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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의 현재와 미래
김동하 소속/직책 :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2024-08-20
징진지 계획의 핵심으로 부상한 슝안신구
슝안신구(雄安新区)는 중국정부가 2017년 4월에 허베이성(하북성)에 설치한 국가급 신구이다. 허베이성의 슝현(雄县), 룽청현(容城县), 안신현(安新县) 3곳을 묶어 조성했으며, 면적은 1,770㎢에 달한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05㎞ 떨어진 지역에 서울시 3배 규모의 새로운 신구를 조성한다는 중앙정부의 발표 후에도 중국의 여러 권역별 개발 계획을 주목해 왔던 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톈진시에서는 1994년부터 빈하이신구가 조성되어 30년째 권역 발전을 꾀하고 있어서 ‘허베이성에 왜 또 다른 신구?’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필자가 슝안신구를 방문하게 만든 계기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작년 8월에 베이징·허베이성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에 대한 허베이성 당서기 니웨펑(倪岳峰)의 슝안신구 보호 선언이었고, 둘째는 2020년 12월에 개통된 베이징 서역~슝안신구 간 고속철 개통이었다.
작년 8월, 140년만의 폭우로 베이징과 허베이성이 피해를 본 가운데 니웨이펑 허베이성 당서기는 “베이징의 홍수 압박을 경감하기 위해 허베이성에서 물을 제어하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는 수도를 위한 후청허(护城河· 우리 한자로는 해자·垓字)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며, 슝안신구가 허베이성에서 홍수 통제의 최우선 순위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니 서기의 이러한 발언은 과잉 충성으로 여겨져 많은 중국 네티즌을 분노하게 했고, 해외 언론에까지 인용보도 된 바 있다.
시진핑의 신구로 부상
슝안신구의 태동은 2015년 4월에 발표된 징진지 협동발전규획강요(京津冀协同发展规划纲要)가 그 배경이다. 베이징시(京·징), 톈 진시(津·진), 허베이성(冀·지)을 통합 발전시키려는 계획은 2004년부터 있었고, 2010년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징진지 도시권구역 규획(京津冀都市圈区域规划)’까지 공포되었으나, 세 도시의 발전전략과 지리적 환경이 각기 달라 지지부진했었다. 시진핑 신정부가 출범하고 다시 ‘징진지 협동발전규획강요’를 공포하면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위 ‘강요’의 요점 중 하나는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교육·의료·금융·연구)의 허베이성으로 분산이고, 그 주요 대상 중 하나로 슝안신구 설치가 결정된 것이다.
중국 내 특구, 신구 등 지역 혹 권역개발 계획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먼저 수년간 추진하다가 그 성과가 나타나거나 파급력이 커져야 중앙정부가 국가급으로 승격시키고 본격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앞서 예로 든 톈진 빈하이신구도 톈진시에서 1994년부터 추진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종합개혁시범구’로 승인한 것은 12년이 지난 2006년이다.
반면 슝안신구는 처음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성이 결정(2017.4)됐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신화망 등 중국 관방 언론들은 슝안신구를 선전경제특구, 푸둥신구에 이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국가급 신구임을 대외 천명했고, 이를 배경으로 슝안신구는 시진핑의 특구, 시진핑의 신도시라는 별칭으로 국내외 언론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18년짜리 권역개발 정책
슝안신구 설치가 결정(2017.4)된 후 두 가지 큰 전환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2018년 12월에 국무원이 ‘허베이 슝안신구 총체규획 2018~2035년(河北雄安新区总体规划)’을 발표한 것이고, 두 번째는 2019년 8월에 설치된 허베이 자유무역시험구에 슝안신구 중 33.23㎢가 포함된 것이다. ‘총체규획’을 통해 슝안신구 조성이 향후 18년 동안 진행될 장기 정책임을 천명하였고, 허베이 자유무역시험구에 슝안신구 일부를 포함시켜 어느 정도 베이징이 비수도 기능 이전이 완료되면 외자기업의 진입을 받아들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점이다.
2013년 9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시작으로 중국에는 22개의 ‘자유무역시험구’가 설치되어 있다. 시진핑이 집정하면서 시작되어 ‘시진핑의 경제특구’로도 불린다. 자유무역시험구에서는 타 지역에는 외자 진입이 금지된 첨단제조, 문화 콘텐츠, 금융 리스, 빅데이터, 5G통신 분야에 대한 외국기업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슝안신구에 어떤 외국기업들이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완공된 아파트가 총 830개 동에 달하고, 2023년 6월 말 현재 슝안신구에 중앙기업(중앙정부 관할 국유기업) 64개, 첨단기업 573개가 입주하여 등록자본금 1,174억 위안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들어 설립한지 6년이 지난 슝안신구에는 첨단기술기업이 323개, 국가급 과학기술 혁신 중소형기업 404개가 소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미 입주한 화능(华能), 중국중화(中国中化·시노캠)를 비롯한 중앙기업의 산하 자회사와 기관이 200여 개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2년 대비 40% 늘어난 수치이다. 2024년에는 북경우전대학이 투자한 슝안항공우주정보연구원(雄安空天信息研究院)이 설립되기도 했다.
2024년 5월말 현재, 383개 중점 프로젝트에 대해 7,100억 위안 투자가 완료되어, 총 면적 4,476만㎡ 규모에서 4,180개 동 건축물(아파트, 사무실 등)이 완공되었다. 건축물과 연관된 부지 면적은 184㎢에 달한다.
새로 건설된 도로는 712㎞이며, 신설 하수관 파이프라인은 141㎞, 신설 수리(水利)공정(저수지·댐·우수 처리장) 관로는 315㎞ 규모이다. 2023년 말 기준, 이주민 10만 명이 새로 지어진 이주민용 아파트 입주를 완료하여 도보 15분 내 녹지·공원으로의 접근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위해 슝안신구의 전체 면적(1,770㎢) 중 70%를 녹지로 채우고 30%만을 건축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후커우 개혁도 동시에
슝안신구를 구성하는 3개 현은 모두 허베이성 바오딩시 직할 현이며, 슝현(雄县) 인구는 47.8만 명, 룽청현(容城县)은 27.3만 명, 안신현(安新县) 45.3만 명 수준이다. 룽청현은 슝안신구의 중심지이며, 베이징에서 이전해 온 주요 기업들, 관공서 등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슝안신구 설치 전 3개 현 주민은 모두 농민 후커우(비도시 후커우)를 가지고 있었으나, 슝안신구 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에 ‘허베이슝안신구 거주증 실시방법(河北雄安新区居住证实施办法)’을 공포하여 기존 주민들과 자격을 갖춘 전입자들에게 ‘슝안신구’ 후커우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2023년 11월 1일에는 슝안신구에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처음으로 133100 ‘슝안신구’ 후커우 번호(주민증번호 앞자리)를 부여한 것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또 같은 시기에 ‘허베이슝안신구 점수제 후커우 부여 방법(河北雄安新区积分落户办法)’을 공포하여, 슝안신구 기여도, 연령, 학력, 세금납부 실적, 소속 기업의 종류와 공헌도 등을 모두 점수화하여 직장을 따라 온 전입자들에게 슝안신구 후커우를 부여하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입전출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이러한 후커우 취득 방법은 유능한 인재를 슝안신구로 불러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2024년 5월자로 후커우 관리업무가 1차 완결되어, 슝안신구 후커우 등록 인구는 12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정부가 당초 계획한 슝안신구의 인구 기준은 530만 명이다. 따라서 약 400만 명의 외부 유입인구에게 향후 슝안신구 후커우를 부여할 예정이다.
중앙기업이 견인하는 기업 유치
중국에서 신구(新區) 개발은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조성 - 국유기업 진출 – 내수시장 조성 – 민영기업 유치 – 외자기업 유치’ 라는 공식(순서)을 따른다. 슝안신구도 이런 공식을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슝안신구 관리위원회 홈 페이지 뉴스센터를 참고하면, 호텔 캠핀스키, 국제무역센터, 차이푸센터(财富大厦), 중국중화(中国中化시노캠) 본사, 중국화능그룹 본사, 중국광산자원공사 등 단독건물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산업센터 구역에는 차이나유니콤의 인터넷 산업원,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중국위성통신그룹과 국가전력망공사의 연구소와 본사 등이 입주했다. 1차적으로 중앙정부 관할기업인 ‘중앙기업’이 이곳으로 이주하고, 이후 중앙기업이 투자한 자회사들이 들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말 기준, 중앙기업 산하 자회사(2급 및 3급 투자사), 손자회사 등 모두 200여개 기업이 슝안신구에 입주했다. 슝안신구 외사 판공실 런즈다 주임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 동안 건설 사업에 6,570억 위안이 투자됐고, 2024년부터는 매년 최소 2,000억 위안씩 더 투자된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는 원천 봉쇄
슝안신구에 들어선 수많은 아파트를 보면서 혹시 베이징 신혼부부들이 고속철로 1시간 거리인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룽청현 출신 택시기사 천 선생과 대화를 마치기도 전에 불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슝안신구에는 두 종류의 아파트가 있는데 하나는 이주민 전용 아파트(안치방·安置房)이고, 나머지 하나는 상품방(商品房)으로 불리는 판매용 아파트이다. 다만 상품방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슝안신구에 입주를 한 기업 소속의 직원이나 슝안신구가 인정한 고급 과학기술인재만 구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슝안신구는 부동산 투기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2017년 슝안신구 설치로 3개 현에서 이주(마을 전부 또는 일부)를 해야 하는 촌(村·마을)은 모두 94개에 달했다. 먼저 1차로 2개 마을이 2018년에 이주를 시작했으며, 2차로는 2019년에 54개 마을이 이주를 시작했다. 21,597명이 2차 이주 대상이었고 33.52㎢의 토지가 징발되었다. 이들은 현재 이주민 전용 아파트에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차 이주 대상은 나머지 38개 마을에 거주하는 1만 9,000명으로 징발 토지 대상은 40.6㎢이며, 이들이 거주할 이주민 전용 아파트는 건설 중인 것을 이곳 현장에서 필자가 확인할 수 있었다.
딱히 이주 순서는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슝안신구 중심이 룽청현에 있다보니 룽청현 주민들부터 이주가 이루어졌다. 이주민 전용 아파트를 구매한 천 선생에 따르면 10년 동안 전매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