 고려했을 때, 중국에 대한 의존성이 모두 높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 주도권이 코로나 이후 중국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교역 각도에서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2차전지 시장의 대세계 수출은 중국이 주도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전 세계 2차전지 수출 비중은 2019년 38.4%에서 2022년 50.3%로 급증했다. 동 기준 한국·일본·미국 등 3개국은 줄었다. 이들 국가의 2차전지 포지션을 중국이 대체한 것이다. 아울러 2019년 대비 2022년 중국의 국가별 2차전지 수출은 미국·독일·한국 등 3개국에 집중되고 있다. 2019년 약 32%에서 2022년 약 46%로 대폭 늘어났다. 이들 3개국은 역으로 2022년 기준 세계 2차전지 3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독일·한국 등 국가의 2차전지 품목 총수입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9%, 48.9%, 94.6%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2차전지 교역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2차전지 생산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 약 73%를 차지한다. S&P GMI(2023)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차전지의 전 세계 생산 비중은 중국(72.9%), 미국(6.7%), 독일(5.4%), 폴란드(3.2%) 등 순으로 분석됐다. 한편, 기업의 국적별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 비중 역시 2030년까지 중국이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 리서치(2023) 보고서에서 제시한 전 세계 2차전지 Top 10 기업 매출을 국적별로 분류해도 중국(49.5%), 한국(31.7%), 일본(3.6%) 등 순이었다. 생산과 매출 측면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절반을 넘기고 있다.


2차전지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의 경우, 상·중·하류(UP-Mid-Downstream) 단계 중 정제·제련 및 제조 등 중·하류 단계에서 중국의 주도권은 확연히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광물의 공급망 구조는 ‘탐사·채굴·추출(Upstream)-분리·정제·제련(Midstream)-제조(Downstream)’ 등 과정으로 이뤄진다. 말하자면 정제·제련 등 가공단계는 중류에 해당한다. 일본총합연구소(JRI)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2차전지 광물 공급망 중 상류(Upstream)에서는 전 세계 약 70%를 채굴하는 희토류와 흑연에 한정되지만, 중·하류에서는 희토류·흑연(Graphite)·리튬(Lithium)·코발트(Cobalt) 등 4종 광물에 대해 대략 65~100% 제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연하자면, 2차전지 광물의 상류 단계와 중·하류 단계는 국가마다 분업화되어 있으나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는 중·하류에 집중되어 있는게 일반적이다. 



2차전지 구성의 50%가 넘는 양극재(Cathode Materials)에 들어가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의 채굴생산은 호주(46.9%), 인도네시아(48.5%), 콩고(68.4%) 등 3개국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처리에서 셀(Cell) 제조 및 전기차 완성품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공정 의존도는 중국으로만 약 70%가 편중돼있다. 즉, 광물의 가공단계를 장악한 중국이 실질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이익을 가져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특성은 2차전지를 구성하는 주요 원자재의 대세계 수출 구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2023)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차전지에 들어가는 12종의 핵심원자재 중 10종은 중국의 대세계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천연흑연을 비롯한 산화리튬 및 수산화리튬 등을 포함해 12종 원자재 중 황산니켈과 탄산리튬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의 대세계 수출 비중이 최소 37%에서 최대 80%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2차전지의 대표적인 전방산업인 전기차(EV) 시장은 최근 조정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미국·독일 등 3개국 간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중국·영국·스웨덴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수요둔화를 불러왔지만, 중국의 전기차용 2차전지 공급과잉 요인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 및 골드만삭스(2023)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향후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27년을 기점으로 우하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SNE 리서치(2024)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2021년 109%로 급증한 후 2022년(56.9%), 2023년(33.5%), 2024년(16.6%) 점차 둔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저가공략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판매는 2024년 들어 나홀로 급증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SNE 리서치는 전 세계 지역별 판매량 비중이 2019년 대비 2024(F)년 기준 중국이 52.8%에서 60.7%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한편 유럽 및 북미지역은 동기준 각각 25.6%, 16.6%에서 각각 20.6%, 12.7%로 낮아질 것으로 재차 강조했다. 전기차 수출 측면에서도 미·중·독 3파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2023)에 따르면, 중국의 대세계 전기차 수출 비중은 2019년 2.6%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6.7%로 독일 (29.1%)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아졌다. 2019년만 해도 미국의 전 세계 전기차 수출 비중은 24.1%로 세계 1위였다. 불과 3년 만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것이다.


핵심원자재 확보 등 공급망 안정화 대응 필요


최근 미국 정부가 이차전지 음극재인 흑연에 대한 중국산 사용 기간을 2027년까지 유예한 데 이어 대중국 전기차 및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이 나오면서 우리에게는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의존성을 낮추기 위한 핵심원자재 다각화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면서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공급망 갈등 장기화로 인한 손실 비용과 리스크 증대는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및 유럽 등 중국 시장을 대체할 시장 발굴을 통해 지속적인 핵심원자재의 수입 다변화 전략뿐 아니라 중·하류(Mid-Downstream)에 속하는 핵심원자재 정제 관련 기술개발(R&D) 등 향후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공급망 3법(소부장특별법, 자원안보법, 공급망기본법)’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공급망 안정화 대응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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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내용 중 일부는 현대경제연구원(‘23.11)에서 발간된 “세계 2차전지 공급망 구조 현황과 시사점(저자: 한재진)”을 인용함.

2) 2023년 3월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 후속으로 나온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배터리 기술 등 8개 기술에 대해 EU 역내 제조역량을 2030년까지 연간 40% 증대한다는 방안.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23.3.29.), “EU ‘그린딜 산업계획’ 후속정책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세계경제포커스 Vol.6 No.5.

현대경제연구원(2023.11.14.), “세계 2차전지 공급망 구조 현황과 시사점”, 현안과 과제, 23-04.

Japan Research Institute(2024.1.23.), “Restructuring of Critical Mineral Supply Chain Faces ‘Trilemma’-Economic risks to surge by pursuing de-risking from china and decarbonization”. JRI Research Journal, Vol.7 No.2.

SNE Research(www.sn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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