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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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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훈춘시(珲春市)의 초국경 전자상거래 발전 전략 동향

조성찬 박사 소속/직책 :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원장 2024-09-27

중국 훈춘시(珲春市)의 초국경 전자상거래 발전 전략 동향1)


북한의 라선시, 러시아 연해주의 하산시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훈춘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초국경 무역을 촉진하여 정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본고는 훈춘시의 초국경 전자상거래 발전 전략 동향을 살펴보고, 파트너 중의 하나인 북한이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훈춘의 경제발전 전략과 성과, 그리고 정체 


유럽에 라인강을 따라 스위스, 프랑스, 독일이 만나는 초국경 도시 바젤(Basel)이 있다면, 동북아에는 두만강을 따라 북한의 라선, 러시아의 하산과 만나는 중국의 국경도시 훈춘이 있다. 훈춘시는 지린성 내 유일한 러시아 도로 출입국 및 철도 출입국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 라선시와 연결되는 대규모 세관이 있다. 


훈춘시는 동북 3성 중 하나인 지린성(吉林省)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동부에 위치한 현급시이다. 행정구역 면적은 4,938㎢로, 한국 춘천시 면적(1,116.4㎢)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제7차 전국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 인구수는 239,359명으로, 2010년에 진행된 제6차 전국인구조사 대비 2,418명 감소했다. 민족별 인구 구성은 한족이 65.95%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다음으로 조선족이 26.31%를 차지한다. 


1992년에 국경개방도시로 지정된 훈춘은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 라선특별시와 접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방과 접하고 있다. 동해로 나가는 길이 막힌 훈춘은 라진항과 자루비노항을 통해 동해로 나가려고 노력해 왔다. 훈춘은 동해에서 15km 떨어져 있으며 라진항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북한 라선특별시로 들어가는 물류는 대부분 훈춘시 권하세관을 통해서 들어간다. 하산에 있는 자루비노 항구와는 63km 떨어져 있으며, 포시예트와 연결된 철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훈춘시 인민정부가 발표한 <훈춘시 도시총체계획(2016-2030)>에서 훈춘시는 다음의 네 가지 지리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제시했다. △동북아 지역 교통허브 도시, △국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북동 발전의 시작점, △두만강 초국경 산업협력 도시 및 관광도시, △지린성 동부의 관문 도시이다. 도시 특성은 창지투(창춘-지린-투먼)를 기반으로 동북아를 향하여 국제물류, 수출가공산업, 현대서비스업, 초국경 여행산업을 표방하는 국제도시이다. 2012년 9월에 한국 기업 ㈜포스코현대도 중국의 발전계획에 맞추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거대 물류단지 착공식을 거행했을 정도다. 이 사업은 북한 라선항 개방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24만 명에 불과한 작은 국경도시 훈춘, 지린성이 꿈꾸는 훈춘은 그 이상이다. 홍콩과 붙어있는 중국의 1급 도시 선전(경제특구)도 처음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런데 훈춘시의 최근 경제력을 살펴보면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훈춘시 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훈춘시의 경제발전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이후 경제발전이 점차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을 받아 경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0년 기준 훈춘시의 연간 총생산액은 91.11억 위안으로, 전년도에 비해 2.4% 감소했다. 1차 산업은 증가한 반면, 2차 산업과 3차 산업은 각각 1.6%, 3.8% 감소했으며, 3차 산업의 감소가 특히 더 뚜렷했다. 외국과의 무역도 전체적인 흐름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훈춘 국제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와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 가동


훈춘시의 경제력이 약화되는 배경에서 2017년에 훈춘 국제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를 개설했다. 그리고 2019년 3월에 훈춘 종합보세구역을 개설하면서 훈춘은 상품의 보세, 면세 및 수출 환급 기능을 갖춘 도시가 되었다. 2019년 12월 15일, 국무원이 훈춘 국제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를 승인하면서 훈춘은 ‘일대일로 전자상거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점(node)이 되었다. 이후 훈춘은 국제전자상거래 수입 및 수출 업무를 개시했으며, 다양한 국제전자상거래 상품 물류 채널을 활성화했다. 


2021년에는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2022년 말 훈춘시 정부는 업무 보고서에서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 동북아 초국경 거래액이 연간 40억 위안을 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서 동북아는 주로 러시아와 북한을 의미한다.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는 훈춘 종합보세구역 인근에 위치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합한 산업단지로, 온라인 B2B+B2C를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 오프라인 지원, 통합 통관 서비스 및 공급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플랫폼은 주로 외무 기업, 수출 기업, 전자상거래 판매자, 전자상거래 물류 업체 등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국제전자상거래 통관 서비스, 일반 무역 통관 서비스, 외무 종합 서비스, 전자상거래 서비스 및 물류 서비스를 통합한 종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반면 훈춘 종합보세구역은 중국 동북부에서 최초로 국제전자상거래 국제도로운송(TIR) 업무를 개시했으며, 훈춘과 모스크바 간의 운송 시간을 3~4일 단축할 수 있다. 


그림1


현재까지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제품 대부분은 러시아 연해주로 수출된다. 판매되는 제품 일부는 중국 광동성 선전시와 저장성 이우시에서 공급되며, 일부는 지린성 특히 훈춘의 지역 특산품이다. 중국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다양한 제품을 주문받으면, 세관을 통과한 후에 국제전자상거래 B2B 모델을 통해 해외 창고로 수입한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 창고가 훈춘시 보세구역 내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은 이렇게 해외 창고 모델을 통해 사전에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 주문을 받은 중국 기업은 산업단지 내의 편리한 물류 서비스와 빠른 통관 정책을 활용하여 제품을 최대한 빨리 외국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린성 상공부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전자상거래가 중국 기업의 국제무역을 개척하고 외무 혁신 발전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2020년에 지린성의 국제 거래액이 336억 위안이었으며, 그중 국제전자상거래 소매 수출입은 9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이는 훈춘의 기여에 해당한다. 


국제전자상거래는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의 증가를 견인했다. 훈춘은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를 활용하여 러시아 방송사인 CTC 미디어와 국내 생방송 플랫폼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국제전자상거래 생방송 사업을 확대하고, 양방향 국제 생방송 전자상거래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 내에 있는 훈춘 동북아 국제상품성에는 동북아 지역 국가(러시아, 한국, 일본, 북한 등)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상품들이 모여 있다. 그중 식품, 음료, 화장품, 모유용품 등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욱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는 북한의 제품도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 프로젝트가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국제전자상거래 업무를 담당할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훈춘시 국제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판매자의 평가, 신용, 결제방식 등이 구축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의 무역은 주로 소액 거래이며, 대부분 국제 택배로 운송되고 있다. 통관 서비스도 미비하여 검사 및 소독이 엄격하지 않다.


훈춘을 통해 초국경 전자상거래를 강화하려는 북한


앞에서 언급한 대로,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 내에 있는 훈춘 동북아 국제상품성(珲春东北亚国际商品城)에 북한 상품관(朝鲜商品馆)도 있다. 북한 상품관이 현장 판매 플랫폼이라면,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구축되어 있다. 공식 명칭은 ‘중·조·러 초국경 전자상거래 사이트’(中朝俄跨境电子贸易网: http://www.kcreca.com/)이다. 중·조·러 초국경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목적은 소개란(关于我们)에 자세하게 담겨 있으며, 서두에 이런 표현이 있다: “중조러 초국경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는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한 양방향 중조러 초국경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플랫폼의 공식 웹 사이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세일즈’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 제품 소개 및 판매에서 시작해서 상품무역, 가공무역, 비즈니스, 국제물류, 경제구 개발 등 다방면의 정보를 담고 있다. 라선경제특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사이트는 형식상 러시아와의 무역 등도 추구하지만 아직 러시아와의 무역이나 상품 판매, 비즈니스 등은 담고 있지 않으며, 러시아 관련 동향 기사만 눈에 띌 뿐이다. 


그림2


동북아 평화협력과 훈춘 플랫폼 


지금까지 훈춘시 정부가 훈춘 국제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를 통해 지역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일대일로 전자상거래의 거점도시 훈춘에게 국경은 거래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었다. 두만강유역개발계획(TRADP)과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중심 도시 훈춘은 국제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 프로젝트 이전부터 국가급 및 지방급 개발구를 건설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훈춘시는 새로운 돌파구로 초국경 국제전자상거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훈춘이라는 국제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여 자국의 제품 판매와 가공무역 등 다양한 경제협력을 진행하고자 한다. 훈춘시와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초국경 전자상거래는 장기적으로 북중러를 넘어 국제시장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향후 남북 화해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북중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자연스럽게 한국에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의 관점에서 훈춘을 한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국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상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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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고는 필자의 다음 원고를 기초로 하였음: 조성찬, "‘훈춘 동북아 국제전자상거래 산업단지‘와 ‘중·조·러 초국경 전자상거래 사이트’ 소개", 「동북아리포트」 제29호,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20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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