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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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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2024년 베이다이허 회의 평가와 함의

양갑용 소속/직책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24-09-02

베이징에서 270여 킬로미터 떨어진 허베이성(河北省)의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매년 중국공산당 현 지도자, 은퇴 원로, 지식인 등이 모여 휴양 겸 회의를 한다. 이를 베이다이허 회의라고 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여름 피서를 겸해 당정군(黨政軍) 간부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한 것이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식 회의(正式會議)는 아니다. 비공식 회의이기 때문에 회의 주제, 시간과 장소, 참석자, 의제 등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원로나 지식인들은 7월 말경에 베이다이허에 집결하고, 현직 지도부는 8월 1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해방군 창립 기념 행사를 마치고 베이다이허 회의에 합류한다. 

올해는 8월 3일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대신하여 베이다이허에 집결한 지식인 등을 위로하는 행사를 한 것으로 보도되어, 8월 초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8월 16일 리창(李強) 국무원 총리가 국무원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8월 19일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또 럼과 정상회담을 했다는 보도로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미 끝났음을 알 수 있다. 올해도 여전히 유추를 통해서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의 영향력

앞서 언급한 대로 베이다이허 회의는 비공식 회의이다. 따라서 회의의 의제, 논의 결과 등은 따로 발표되지 않는다. 공식 회의가 아니므로 사실상 무엇을 논의하고, 누가 참석했으며, 어떠한 논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도 베이다이허 회의가 주목받는 것은 휴가나 피서 기간을 빌어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 전 현직 지도자가 함께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관행 때문이다. 휴양의 의미와 함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비공식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실제로 1958년 타이완 진먼다오(金門島)에 대한 포격 공격을 결정한 것이 바로 베이다이허 회의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들어서 베이다이허 회의가 원로의 발언권 행사로 자칫 현 지도부와 갈등을 표출하는 등 권력분산의 우려를 반영하여 일시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리고 휴양의 의미와 지식인의 위로 자리로 부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의 정치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시진핑 시기 들어서 권력이 상당 부분 공식 기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비공식 기구나 제도의 현실 정치에 대한 효용성이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베이다이허 회의와 같은 비공식 제도나 관행의 정치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중국의 국내외 보도와 평가도 많이 줄어들었다. 중국 국내에서 베이다이허 회의에 관한 공식 보도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해외 언론 특히 중국 바깥에서 활동하는 반중국 언론이나 대기원(大紀元) 등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미디어에서는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신뢰할 수 없는 주장만을 나열할 뿐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줘라이(吳祚來)는 8월 15일 자신의 SNS에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은퇴 원로 및 현 일부 정치국 상무위원이 시진핑의 업무에 대해서 질책하고 ‘8개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주장만 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에 “진위를 묻지 말라(莫問真偽)”고 하여 오히려 스스로 불신을 조장하고 있을 뿐이다. 
 
흔들리는 시진핑의 위상?

덩위원(鄧聿文)은 8월 19일 미국의 소리(VOA)에 논평을 게재하고, 베이다이허 회의 개최 기간 시진핑 위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소문’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소문’을 차치하더라도 시진핑의 위신이 심각하게 침식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권위 약화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경제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일각에서 언급하고 있는 베이다이허 회의 내부에서 시진핑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는 주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발언 맥락으로 보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어떠한 논의가 있어서 시진핑 주석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아니고, 오히려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시진핑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이것이 시진핑 주석의 위상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물론 당국가체제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권위 실추가 정치 권력의 근간을 흔들겠지만, 시진핑 주석의 강한 권력이 무너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덩위원의 분석 및 판단에 의하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를 둘러싸고 시진핑의 권력이 흔들리거나 심지어 무너지는 징조를 보였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 그는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그는 공식 매체가 아닌 개인 SNS 등 비공식 매체를 통해서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경계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명확한 출처나 신뢰할만한 정보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분석과 판단은 오히려 시진핑 주석이 장악하고 있는 정치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밀실정치 영향으로 신뢰할만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체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직관’이나 ‘상상’에 의존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가 부족한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 당국의 폐쇄적인 정치문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는 제한된 자료나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결국, 그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늘 나타나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 표명과 비판적 시각을 관련 구체적인 자료나 정보 없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도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한된 자료나 정보로는 시진핑 주석의 위상 변화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음에도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시진핑 주석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단정적인 평가를 하는 행태가 올해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시진핑 주석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국 정치변화를 분석하면서 직관이나 상상력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문’의 자양분이 되는 비공식 정치

베이다이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정치가 제도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비제도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혼합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 심지어 비공식 제도에서 공식 제도를 능가하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거나 모종의 합의가 도출되기 때문에 공식 정치와 비공식 정치의 혼재가 미래 정치변화를 예측하는데 더욱 어려운 환경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바로 베이다이허 회의와 같은 비공식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뭔가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명확하게 결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므로 회의를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직관이나 상상력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태는 중국정치 분석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용인됐다. 하지만, 점차 투명성을 강조하는 중국 정치발전의 방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비록 베이다이허 회의의 위상이 점차 약화하고 정책의 합의나 결정이 아니라 휴양의 의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면 사실상 베이다이허 회의는 그 필요성이나 효용성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중국 당국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지도자들이 매체에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소문만 무성해질 뿐이다. 이는 정치의 불확실성을 증폭하여 분명 중국의 정치발전이나 정치변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한된 정보나 자료를 통해서 과대 평가되는 직관이나 상상력이 불확실하고 덜 제도화된 중국정치의 숙주를 통해서 확대 발전한다면 결국 그 후과(後果)는 중국의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도 예외일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강력한 정풍운동(整風運動)을 전개하고 엄격한 당관리(從嚴治黨)를 강조했다. 강력한 사정의 한파는 원로들의 현실 정치 영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또한 장쩌민(江澤民)의 사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불안전한 건강 상태는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권력에 도전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주고 있다. 원로정치의 약화는 비공식 정치를 멀리하고 공식 정치를 강화하여 제도 외적인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공식 정치는 자연스럽게 공식 정치의 변방에 머물거나 그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따라서 베이다이허 회의와 같은 비공식 정치의 장(場)은 초기 위상과 달리 원로정치의 쇠퇴와 맞물려 그 영향력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또한 각종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공식화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나 필요성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중국 국내에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역할 조정이 필요한 베이다이허 회의

매년 8월 초 언론에서 최고 지도자를 포함한 지도부의 동정이 반복적으로 사라지면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린다는 것으로 유추해서 짐작할 수 있다. 올해도 8월 3일 차이치의 지식인 만찬 연회, 8월 16일 리창 총리의 국무원 전체회의 주재 등으로 봐서 8월 초부터 시작된 베이다이허 회의가 8월 15일 모두 끝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과연 무엇을 논의했고,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아마도 앞으로 일정 기간 관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베이다이허 회의 참석을 이유로 지도자들의 부재는 다양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예외 없이 등장했다. 심지어 ‘쿠데타’ 설까지 나왔다. 중국 당국이 이를 일부러 방치하거나 조장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검증되지 않은 ‘소문’은 결국 신심(信心)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치안정에는 좋지 않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주석을 비판했다는 원로들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구체적인 발언록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봐서 중국 당국은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 과제에 놓여 있다.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직관이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럴듯하게 만들어지는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베이다이허 소식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과 같이 SNS가 활발한 상황에서 당국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특히 사실 여부 및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 ‘소문’은 결국 중국 당국의 의도와 달리 부풀려질 수도 있고, 이것을 오판하여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덩위원의 평가에 따르면 매년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 ‘쿠데타’ 등 각종 소문이 반복하는 것은 시진핑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련 정보나 자료를 공개하든지 아니면 베이다이허 회의를 휴양의 의미로 역할 조정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안고 비공식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에 노출되는데도 정치안정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상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가체제를 부식하는 ‘불확실성’

베이다이허 회의는 전 현직 지도자가 만난다는 점에서 중국의 내부정치 맥락에서 보면 일견 비공식 회동의 필요성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공식적인 당과 국가의 중요행사에 초청받지 않았다면 은퇴한 원로가 정치 생활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고, 현직 지도자들의 정책에 공식적인 견해를 피력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은 예전에도 지켜졌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켜질 것이다. 일종의 중국정치가 보여주는 암묵적인 합의의 결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모든 정보를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것은 이미 관련 회의 개최 시기 즈음에 허베이성의 일부 기차역이 통제되거나 보안요원이 강화되는 것으로 SNS에는 관련 사진이 퍼져나갔었다. 개인의 사적 영역에까지 공권력이 모두 개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당국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관련 회의의 중요성에 비교해서 당국의 설명이나 해설은 전혀 없다. 그 빈 곳에 의구심을 갖거나 의혹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 기구의 자의적인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대로 정보나 자료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상황을 보면 불확실한 ‘소문’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일정한 수준의 불확실성을 활용하여 정보 통제나 인민 통제, 원로 통제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의 의도가 사실일지라도 자칫 의도와는 달리 ‘소문’이 ‘사실’로 오인될 경우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특정 세력의 오판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베이다이허 회의와 같이 중요한 회의의 관련 정보와 자료의 비공개로 인한 불확실성의 방치가 결과적으로 당국가체제의 심리적 토대를 약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 당국이 모든 정보와 자료를 관리 통제할 수는 없다. 베일에 싸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자칫 당국가체제 심연의 부식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점이 바로 확실한 것이 거의 없는 2024년 베이다이허 회의가 중국의 당국가체제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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