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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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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중국 대외정책의 내면 읽기: 도광양회 유소작위를 중심으로

이창열 소속/직책 : 통일부 부이사관 2013-04-23

□  제기 배경

 

o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등과 같이 원론적으로만 표현되고 있어, 실제 현안 발생시 중국의 구체적인 대응방향을 예상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함.

- 이는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화해협력정책’ 등과 같은 정책목표와 함께 세부적으로 추진기조, 추진방향 등을 명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됨. 

o 모호하게 보이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어떠한 생각과 관점에서’ 대외문제를 처리하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음.

- 중국의 대외정책을 다루는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80년대 말 이후 대외문제 처리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는 ‘도광양회, 유소작위’에 대한 재음미가 필요함. 

- 이를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한 ‘중국세관의 물자통제’, ‘중국내 북한은행 자금 동결’등의 언론 기사와, 중북관계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는 중국 당국의 발표, 중국 인터넷에서의 대북비판 여론 등 혼란스러운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음.

 

□  도광양회와 유소작위의 이해

 

o 원래 ‘도광양회, 유소작위’는 등소평이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국내적으로는 천안문 사태와 개혁개방 반대, 대외적으로는 동구권 붕괴후 서방의 위협 등 국내외 도전 속에서 체제의 안정을 지키면서 대외문제를 처리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28자 방침1)(冷静观察, 稳住阵脚,沉着应付,善于守拙,决不当头,韬光养晦,有所作为)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공산당 내부 간부들에게만 내부적으로 제시한 전략이었음.

- 이러한 중국 공산당 내부의 28자 방침이 90년대 중반 이후 외부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특히 이중에서 ‘도광양회와 유소작위’가 대외적으로 많이 인용됨.

- 양자는 90년대 이후 중국의 국력이 약할 때는 조용히 힘을 기르는 뜻의 도광양회가, 1998과 2008년의 두차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국력이 커진 것이 확인된 이후에는 중국의 합당한 역할을 기대하는 유소작위가 더 강조됨.

※ 특히, 2008년 금융위기 극복 이후 일부 중국 국민들 속에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 약 170년 전부터 긴 세월의 외세 침탈을 상기하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생겨나면서, 이제는 국익이 침범될 때 상대에게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돌돌핍인(咄咄逼人)의 경향도 나타남. 

o 현재 중국 국내에서는 대외문제의 처리에 대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인식이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임.

- 첫째 중국의 국력이 경제 외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도광양회를 견지해야 한다는 지도층과, 둘째 중국의 국력신장에 맞게 국제사회에서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소작위를 강조하는 식자층과, 셋째 국제사회가 중국의 국익을 침범할 때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돌돌핍런의 태도를 보이는 일부 국민의 인식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남. 

 

□  등소평 28자 방침의 종합적 이해 

 

o 중국의 대외정책에 담긴 ‘관점과 생각’을 보다 풍부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광양회 유소작위’와 함께 ‘28자 방침’속에 포함된 나머지 ‘20자 방침’들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

- 이러한 방침의 이해가 중요한 것은 현재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이 방침들이 형세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대외문제 해결 방침으로 여전히 인정되고 있으며, 지도자들도 이를 즐겨 인용하고 있기 때문임.  

- 그 20자 방침은, 첫째 냉정하게 형세를 관찰하고(냉정관찰, 冷静观察), 둘째 자신의 내부역량을 먼저 공고하게 하며(온주진각, 稳住阵脚), 셋째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고(침착응부, 沉着应付), 넷째 섣불리 능력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하며(선우수졸, 善于守拙),다섯째 우두머리가 되어 나서지 말 것(결부당두, 决不当头)임. 

o 위의 방침들을 대외 현안에 적용하여 풀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체화될 것임. 

- 첫째 공식입장을 정하기 전에 상당한 기간동안 동안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冷静观察), 둘째 국익 등을 다방면으로 충분히 고려한 바탕에서 대응하며(沉着应付), 셋째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낮은 기조로 대응하며(善于守拙), 넷째 결코 선두에 나서서 리더하지 않으며(决不当头), 다섯째 어떤 상황이든 내부를 공고히 하는 것을 우선시 함(稳住阵脚). 

- 일례로서, 한반도 현안 발생시 중국이 (우리가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대응하는 것은 冷静观察과 沉着应付이 적용된 사례이며, 환구시보나 인터넷 등 민간에서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공식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자제하는 것은 善于守拙의 사례이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가기는 하지만 결코 해결을 주도하지 않는 것은 决不当头의 예이며, 문제해결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은 稳住阵脚의 예로 볼 수 있을 것임

※ 최근 4.3 환구시보 사설은 한반도의 긴장을 중국이 사전에 막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국력을 더욱 키워 대응력(应变力)을 높일 수 밖에 없다(稳住阵脚)고 함.  

 

□  중국 국력의 변화와 도광양회 유지 논쟁

 

o 유소작위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의가 없이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도광양회의 경우는 중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대내외 환경 변화가 발생한 현재에도 과거 수세적 차원에서 제시된 그 방침을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함. 

- 지금은 도광양회가 주장되던 90년대 초와 달리 △개방개혁을 和平演变으로 보아 반대하는 좌경화 주장이나, △동구권 몰락 이후 중국에 가해졌던 서방의 위협 등 대내외 위협이 없어진 만큼 도광양회의 의미가 약해진 것은 사실임.

- 그러나 중국 지도층은 경제분야 외의 정치, 외교, 문화, 군사 등에서는 중국의 실력이 아직 취약하고,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과의 마찰에서 보듯 아시아 지역의 지도적 국가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국력을 충실히 쌓으면서 서방 중심의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도광양회의 방침 속에 내재된 상황판단과 처세철학이 지금도 유용하다고 생각함.   

- 중국은 이와 같이 서방세계와 직접적인 대결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상해협력기구와 같은 다자간 외교안보협의체, 브릭스와 같은 다자간 경제협의체를 주도하면서 우회적으로 자신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음.

o 이러한 중국의 도광양회 방침 유지에 대하여 서방세계에는 대체로 다음의 2가지 부정적 인식이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하여 중국의 속뜻이 그렇지 않다고 대응하고 있음. 

- 첫째, 도광양회가 원래 내포된 ‘능력을 감추고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뜻보다 외연적 으로 ‘언젠가 역량을 갖출 때 다시 도모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중국이 와신상담하고 모욕을 참고 있지만 실력이 강해지면 도광양회를 버리고 자신을 과시하면서 백년의 국치를 씻을 것’이라는 일종의 중국위협론이 있음.

 · 이에 대하여 2010년 12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도광양회’를 중국이 강대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쓰는 일종의 음모와 책략을 보는 견해가 있으나, 등소평이 원래 제기한 뜻은 겸허검손하고, 선두에 나서지 말며, 깃발을 들지 말고, 확장하지 말고 패권국가가 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함.

 · 리커창 신임 총리도 지난 3.17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강대해지더라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중국이 근현대 역사에서 겪었던 아픈 경험(惨痛遭遇)에서 깊이 깨우친 것이며, ‘己所不欲, 勿施於人’이 중국인의 신조’라고 함. 

 · 헨리 키신저는 자신의 저서「중국 이야기」에서 ‘중국은 대외적 확장에 관심이 없으며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하여 주변지역을 평화적으로 관리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는데 최대의 목표가 있다’고 기술함.

- 둘째, 도광양회가 하나의 처세철학의 성격으로 자신의 실력을 강화하는 의미 외에 가치지향이나 전략적 목표가 없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음.

 · 2010년 12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 외교의 전략적 목표가 없다는 시각에 대하여 ‘중국의 대외전략목표는 조화로운 세계(和谐世界는 후진타오 정부의 대외전략구호)의 건설로서 13억 중국 인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동시에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책임을 짐으로써 중구의 발전성과가 국내국민과 국제사회에 혜택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함.

-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토문제나 역사문제 등에서 세련되지 못한 처리가 돌출됨으로써, ‘도광양회’와 ‘유소작위’를 넘어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돌돌핍런) 강성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는 것도 현실임. 

 

□  소결

 

o 중국의 국가 종합역량이 아직은 미국 등 서방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현실에서 중국의 도광양회와 유소작위의 방침은 향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

- 시진핑 국가주석은 1.28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和平发展)의 길을 견지하겠지만, 결코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거나 국가핵심이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함’으로써 유소작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보였음. 

- 다만, 3월 양회(两会) 정부업무보고시에는 대외관계에 관한 언급 분량이 10년전 후진타오 체제 출범시보다 1/4이하로 줄어들었는 바, 이는 대외문제에는 일단 신중한 대처(도강양회)를 하면서, 국내문제에 우선 집중하려는 국가운영 방침의 일단을 엿보게 함.  

※ 인민일보 전 편집인 马立诚은 3.20 환구시보에서 ‘대외관계에서 비이성적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자제하고, 도광양회 즉 복수를 다짐하는 와신상담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되 겸손해야 하며, 유소작위 즉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지지와 같이 책임있는 대국이 되어야 함’을 강조함.  

 

 
1) 王在邦,"论创造性坚持韬光养晦,有所作为",『现代国际关系』现代国际关系研究院,2010年                                                                                                                 

(참고자료 : 國濟問濟硏究, 現代國濟關系, 중국언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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