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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빅데이터 고객차별(杀熟)의 지속 요인과 국가 규제의 한계
이중희 소속/직책 : 국립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2024-07-31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현상과 연구의 필요성
중국에서는 2018년부터 빅데이터 고객차별(杀熟)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이 단어는 2018년 사회생활 10대 유행어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이중희, 2023b:421). 빅데이터 고객차별(杀熟)은 플랫폼이 알고리즘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중국어의 ‘杀熟’(사수) 혹은 大数据杀熟(빅데이터 사수)를 필자 나름대로 번역한 것이다. ‘杀熟’는 플랫폼에서 동일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단골 고객보다 신규 고객에게 싼 가격을 보여주는 현상을 말한다(이중희, 2023b; 왕타오, 2024).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2020년에 후(胡) 씨 성을 가진 한 여성이 씨트립(携程) 앱을 통해 저우산(舟山) 힐튼 호텔의 전망 좋은 대형 침대 룸을 2,889위안에 예약했다. 하지만 호텔을 나서면서 후(胡) 씨는 호텔 실거래 가격이 1,378위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타급(星级) 단골 고객이었던 후(胡) 씨는 호텔 숙박비를 두 배 이상으로 낸 것이었다(이중희, 2023a:92).
휴대폰의 기종에 따라 가격이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아이폰에서는 다른 휴대폰보다 가격이 비싸게 나타나는 사례가 있다.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이런 현상도 포함하는 개념이다(이중희, 2023b; 왕타오, 2024). 이런 정의와 여러 가지 현상을 고려해서 필자는 ‘杀熟’를 ‘빅데이터 고객차별’로 번역한다.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반면 중국은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강국이고 플랫폼 시장규모가 크다. 쇼핑, 예약 차, 여행, 배달 주문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영향이 중국만큼 큰 나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이상하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의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한 연구가 중국에서는 빈번하였다. 중국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고객차별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지만 향후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빈번할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정상적인 가격차별과 다른 가격차별 사기
중국에서 그동안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한 연구는 법학과 경제학·경영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법학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학·경영학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은 정립돼왔다. 예컨대 상하이공정기술대학교 경영대학의 지루쉐(纪如雪) 등 저자는 정밀마케팅(精准营销)과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자 모두 빅데이터의 마이닝 및 분석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정밀마케팅은 정상적인 소비 확대 방법이지만,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소비 수준과 가격 민감도를 분석한 다음 정보 비대칭을 활용해서 가격을 차별하여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다(纪如雪 등, 2022; 이중희, 2023b:426). 중국 학계는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마케팅 차원에서 정상적인 가격차별과는 다른 가격차별 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의 정책 담당자도 이와 유사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의 지속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중국의 여행, 쇼핑, 배달 주문, 예약차 등의 플랫폼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중국은 플랫폼이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이런 현상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예컨대 베이징 소비자 협회(北京市消费者协会)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응답자의 99.74%, 2022년 응답자의 76.77%가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2021년 응답자의 86.91%, 2022년 64.33%가 빅데이터 고객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1년에 비해 2022년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中新经纬, 2022). 특정 플랫폼의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한 각종 통계도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이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1)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지속 현상은 네티즌이 플랫폼 빅데이터에 의해 고객차별을 당한 경험을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2024년에도 이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국가가 빅데이터 고객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법적 규제 등 각종 조치를 취했지만 국가 규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는 관련 법률 조항으로 빅데이터 고객차별을 규제하려고 시도해왔다. 관련 법률 조항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법규와 관련 부처가 제정한 규정 및 지역에서 제정한 지침”이 있다(왕타오 등, 2024). 하지만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이 지속하는 점으로 보아 이러한 국가의 규제가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중국에서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지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지속요인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는 기업 요인, 기술 요인, 소비자 요인 및 국가 요인이 있다. 첫째, 기업 요인은 플랫폼 기업 요인을 말한다.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양면 시장과 교차 네트워크 효과이다. 양면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사용자)를 말한다(이중희, 2023b:424). 이런 조건에서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도출된다. 먼저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 신규 소비자를 포함한 플랫폼 참여자를 저비용 우대로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이중희, 2022:155).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신규 고객은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단골 고객이 되면 기업 이익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기존 고객은 전환 비용 때문에 기존 플랫폼에 계속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플랫폼 기업이 빅데이터 고객차별과 같이 기존 고객의 이익을 침해해도 이들은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이중희, 2023b:424).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주로 여행, 쇼핑 배달 주문 등 업종에서 발생한다(中新经纬, 2022). 개별 고객입장에서는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있어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피해를 경험해도 고객은 소송할 만큼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향이다(光明网, 2024).
둘째, 기술 요인이다. 기업이 플랫폼에서 이윤 극대화를 하는 수단은 알고리즘이다.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알고리즘은 은폐성과 복잡성을 특징으로 한다. 처음부터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알고리즘은 소비자에게 은폐되어있고 블랙박스의 특징을 보인다. 또한 알고리즘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서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빅데이터의 고객차별은 더욱 불투명하고 은폐되어간다(刘 婷, 2024).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은폐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하다. 이론적으로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차별화 마케팅(差异化营销)과 구분되지만 현실적으로 양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복잡하다(光明网, 2024).
셋째, 소비자 요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말한다. 소비자 요인은 소비자 권리 보호비용이 높다는 점을 말한다(光明网, 2024). <중화인민공화국 민사소송법>의 ‘고객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 원칙에 따라 소비자는 입증 책임, 즉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고 손실이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개별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이 적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보상 금액이 손실보다 훨씬 낮으며, 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는 권리 주장을 포기하고 피해를 수락한다(刘婷, 2024).
넷째, 국가 요인은 국가 규제의 한계를 말한다. 국가는 그동안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해 규제를 시도해왔다. 관련 법률조항 가운데 먼저 정부 측의 관련 법률 조항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反垄断法)>의 제22조, <중화인민공화국 가격법(中华人民共和国价格法)>의 제14조, <중화인민공화국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24조 등이 있다. 다음으로 관련 부서 규정으로는 관련 부서의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관한 규정 및 규범적 문서는 주로 <온라인 여행 사업 서비스 관리 임시 규정(在线旅游经营服务管理暂行规定)>, <국무원 반독점위원회의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지침(国务院反垄断委员会关于平台经济领域的反垄断指南)>, <온라인 부정경쟁행위 금지 규정 (공개 의견 수렴 초안)(禁止网络不正当竞争行为规定(公开征求意见稿))> , <가격 위반 행위 행정 처분 규정 (개정 의견 수렴 초안)(价格违法行为行政处罚规定(修订征求意见稿))>,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互联网信息服务算法推荐管理规定)>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의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관한 지침 문건으로는 <선전경제특구 데이터 조례(深圳经济特区数据条例)>, <저장성 플랫폼 기업 준법 경쟁 지침(浙江省平台企业竞争合规指引)> 등이 있다(왕타오 등, 2024:365-372). 그러나 전술한 것처럼 국가의 각종 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상기의 각종 요인으로 빅데이터 고객차별은 근절되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실제 빅데이터 고객차별로 승소한 판례는 전술한 후(胡) 씨의 사례 정도가 알려져 있다. 이 판결은 2022년에 후(胡) 씨가 씨트립을 고소하여 구매 금액의 3배의 배상을 받은 사례이다(北京京师珠海律所, 2024).
향후 해결의 방향과 전망
전술한 것처럼 중국에서 지금까지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국가의 정책팀이나 학계의 최근 연구는 주로 빅데이터 고객차별이 근절되지 않는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시하는 빅데이터 고객차별의 지속 요인도 대체로 이 글에서 제시한 기업 요인, 기술 요인, 소비자 요인 및 국가 요인과 일치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당연히 네 가지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학자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한 법학자인 류팅(刘婷, 2024)은 빅데이터 고객차별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제도 구축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담당 주체는 첫째, 알고리즘 기술 거버넌스 규칙을 개선하고, 둘째,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셋째, 빅데이터 고객차별에 대한 부서 감독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넷째, 소비자의 자기 보호 의식을 높일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요인은 모두 쉽게 근절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각 요인이 일부 해결된다고 해서 다른 요인의 영향으로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이 근절되지 않는다. 때문에 중국에서 빅데이터 고객차별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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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컨대, 深蓝财经(2023)은 씨트립에 대한 불만 제기 건수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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