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F 중국전문가포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내용과 영향

구기보 소속/직책 :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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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 제기

중국은 과거와 같이 양적 고도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산업고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정책은 단순히 2차 산업이나 서비스업 비중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에서도 첨단 제조업과 첨단 서비스업을 늘리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을 시장경제로 끌어들여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립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하도록 승인하였다. 그 결과 WTO 가입 후 중국 경제가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 등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2035년 전후에 미국을 추월할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제를 넘어 군사적인 부상을 견제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이 첨단 무기를 제조하는데, 반도체를 사용하면서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관 련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맹국에게도 중국에 반도체 관련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와 중국의 대응방안을 통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도출하고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내용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는 개별 기업에 대한 수출 제한에 머물렀다. 2018년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대한 수출금지, 2020년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차단 및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제재, 2020년 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SMIC 등 10개 기업 수출금지 조치 등이다.

바이든 정부는 개별 기업에 대한 통제를 넘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치를 취하였다. 2022년 미 상무부는 자국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에게 중국이 군사용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는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였다. 또한 2023년에는 엔비디아에 대중국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였으며, 2023년 미국산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금지하고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에 사용하는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였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자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그치지 않고, 동맹국을 포함하여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와 칩의 수출을 제한하였다. 네덜란드에 대해 2019년부터 첨단기술에 해당하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의 대중국 수출을 불허한 것에 그치지 않고 2023년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에 대해 범용 장비에 해당하는 심자외선 노광장비(DUV)의 수출을 통제하도록 요구하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반도체법을 통해 대중국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한하였다.

다음으로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연합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였다. 즉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칩4동맹’을 제안하며 주요 반도체 강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과 연합하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 장비, 원천 기술 등을 책임지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통제 외에도 2023년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관련 투자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였다.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도록 하였다. 특히 가드레일(안정 정치) 조항에서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에 첨단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상, 구세대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3. 중국 정부 및 기업의 대응 방안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통제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중국 정부와 기업은 우선 우회 수입을 통해 반도체 장비를 확보해왔다. 실제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가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수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미국산 AI 반도체 칩을 수입하기도 하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최종 구매처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또한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의 구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였다.

둘째,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하여 금년도 3,440억 위안의 제3기 반도체 지원기금을 마련하였다. 동 기금은 중장기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 외에도 AI 반도체와 고대역폭(HBM) 메모리 제조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1기 반도체 투자기금, 2019년 2기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꾸준히 지원해왔다. 3기 반도체 투자기금은 규모가 커진 것 외에도 첨단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금과 차이가 있다.

셋째,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와 기업은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중웨이(中微)반도체설비유한공사(AMEC)의 인즈야오 CEO는 수백 개 기업이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 기본적인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동사는 식각 장비 부품의 60%, 금속 유기 화학진공 증착 장비 부품의 8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노광 시스템, 이온 주입 공정, 전자 빔 검사 시스템이 중국 기업의 최대 약점이라고 하였다.

한편, 미국의 반도체 통제에 맞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 기업들이 공동으로 반도체 장비 개발에 나서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하였으며,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회사인 YMTC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하였는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 설계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으며, 바이두에 어센트(Ascend) AI 칩을 공급하고 있다.

4.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 및 대응방안

4.1.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함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4억 달러와 4.5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결정되었다. 보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산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유관 분야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의 반도체 수급 차질로 컴퓨터, 가전 등 산업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생산 차질은 각국의 생필품 부족을 유발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중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어려워지면서 중국 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첨단 설비는 5%, 범용 설비는 10% 이내에서만 반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확장은 물론이고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향후 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현황을 보면 한국산 장비 수입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중국의 한국산 장비 수입액은 56.2억 달러에서 2023년 44.8억 달러로 감소하였으며, 주요 장비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수출액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그 이유는 중국 기업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범용장비에 대한 자급률을 높인 반면, 네덜란드와 일본에 대해서는 규제가 강해지기 전에 대거 구매한 것에 기인한다.

한편, 바이든 정부가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는 그 규모가 크지 않지만 AI산업이 발전하면서 HBM의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HBM의 수출 통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넷째, 중국 반도체 자립도 제고 때문에 한중 간에 반도체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기업 간에 협동 연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중국 반도체 관련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하였고,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회사인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하였다. 또한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4.2. 대응방안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우선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시장지위를 확고하게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는 특히 중국의 범용 반도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반도체 지원 보조금을 축소 내지 폐지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절대적으로 큰 상황에서 미국의 반도체 통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GPU 반도체의 대중국 통제를 제한하자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GPU를 별도로 개발하기도 하였다. 바이든 정부가 한국의 대중국 HBM 수출통제를 강화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있다. 즉 HBM1의 수출은 허용하지만 HBM2 이상 첨단 반도체 수출은 통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국내 반도체 산업단지 육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용인 반도체 단지 설립이 지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반도체 기업 간에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대만의 TSMC와 함께 차세대 R100 AI GPU 탑재용 HBM4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향후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협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구기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역설, 에너지경제, 2023.11.20. 8월 5일 검색

https://m.ekn.kr/view.php?key=20231120010004434

- 구기보, 미중 갈등 하의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선택, INChinaBrief, 2023.

- 곽도영, 살 길 찾는 中…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자체 칩 개발 박차, 동아일보, 2023.8.8. 8월 2일 검색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808/120606633/1

- [사설]반도체 장비 中 수출통제 최대 피해는 韓… 외교력 발휘할 때, 동아일보, 2024.4.9. 8월 2일 검색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408/124383797/1

- 오종혁, 중국 제3기 반도체 투자기금의 특징 및 시사점, 세계경제포커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7.3.

- 윤고은, 中반도체 CEO "中, 올여름 반도체 장비서 기본적 자립 가능", 연합뉴스, 2024.8.2. 8월 2일 검색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848854

- 이상원, SK하이닉스, 삼성 테스트 통과 못한 HBM3E 12단크에 곧 공급 개시, M today, 2024.8.5. 8월 5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