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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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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글로벌 전기 자동차 시장의 캐즘 현상과 BYD의 질주

최성진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4-06-14

전기 자동차(BEV)의 등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중국의 전기 자동차 메이커들은 최근 캐즘 현상이 우려 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BYD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장 경쟁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글로벌 BEV 시장 동향과 캐즘(Chasm) 현상

글로벌 BEV(순수 전기차: Battery Electric Vehicle)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했지만, 최근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BEV 판매 증가율은 작년 대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표1>에서 보듯 2024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인도량은 총 3,139천 대로, 2023년 1분기 대비 20.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던 테슬라는 2023년 1분기 423천 대에서 2024년 1분기 413천 대로 인도량이 감소했다(-2.4%).  이에 따라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도 16.2%에서 13.1%로 하락했다. 이는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생한 변화로 보인다. 이렇게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캐즘(Chasm)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전기차의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 거리 제한 등의 문제로 인해 대중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캐즘(Chasm)은 기술 수용 생애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cycle)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s)와 초기 다수 소비자(early majority)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가 그의 책 “캐즘을 넘어서(Crossing the Chasm)”에서 제시한 것이다. 전기 자동차 산업에서의 혁신적인 제품이 초기 수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이것이 대중 시장으로 확대되지 못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국 전기 자동차 브랜드의 질주

반면 중국의 BYD는 2024년 1분기에도 580천 대의 전기차를 인도하며 전년 동기 대비 9.9% 성장했다. 비록 점유율은 20.2%에서 18.5%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Geely는 2024년 1분기에 247천 대의 전기차를 인도하며 59.1%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SAIC 역시 2023년 140천 대에서 2024년 183천 대로 30.4%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을 5.4%에서 5.8%로 확대했다. 기타 메이커들의 인도량은 2023년 1분기 647천 대에서 2024년 1분기 912천 대로 40.9%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점유율은 24.8%에서 29.1%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메이커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BYD 글로벌 경쟁력

BYD는 2023년 세계 신에너지차 판매 1위를 달성하였으며, 올해 36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BYD는 BEV와 PHEV(하이브리드 전기차,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모두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성공하였고,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BYD는 단일 시스템 (플랫폼/통합 부품) 전 모델 적용, 핵심 부품 내재화, 그리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통해 경쟁자를 압도하는 속도와 규모의 하이퍼 스케일러(Hyper Scal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YD가 캐즘을 이겨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BYD의 글로벌 경쟁력 1. 통합된 밸류체인

BYD는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 시스템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통합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생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기차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수직 계열화된 생산 시스템이 BYD의 핵심 경쟁력이다. BYD는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 시스템 등의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며,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장점을 얻고 있다. BYD의 전기차 모델 중 하나인 Seal의 경우 75%의 부품이 자체 제작된다. 이는 테슬라 모델 3의 46%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BYD의 높은 부품 통합률을 보여준다. 이러한 높은 자체 생산율은 BYD가 비용을 절감하고, 부품 조달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BYD Seal은 16%의 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 3의 14%보다 높은 수치다. BYD는 2020년에 블레이드 배터리를 도입하면서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용량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는 배터리 팩 공간의 활용도를 높여 차량의 전체 무게와 부피를 10%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자체 배터리 기술 혁신은 BYD의 전기차가 경쟁력 있는 주행 거리와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즉 BYD의 수직계열화는 부품 생산 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아가 공급망의 복잡성을 줄이고, 외부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생산 공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BYD의 글로벌 경쟁력 2. 모듈화 및 생산효율성 극대화

BYD는 배터리 기술에서 출발하여 전기차 제조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 방식을 도입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BYD는 자체적으로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기술적 자립도를 높였다. BYD는 모터 제어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차량 제어기(VCU), 배터리 충전기, DC/DC 변환기 등 8개의 핵심 부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부품 간의 호환성을 높이고, 시스템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또 모듈화 설계를 통해 각 부품의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는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부품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장 시 특정 모듈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보수도 용이하다. 즉 각 부품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성하여 전체 차량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시스템 통합을 통해 전기차의 주행 거리, 충전 시간, 에너지 효율 등이 크게 개선되었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긴밀한 통합을 통해 다양한 주행 모드와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BYD의 전기차가 높은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추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BYD의 내재화 기반 최적화 기술은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BYD의 글로벌 경쟁력 3. 모델 급 나누기와 대량 생산 전략

테슬라는 2019년 상하이에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즉, 테슬라의 진출은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을 자극하여 혁신과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를 메기 효과라 부르며,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테슬라의 성장에 자극을 받은 BYD는 끊임없는 기술 발전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BYD는 저가 모델과 고급 모델을 분리하여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저가 모델로는 경제적이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전기차를, 고급 모델로는 첨단 기술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춘 프리미엄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급 나누기 전략은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BYD의 글로벌 경쟁력 4. 정부의 보조금 정책

BYD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보조금은 구매 가격의 최대 60%를 커버하였다. 초기에는 공공교통수단에 적용되었으나 2010년부터는 승용차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보조금 덕분에 BYD는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정부는 전기차 도입 시기에 BYD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에게 공공교통수단 계약을 부여했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도로 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BYD의 기술 개발과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가솔린 차량의 번호판을 얻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이러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 큰 유인이 되었다. BYD는 선전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선전시를 세계 최초로 모든 공공버스를 전기차로 대체한 도시로 만들었다. 정부와의 협력은 BYD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BYD의 글로벌 경쟁력 5. 전기차 생산 생태계

BYD의 해외 진출 전략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어, BYD는 태국, 브라질, 헝가리 등에 공장을 설립하여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 정부의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업체들은 ‘Team-China’ 전략을 통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부품, ICT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신속하게 현지 시장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BYD와 CATL 같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협력하여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중국 내 전기차 생태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결론

중국 전기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술 혁신, 가격 경쟁력, 그리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BEV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지만, 중국 메이커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은 글로벌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BYD와 같은 업체들의 급부상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전기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장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의 메이커들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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