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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녹색전환 전략과 한국의 전략 모색
강택구 소속/직책 :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2024-08-22
중국의 녹색전환 전략과 한국의 전략 모색1)
과거 한·중 간의 협력은 분업에 기반하여 보완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및 제조부문에서의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G2의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가지면서 과거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누렸던 상호 보완성이 감소하였다.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에 대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고 중국에 대해 우리의 경쟁우위도 점차 사라지면서 양국의 보완관계는 경쟁관계로 전환되었다. 이에 더해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과 탈동조화가 가속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의 대외 환경이 변화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한중 양국 관계는 과거와 달리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전환이 한·중 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녹색전환을 둘러싸고 양국의 협력과 경쟁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을 모색해 본다.
중국의 녹색전환 전략
미·중 경쟁 격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더해 중국 내부적으로 기존 성장방식의 한계와 인구 감소, 부동산 수요 등의 요인이 동반되면서 경제성장도 정체하기 시작하였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경제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중국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조하면서 녹색전환을 제기하였고, 주요한 국가전략 중 하나로 삼고있다.
중국이 녹색발전을 언급한 것은 2015년 들어서이다. 동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녹색발전 개념을 제안하면서 관련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녹색발전은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원칙을 견지하는 기본적인 국가책략이다. 자원 절약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사회 건설을 가속화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의 새로운 패턴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후 2021년 3월 발표한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 발전방식의 녹색전환 가속”을 제시하였고, 2022년 10월 개최한 중공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사회발전의 녹색화 및 저탄화 촉진은 고품질 발전 실현에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중국은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소위 ‘쌍탄(2030 탄소피크와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이후 탄소피크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관련 문건이 쏟아져 나왔다. 중공 중앙과 국무원은 2021년 9월 22일 <새로운 발전 이념의 정확한 관철을 통한 탄소피크와 탄소중립 업무 이행에 관한 의견>과 <2030 이전 탄소피크 행동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중국의 관련 주요 부처와 성급 지방정부에서도 탄소피크 달성을 위한 행동방안을 마련하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2030 탄소피크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중 간 녹색전환 협력과 경쟁
녹색전환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의 전략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2) 한·중 양국 탄소중립 전략의 유사성은 향후 양국의 협력 공간이 넓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연구에서는 한·중간 녹색전환에서 협력 가능한 분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수소 분야를 꼽고 있다. 다만, 상기 언급한 협력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기술은 지속적으로 격차를 넓히면서 감격차 기술에서 한·중 간 협력을 통한 우리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정교하고 세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우 CCUS 분야 중에서 분리막 포집, 화학적 전환 등과 더불어 수소 생산과 관련하여 알카라인 수전해 등의 기술은 감격차 기술로 선정되어 있다.3) CCUS와 수소의 세부 분야에서 초격차 및 감격차 기술을 면밀하게 선별하여 한·중 간 협력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편, 양국 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의 유사성은 경쟁의 여지도 있다. 녹색전환을 둘러싼 한·중 간의 전략 유사성으로 녹색전환 관련 산업에 투자가 유사하게 진행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수력, 풍력, 태양광, 원자력 발전 용량 규모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대 청정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4) 한국은 그간 내수시장에 집중되어 있던 녹색산업을 중동과 중앙 및 동남아시아의 해외 시장으로 확대한다는5)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한·중 간 해외시장 확보를 둘러싼 경쟁 가능성이 높다.
한중 간 녹색전환의 협력과 경쟁은 한·중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닌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간 갈등으로 경제안보의 이슈로 전환된 분야에 대해서는 한·중 간 협력 분야로 선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군사안보 분야와 더불어 비전통안보 분야로 일컫는 인공지능, 5G, 양자컴퓨터, 반도체 심지어 한때 미·중 양국 간 협력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기술-통상-국제표준 등 다양한 이슈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갈등의 이슈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6) 2022년 9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과 함께 청정기술(clean tech)을 기술 생태계의 “전력을 배가하는 장치(force multipliers)”이며 국가안보의 필수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7)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 수소에너지의 경우 현 미국 정부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녹색전환을 둘러싼 우리의 중국 전략
우선, 올 5월에 개최한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복한 3국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 진출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녹색전환 분야의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중국이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에 던진 핵심메시지는 경제협력 강화이다. 특히 녹색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통한 제3시장 진출 방안 모색한다. 제9차 한·중·일 정상공동선언문 제9조에는 ‘한·중·일+X 협력을 촉진하여 3국이 다른 지역과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우리 정부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 확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신호이다.
둘째, 최근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이슈가 통상문제와 연계되어 새로운 규범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환경규제를 포함한 신환경통상규범과 한·중 FTA 정합성을 검토하고 향후 한·중 FTA에 어떤 내용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셋째,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논의한 아젠다에 대한 협력 분야를 구체화한다. 당시 중국은 한국에 창춘 국제협력시범구 건설, 첨단제조, 청정에너지,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등 분야를, 일본에 대해서는 과기혁신, 디지털 경제, 녹색발전, 제3국 시장 개발 분야를 강조하였다.8) 녹색발전 분야에서 중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분야가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검토하여 협력 분야와 전략을 마련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중국과의 녹색전환 분야에서 협력이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유리한지이다. 녹색전환 관련하여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우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가 우위를 지켜야 할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을 식별한다. 더불어 미·중 전략경쟁의 구도하에서 녹색전환 관련하여 이미 상당 부분 경제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선 이차전지와 같은 산업의 협력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녹색전환 분야의 초격차 기술을 면밀하게 선별하여 한·중 협력을 진행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신격차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여 유지하는 것이다.9) 초격차 기술의 유지는 지속 가능한 양자 관계를 유지하는데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중·일 관계에서 확인하듯이, 양국 간에 역사문제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여도 중국은 첨단기술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과의 경제협력은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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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글은 2024년 KIEP의 수탁과제로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그린전환과 대중국 전략”의 일부 내용을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요약 및 정리하였음.
2) 박소희(2022), 『중국의 산업 녹색전환 전략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산업연구원, p. 103; 이현주(2023), 『탄소중립 시대 중국 동북지역 한중 지역개발 협력방안: 중국 지린성을 중심으로』, 국토연구원, pp.108~109. Zhuoran Li, China’s EV Overcapacity Is Inevitable, Diplomat (August 06, 2024)
3)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확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2023년 5월 18일, p.3.
4) “中国绿色技术助力全球能源转型,” 『人民日报』海外版, 2024年 4月 20日, 第6版.
5) “녹색산업, 2023년 20조 원, 임기 동안 100조 원 수출,” 환경부 보도자료, 2023년 1월 3일.
6) 강택구 외(2022), 『미·중 전략경쟁 내 중국 탄소중립 대외전략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환경연구원, pp.14~17.
7)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at the 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 Global Emerging Technologies Summit,” Sept. 16, 2022, The White House 홈페이지,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2/09/16/remarks-by-national-security-advisor-jake-sullivan-at-the-special-competitive-studies-project-global-emerging-technologies-summit/, 검색일: 2024.6.1.
8) “第八届中日韩工商峰会在首尔举行,” 『中央广电总台央视新闻客户端』, 2024年 5月 27日, https://news.cri.cn/20240527/7c5de627-e4e7-44ee-5dc7-238d6232b8e0.html, 검색일: 2024.5.28; “经贸关系是压舱石, 中日中韩在产供链合作中有哪些新机遇?” 『第一财经』, 2024年 5月 27日, https://finance.eastmoney.com/a/202405273087922544.html, 검색일: 2024.5.28; “经贸关系是压舱石, 中日中韩在产供链合作中有哪些新机遇?” 『第一财经』, 2024年05月27日, https://finance.eastmoney.com/a/202405273087922544.html, 검색일: 2024년 5월 28일).
9) 초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으로 선두를 유지하면서 격차를 확대해 나가는 기술을 일컫으며, 신격차는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 신시장 창출 및 선점이 가능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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