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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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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를 넘어야 중국 진출 보인다

이욱연 소속/직책 :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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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에 이미 역전당했거나, 역전당하는 중인 한국

한중 관계는 공교롭게도 수교 30주년을 전후하여 중대한 전환이 일어났다. 그 전환은 한국으로서는 아픈 전환이다. 그것은 양국 관계에서 한국이 수혜적 위치, 선도하는 우월적 위치에 있었지만, 그 위치가 흔들리거나 역전된 점이다. 우선, 대중국 무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막대한 흑자를 내면서 한국은 양국 사이 교역에서 큰 수혜를 입었지만, 이제 적자로 전환되었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1993-2021) 한국은 무역 수지 흑자의 86%를 중국에서 냈다. 수교 이듬해인 1993년부터 29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대중국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도 높았지만, 수출 주도형 우리 경제에서 대중국 교역은 지난 30년 동안 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흑자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6월 대중 무역수지는 54억 3천만 달러 적자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점이다.

미래 첨단과학기술 방면에서 한국의 선도적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핵심 과학기술 11개 분야에서 한국이 올해 처음으로 중국에 뒤졌다. 올해 우리 과기부가 발표한 「2022 기술 수준 평가 결과」다. 한국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는 중국에 격차를 유지하며 앞섰지만, 첨단 바이오와 차세대 원자력, 로봇 제조는 비슷했고, 우주항공과 해양, 양자, 인공지능에서는 중국에 크게 뒤졌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격차 수준이 중국이 82.6%이고, 한국은 81.5%였다. 핵심 첨단 분야에서 뒤진다는 건 앞으로 한국이 더는 중국을 선도하지 못하고 반대로 중국을 추격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내수 시장에서도 역전이 일어났다. 한국이 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이제는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알리바바, 테무, 쉬인의 공습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서울 시내에는 1천 200대나 되는 중국산 전기 시내버스가 다니고, 소형트럭 중에도 중국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중국제 가정용 로봇 청소기는 신혼 필수품이 되었고, 2백만 원 가까운 고가인데도 품절일 정도로 인기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관계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낯선 일들이, 마치 블랙 스완이 출현하듯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이 낯선 현실이 한중 관계의 뉴노멀로 정착할 수도 있다. 이런 낯선 현실을 한국인이 뉴노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지난 30년 동안 한중 관계에서 한국이 누렸던 행복한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그 30년 동안 한국은 중국이 배우고 싶은 모델 국가였고, 중국 정부와 기업은 한국 공무원과 기업인을 칙사 대접하면서 도움을 받으려 했다. 기술이 앞서고, 제품이 앞서 있었으니까, 당연했다. 한류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열광적으로 소비한 나라도 중국이었다. 한국은 베풀고, 선도하고, 공급하는 나라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어를 하지 못해도 중국에 진출해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 수 있었고, 중국 시장을 치밀하게 연구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고,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호시절이 지나갔다. 한국이 중국에 베풀고, 중국을 선도하고, 중국의 배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저물고, 많은 영역에서 중국에 이미 역전당했거나 역전당하는 중이다.

한중관계사 3천 년 역사를 볼 때, 한중 수교 이후 30년 기간처럼 한국이 중국에 절대적 우위 지위를 누리면서 한국이 중국이 배우고 추격해야 할 모범국가, 선도 국가였던 적은 드물다. 한중관계사 차원에서 볼 때, 한중 수교 30년은 한국에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민족적 자부심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시간이 과거가 되었다. 행복했던 옛 기억이 강한 만큼 한중 관계에 출현한 새로운 현실 앞에서 당혹스럽다. 물론 전반적으로 보면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추세이고, 현재를 넘어 미래다. 그래서 한국인은 이제 중국 앞에서 초조하고 불안하다. 심지어 공포를 느낀다. 중국은 우리와 크기가 다른 나라이다. 더구나 우리와 체제도 다르고, 가치도 다르다. 시진핑의 3연임 시대를 맞아서, 그리고 미중대립 속에서 중국이 이전보다 더 강하고, 때론 거칠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런 중국이 계속 성장하면서 첨단 핵심기술에서는 우리보다 앞서고,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국인라면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난 30년 동안의 한중 관계가 역전되고 있고, 더구나 두 나라의 첨단과학기술 역량에서 보듯이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아 초조하고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이게 지금 새로운 한중 관계 현실 앞에서 불편한 한국인의 마음이다. 그래서 중국과 단절하거나 중국에서 되도록 멀어지려는 마음이 폭넓게 일어난다.

이렇게 중국에서 멀어지고 싶은 격리의 파토스는 한중 관계 재정립을 추구하는 정부나 보수 정파의 정책에서만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실패하였거나 경쟁력을 잃은 기업, 그리고 홍콩 사태, 코로나 사태, 그리고 시진핑 시대 중국이 불만인 한국인들 마음에서도 폭넓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세대를 가리지 않고 중국을 혐오하는 대중 정서가 유행이고, 유튜브에서는 중국 혐오 콘텐츠가 그토록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에서 멀어지려는 격리의 파토스가 한국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서 해마다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비판적으로 보는 나라이고, 심지어 중국이 미래에 세계 경제 대국이 될 가능성을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게 보는 나라인 것은 한국인의 마음에서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마음속 공포와 불안, 그리고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

일본 근대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아시아와 동방의 질 나쁜 친구와 관계 단절이 일본의 근대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탈아론이다. 그가 말하는 아시아와 동방의 질 나쁜 친구에는 조선도 들어가지만, 핵심 대상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과 관계 단절, 탈중국을 일본의 새로운 국가 건설 구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일본 학자 무라야마 신이치는 이런 후쿠자와 유키치의 주장을 일본에서 반복하여 등장하는 대중국 격리 파토스의 일종이라고 본다. 무라야마 신이치에 따르면 후쿠자와 유키치는 물론이고 일본인의 마음 깊은 곳에는 흔히 이런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가 있다. 

이런 격리의 파토스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무라야마 신이치는 일본인이 느끼는 중국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감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그는, 일본인에게 중국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에게 중국은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중국의 흡인력이 작용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야만 일본이 비로소 자신의 제대로 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강한 흡인력을 지닌 나라이다. 그래서 두렵다. 이런 강한 흡인력을 지닌 중국에서 벗어나서 일본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마음이 격리의 파토스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곧잘 대두하는 중국 단절론은 이런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의 표현이다. 결국, 후쿠자와 유키치가 제기하는 중국 단절론이라는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는 일본인 마음속 중국관의 하나의 원형이다.

그런데 이게 일본인의 중국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을 대하는 한국인의 마음에도 이와 비슷한 원형이 있다. 크고 강한 중국과 일본보다 더 직접적으로 맞닿은 한국인의 마음이 오히려 일본인보다 더 적실하게 그럴 수 있다. 긴 한중 관계사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인 마음에서도 중국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한국에게 중국은 그런 동전의 양면을 지닌 대상이었다. 더구나 우리와 중국은 나라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서 한국이 중국의 흡인력에 이끌려 갈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한국인은 늘 무의식처럼 가지고 있다. 그런 공포와 불안이 커질 때면 그런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중국과 단절하고 중국에서 되도록 멀리 격리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그 격리의 거리가 있어야 중국의 흡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국의 설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국인은 중국에 공포와 불안감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한중 사이 나라 규모의 비대칭성은 여전했지만, 우리가 압도적으로 선도적이고 우월한 위치에 있어서였다. 우리 기술력과 제품의 경쟁력이 중국을 제압할 정도여서, 중국의 흡인 자력(磁力)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 한국이 중국에 지녔던 선도적이고 우월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한국인은 자신감을 잃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흡인력이 다시 작동하고 있고, 그 흡인력에서 휘말릴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역사의 유물이 된 한중 조공 관계의 기억도 부활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퍼지면서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도 퍼진다. 이와 더불어 중국 비하와 혐오, 그리고 중국 위기론도 퍼진다. 중국이 형편없는 국가이고 중국인이 문명의 수준에 전혀 도달하지 못한 사람인 이상, 굳이 친구로 사귈 이유도 없고 되도록 거리를 두고서 격리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중국 혐오와 비하로 나타난다. 중국은 이미 피크에 도달했고, 부동산 위기,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이 곧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였으며, 중국 공산당은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해서 중국은 필연적으로 망할 거라는 중국 위기론도 유행한다. 

한국 사회의 중국 혐오와 비하론, 그리고 중국 위기론은 일면 지금 중국과 세계 정세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분석이기도 하다. 코로나 유행과 홍콩 사태, 시진핑 3기 시대 중국, 그리고 현재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런 객관적 현실에 대한 분석 못지않게 대중국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국을 손절하고, 중국에서 멀어지고 싶어 하는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라는 심리 요소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선도하고 우위에 있던 대중국 지위가 흔들리는 데 따른 불편한 마음이, 첨단과학기술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중국제품이 국내 시장을 거침없이 공격하면서 중국에게 한국이 다시 역전당하고 중국에 흡인력에 흡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하고, 이 불편한 마음과 불안감, 공포감은 다시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를 부르고 있다. 이것이 지금 중국을 대하는 한국인의 마음이다.
 
대중국 정신승리법을 넘어서야 중국 시장이 보인다

한국 사회에 퍼지는 이런 대중국 격리 파토스의 마음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인이라면 충분히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긴 한중 관계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격리의 파토스는 그저 파토스일 뿐,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마음과 정서는 멀어지고 싶어 하더라도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정체성을 곱씹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통상국가다. 통상국가 한국은 우리 가장 옆에 있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과 단절하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격리할 수가 없다. 지금 한국의 정체성은 통상국가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정체성을 정작 한국인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들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다. 경제 전문 언론에서 중국 격리의 파토스가 제일 높은 것도 불가사의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럴만하다. 통상국가 정체성으로 산 우리 역사가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전 긴 역사 동안 한국은 통상국가가 아니었다. 더구나 조선 5백 년을 우리는 선비 의식으로 살았다. 양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그 5백 년의 흔적이 한국인의 마음과 생각에 지금도 여전하다. 중국인이 상인의 눈과 마음으로 산다면, 한국인은 선비의 눈과 마음으로 산다. 대의명분과 가치를 좇는 건 선비이지, 상인이 아니다. 그런데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상인의 눈과 마음이 아니라 선비의 눈과 마음이 넘친다. 통상국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생각하면서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국가 리더 그룹도, 위정자도, 언론도, 대중도 그렇다.

통상국가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오랜 역사적 기억에 억눌리는 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역사적 기억 때문에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한중 관계에서 두 나라를 늘 수직적 상하관계로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수직적 서열관계 속에서 중국을 인식하는 한, 한국인에게 중국은 동경과 단절, 숭배와 비하, 기회와 위기의 양극단 중 하나일 뿐이다. 우열을 기준으로 중국을 수직적 시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상황에 따라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는 수평적 시각으로 대하는 대중국 인식 전환 훈련이 필요하다. 과잉 숭배와 과잉 밀착도 아니고 과잉 비하와 과잉 격리도 아닌 대중국 적절한 거리를 냉정한 현실주의 시각으로 중국을 수평적으로 사고하면서 고민할 때다. 

한국이 중국의 흡인력에 휩쓸릴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길은 오직 한국의 경쟁력에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제조업이 가장 많이 진출했고, 중간재 수출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대체 공장으로서 중국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할 때다. 중국 시장과 중국 경쟁 기업, 중국인의 마음과 일상을 철저히 연구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난 30년 같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난 30년 추억과 생각의 관습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눈으로 중국을 보고, 새로운 자세로 중국을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새롭게 중국 공부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과거의 눈에 갇힌 채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원인을 두고서 대중국 정신 승리법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걸 두고서 우리 경쟁력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걸핏하면 중국 애국 소비를 원인으로 드는 것이다. 원인을 우리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 우리 경쟁력은 여전히 중국보다 좋고, 원인은 중국 소비자의 불합리한 애국주의 소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 애국 소비 흐름이 있다. 궈차오(國潮)라는 유행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 이게 한국제품이 중국에서 밀려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생각해 보라. 우리 돈으로 100만 원 넘는 핸드폰을 사면서 애국심을 발휘하여 삼성폰이 아니라 화웨이폰을 사고, 우리 돈으로 3-4천만원 하는 전기차 사면서도 애국심을 발휘하여 현대차가 아니라 비야디 차를 사는 중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중국 소비자가 그렇게 바보이고, 그 정도로 애국심이 강한가? 우리 제품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원인을 중국 소비자의 애국 소비에서 찾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내 패배 이유를 상대에게서만 찾으면서 자위하는 정신 승리법일 뿐이다. 정신승리법의 대가이자 원조인 루쉰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가 정신 승리법을 쓰는 이유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기 위해서다. 현실에서는 패배하면서도 과거 잘 나갔던 때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면서 우쭐해 한다. 그런가 하면, 힘든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정신 속 승리로 도피하여, 자신을 위로한다. 우리가 새로운 중국 앞에서 이런 대중국 정신 승리법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 경쟁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정신 승리도, 이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멀어지자는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도 답이 아니다. 과거 30년 동안 우리가 누렸던 자만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을 잃고 되도록 중국에서 되도록 멀리 격리하는 게 중국에 휩쓸리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 중국에 조공하던 조선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대국이다. 지리적 국토 규모로는 소국이지만 경제적 대국이고 문화적 강국이다. 대중국 정서에서 평상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중국 단절과 격리 정서가 주도하는 온 나라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 때문에 중국 진출이라는 말도 차마 꺼내지 못하던 우리 기업이 다시 중국 진출 전략을 짠다고 소식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런 흐름에 나섰고, K-콘텐츠 기업도 베이징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중국 진출 2.0시대에, 공장으로서 중국이 아니라 시장으로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중국을 보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통상국가 대한민국에 번진 대중국 격리의 파토스를 넘어 통상국가 한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현실주의 눈으로 중국을 보면서,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서 중국인의 마음과 생각을 공부하는 것이, 이런 마음과 생각을 갖는 것이 중국 진출 전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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