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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 때리기

이왕휘 소속/직책 :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4-08-21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국의 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2009년 미국을 추월하였던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등극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수출한 약 491만 대 중 120만 대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를 총칭하는 신에너지차(新能源汽车; new energy vehicle)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가 2030년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신에너지차 점유율을 각각 33%, 45%로 예측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1)


2023년 말 이후 등장한 EV 캐즘(Chasm)이 장기화되면, 중국의 비중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올해 EV 판매가 미국과 EU에서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중국 EV 판매량을 작년보다 200만 대 늘어난 약 1,150만 대로 예측하고 있다. 2024년 7월 중국 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이 51.1%로 휘발유 차량의 비중을 넘어섰다. 2) 137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네이쥐안(內卷)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지난 7월 31일 글로벌 최대의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가 BYD의 EV를 10만 대 구매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하였다. 우버가 BYD를 선택한 이유는 낮은 가격과 자율주행 공동연구였다. 우버는 BYD EV를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 먼저 배치하고 나서, 중동,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BYD는 우버가 진출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 EV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3)


관세 인상의 명분은 불공정 무역과 과잉생산

중국의 EV 굴기가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EU는 중국산 전기차(EV) 때리기가 돌입하였다. 사실 중국산 EV의 수입량은 아직 많지 않다. 미국과 EU가 작년 수입한 중국산 EV는 각각 12,362대, 438,034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난 5월, EU는 지난 6월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선제적인 조치를 도입하는 이유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범람으로 고사된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는 데 있다.

2017년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미국과 EU는 중국에 불공정 무역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해 왔다. 중국은 경쟁국보다 훨씬 더 많고 다양한 보조금과 혜택을 EV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해외기업에게도 보조금이 주어지지만, 그 대부분은 중국기업에게 지급되고 있다.4)

과잉생산도 미국과 EU가 비판하는 문제이다. 자동차 산업이 세수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자동차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5) 적극적 산업정책의 결과 중국기업은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을만큼 많은 EV를 제작하고 있다. 팔리지 않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중국기업이 EV를 중국 내 판매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6)

불공정 무역과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과 EU의 일차적 대응책은 관세 인상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5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EV 관세를 올해 25%에서 100%로 무려 네 배를 한 번에 올렸다. EV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에 대한 관세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7.5%에서 25%로 세 배 이상 인상할 예정이다.7) 이러한 포괄적인 관세 인상은 미국의 목표가 특정 상품의 수입 축소가 아니라 공급망의 재편에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규제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9일 우려국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의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 차량의 해킹과 데이터 유출 위험에 대해 상무부에 조사를 명령했다. 이에 상무부는 우려국가의 소유, 통제, 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커넥티드 차량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를 설계, 개발, 제조 또는 공급하는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8)

2022년 6월 발효된‘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도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9) 이 법의 취지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으로 제조된 것으로 간주된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은 미국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는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세관은 올해 2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중국기업이 제작한 부품을 사용한 폭스바겐 그룹의 포르쉐·벤틀리·아우디 차량 수 천대의 통관을 중지시킨 바 있다.10)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10월에 개시된 중국산 EV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종료한 올해 6월 상계관세의 부과를 잠정적으로 확정하였다. EU는 미국과 달리 회사별로 다른 관세율을 차등적으로 취급하였다. 상하이자동차(SAIC), 비야디(BYD), 지리자동차에 각각 38.1%, 17.4%, 20%의 상계관계가 부과되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조사의 협조 정도였다. 이번에 조사되지 않은 중국기업에 대해서도 협조 여부에 따라 21%와 38.1%의 상계관세가 부여될 예정이다. EU는 이번 조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산 테슬라에서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세율을 계산할 것이라고 밝혔다.11) 7월에 발표된 공식 발표에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지리자동차의 관세율이 각각 37.6%, 19.9%, 협조기업 및 비협조 기업의 관세율이 각각 20.8%, 37.6%로 근소하게 낮아졌다. 최종 결과는 10월 4일 공식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12)

관세 인상의 실효성은 회의적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EV 수입량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서 관세 인상의 효과가 가시적 드러나기 어렵다.13)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EV 브랜드는 스웨덴 볼보 자동차― 중국 지리자동차가 2010년 인수하였다 ―의 자회사인 폴스타이다. 2024년 1/4분기 미국이 수입한 EV 총 269,000대 중 폴스타는 2,210대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의 EV 수출량 130만 대의 1% 미만이다.14)

EU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회원국 사이의 견해차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15일 회원국들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비공개로 시행된 예비 투표에서 27개국 중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폴란드 등 10개국이 찬성, 헝가리, 슬로바키아, 키프로스, 몰타 등 4개국은 반대,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포함한 13개국이 기권한 것으로 보도되었다.15) 회원국별 인구수에 비례하여 투표수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EU의 가중다수결제에 따르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본투표에서 회원국 55% (16/28개국) 및 EU 전체인구의 65%가 찬성하지 않으면, 이번 상계관세안은 기각된다. 

중국은 EU의 관세 인상 조치에 양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자적 차원에서 중국은 2024년 8월9일 EU의 상계관세가 자유무역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WTO의 분쟁 해결 메커니즘에 제소하였다.16)

양자적 차원에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국가들을 회유하고 적대적인 국가를 위협하는 등 강온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17) 관세 인상에 반대하는 독일과 스웨덴은 중국에서 EV를 생산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BYD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번 조치를 가장 강력하게 주도한 프랑스를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3년 12월 EV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을 운행 중 탄소배출량에서 차량 생애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으로 전면 개편하였다. 22개 전기차 브랜드의 78개의 모델이 포함된 2024년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 EV 목록에 BYD의 중국산 아토3와 돌핀은 배제되었다.18) 이러한 제도 변경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에서 보호주의적 조치로 간주될 수 있다.19) 중국은 2024년 1월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프랑스에 응수하였다.20) 조사 대상국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수입하는 브랜디의 99%가 프랑스산 코냑이라서 이 조사가 프랑스에 대한 보복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절제되고 정교한 대책이 필요

우리나라도 중국산 EV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 2023년 말기준 전체 누적 보급 대수 7,055대의 40.2%인 2,835대가 중국산이었다. 작년에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었다.21) 승용차 시장에서는 아직 중국산 EV 수입이 제한적이다. 또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중국 1위가 아닌 BYD가 아니라 미국 1위 테슬라이다. 즉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제조된 EV가 가장 많이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BYD가 올해 하반기에 저가형 모델인 아토3과 돌핀을 출시하면, 중국 브랜드의 비중이 상승할 것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국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EU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조 능력과 시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EV 공급망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보복에 우리나라는 미국과 EU보다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중국산 EV의 굴기에 대해 미국과 EU와 유사한 방안을 활용할 수 없다. 

우리보다 여건이 더 우수한 EU도 미국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EU는 관세를 일시에 3-4배 이상 인상하는 충격 요법 대신에 20∼40% 내외의 상계관세를 브랜드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하였다. 또한 몇몇 EU기업은 중국 내 EV 및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중국기업과 합작으로 EU 내에서 EV 및 배터리 제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연계를 통해 EU는 중국산 EV의 충격을 충돌이 아닌 협상을 통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EU가 아직까지 합의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문제는 테슬라와 같은 해외기업의 중국산 EV에 대한 규제이다. 양국 모두에서 중국산 테슬라를 중국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 예외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테슬라의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본사가 미국에 있어 테슬라를 차별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산 테슬라는 미국산 테슬라와 같이 취급하게 되면, 다른 국가의 중국산 EV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규제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 기업이 차량용 전자장비를 해외에 많이 수출하고 있어, 사이버 보안과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데이터 국지화 전략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에 대한 일괄적 규제를 도입할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수출과 보안이 상충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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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loomberg News, Less Than 20 Chinese EV Brands to Be Profitable by Decade’s End (July 10, 2024)
2) Global Times, NEVs Make up Nearly Half of China's Auto Sales in July (August 09, 2024)
3) Uber, Uber and BYD Partner to Accelerate Global EV Transition (July 31, 2024)
4) Scott Kennedy, The Chinese EV Dilemma: Subsidized Yet Striking, CSIS blog (June 28, 2024); Keith M. Rockwell, What EVs Tell us about Global Trade's Troubles, Hinrich Foundation (2024)1988년 9월 5일 통과된 중국 국가기밀보호법이 1989년 5월 1일부 정식 시행됨에 따라 기존 1951년 6월 공포된 <국가기밀보호 잠정조례(保守國家機密暫行條例)>는 폐지되었다.
5) Zhuoran Li, China’s EV Overcapacity Is Inevitable, Diplomat (August 06, 2024)
6) 도원빈·김우종·김진아,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트레이드 브리프 No.8 (2024)
7) White House, FACT SHEET: President Biden Takes Action to Protect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from China’s Unfair Trade Practices (May 14, 2024)
8) White House, FACT SHEET: Biden-⁠Harris Administration Takes Action to Address Risks of Autos from China and Other Countries of Concern (February 29, 2024); U.S. Department of Commerce, Securing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and Services Supply Chain: Connected Vehicles, Federal Register (March 1, 2024)
9) 유럽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정아, ‘EU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정’ 주요 내용 및 시사점, 통상이슈 브리프 No.11 (2024)
10) US Senate Finance Committee, Insufficient Diligence: Car Makers Complicit with CCP Forced Labor (2024)
11)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Investigation Provisionally Concludes that Electric Vehicle Value Chains in China Benefit from Unfair Subsidies (June 12, 2024)
12)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Imposes Provisional Countervailing Duties on Imports of Battery Electric Vehicles from China while Discussions with China Continue (July 4, 2024)权威解读新 修订的保守国家秘密法,这些新规定值得关注, https://baijiahao.baidu.com/s?id=1792132300622483625&wfr=spider&for=pc(검색일자 : 2024.06.22) 
13) William Alan Reinsch, Car War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2024)
14) Keith M. Rockwell, China EVs Drive a Widening Gulf in Transatlantic Trade Policy, Hinrich Foundation (2024), p.6.
15) Philip Blenkinsop, EU Countries Divided on Chinese EV Tariffs in Vote, Sources Say, Reuters (July 17, 2024); An Limin and Denise Jia, EU Non-binding Vote on Chinese EV Tariffs Shows Members Are Divided, Caixin (July 19, 2024) .
16) Xinhua, China Files Appeal to WTO over EU Electric Vehicle Tariffs (August 9, 2024)
17) Francesca Ghiretti, Not All Tariffs Are the Same: The Core Differences between U.S. and EU Tariffs against Chinese EVs, CSIS Blog (2024)
18) 곽미성, 2024년부터 변화하는 프랑스 전기차 구매 지원 제도, KOTRA 해외시장뉴스 (2024년 1월 4일) 
19) Jacob Funk Kirkegaard, Europe is Taking a Constructive Approach to the Influx of Chinese Electric Vehicles, PIIE Blog (May 23, 2024)
20) Global Times, China's Commerce Ministry Says It will Conduct Anti-dumping Probe into EU Brandy in Open, Transparent Manner, Rejects Claims It Targets France (January 11, 2024)
21) 박상우, ‘싼 게 비지떡’ 중국 전기버스, 판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202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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