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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 대한 소고
이동규 소속/직책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4-09-27
Ⅰ. 들어가며
최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개념과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논란도 존재하지만, 중국은 자국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주장대로 글로벌 사우스를 신흥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집합체라고 한다면,1)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예전부터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외에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중국-아랍국가 협력 포럼(China-Arab States Cooperation Forum), 중국-중앙아시아 협력 포럼(China-Central Asia Cooperation Forum),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등 다양한 다자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여러 지역에서 개도국과의 협력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2023년부터 자국을 개도국일 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과거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라는 용어에 중국을 배제하려는 서방국가의 의도가 있다면서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2)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여기에 어떤 의도와 목적이 있는가? 본 글에서는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변화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생각해 본다.
Ⅱ.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자국을 개도국으로 규정하고 개도국들과의 협력과 공동 발전을 강조해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차별성, 다른 개도국들과의 동질감을 부각하고, 자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개도국들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해 왔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개도국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중국 6대 외교 과제는 ‘글로벌 동반자 관계 확대 및 심화’ 항목에 ‘개발도상국의 합법적 발전 권리 수호’를, 2023년 중국 6대 외교 과제는 ‘전방위 외교 확대’ 항목에 ‘개발도상국과의 단결과 협력 강화’를 명시했는데,3) 미국이 동맹 및 협력국과 연대를 형성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은 개도국 이익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개도국들과의 협의체를 강화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4)
중국은 2023년도부터 자국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25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제13차 브릭스(BRICS) 회의에서 “중국은 당연히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이라면서 ‘갈등 제거 및 평화 공동 구축’, ‘활력 증진 및 발전 촉진’, ‘공동발전을 위한 개방포용’, ‘단결 및 협력 논의’ 등 글로벌 사우스 협력 강화를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5) 2023년 8월 22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BRICS 비즈니스 포럼 2023 폐막 연설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서 다른 개도국들과 공동의 미래를 추구한다고 언급했다.6)
이렇게 중국 지도부에서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중국 내에서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양자회담, 다자회의, 국제행사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역할 및 중국-글로벌 사우스 협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3월 양회 기자간담회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글로벌 사우스가 국제 질서의 변혁과 변화에 대한 핵심 세력임을 지적하고,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사우스와 글로벌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7)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핵심 세력으로 부상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가 중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2024년 6월 28일에 개최된 평화공존 5대 원칙 발표 7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사우스 연구 센터’ 설립,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평화공존 5대 원칙 장학금’ 지원 및 십만 개의 훈련 장소 제공, 차세대 리더 프로그램 추진, 글로벌 사우스 농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언급했는데,8) 이는 중국이 향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Ⅲ.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의도와 목적
중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국이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임을 강조하며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서방국가들의 중국 배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2023년 2월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를 계기로 발간된 ‘뮌헨 안보 보고서 2023(Munich Security Report 2023: Re:vision)’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재고해야 함을 주장했다.9) 이어 2023년 6월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서구에서는 이미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글로벌 사우스 개념을 확장해 중국, 러시아가 주축이 된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라는 용어가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은 이러한 서방국가들의 행위가 글로벌 사우스의 범위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하는 시도로 인식한다.10) 우하이룽(吳海龍) 중국공공외교협회장은 2023년 6월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이 냉전적 사고로 ‘글로벌 사우스’라는 개념을 사용해 개발도상국 진영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11) 그런 점에서 중국이 자국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서방의 견제에 대응해 개발도상국과의 연대감,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글로벌 사우스가 경제적 부상에 힘입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과거 글로벌 사우스는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소외됐지만, 소위 ‘나머지의 부상(rise of the rest)’의 영향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서구권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의 태도가 대표적 사례이다.12)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견제와 압박에 직면한 중국의 입장에서 서구권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은 UN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대중 압박과 대외 정책을 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중국식 체제를 전파하며 지역별로 중국 주도의 연대 구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2021년 9월 제기)’,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lobal Security Initiative, 2022년 4월 제기)’,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 2023년 3월 제기)’ 등 다양한 글로벌 담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담론들은 패권주의 반대, 다양성 존중, 공동발전 추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들은 정치 제도나 인권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 미중 전략경쟁구도 속에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반중 연대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것은 권위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개도국들에게도 압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암살 사건을 계기로 2021년도에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다양한 글로벌 담론을 제기하고 이에 기반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동맹이 서구적 가치를 확산하려는 행위임을 부각하고 경제협력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개도국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는 중국식 체제의 확산과도 연결된다. 경제발전은 물론 디지털 격차 해소가 시급한 개도국들에게 중국은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관련 인프라, 전자상거래, 사이버정책, 차세대 네트워크 표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경험, 정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중국은 중국식 체제를 확산하고 개도국과의 양자 및 다자협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Ⅳ. 나가며
앞에서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자국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한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경제협력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도전과 한계가 존재한다. 글로벌 사우스가 비록 과거와는 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사우스 각국의 정치 성향, 경제 발전 정도, 안보환경, 국가이익 등이 다르다. 그래서 글로벌 사우스를 하나의 세력으로 응집하기도 어렵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글로벌 사우스의 주도권을 두고 중국과 인도가 경쟁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이 중국의 의도와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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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年7月26日外交部發言人毛寧主持例行記者會”, 中國外交部, 2023.07.26., https://www.mfa.gov.cn/web/wjdt_674879/fyrbt_674889/202307/t20230726_11118093.shtml (검색일: 2023년 7월 27일).
2) Kawashima Shin, “How China Defines the ‘Global South’”, The Diplomat, 2024.01.11., https://thediplomat.com/2024/01/how-china-defines-the-global-south (검색일: 2024년 8월 27일).
3) “王毅談2022年中國外交六大任務”, 人民網,, 2021.12.20., world.people.com.cn/n1/2021/1220/c1002-32312475.html (검색일: 2022.01.04); “王毅談2023年中國特色大國外交六大任務”, 新華網, 2022.12.25, news.cn/world/2022-12/25/c_1129231181.htm (검색일: 2022년 12월 28일).
4) 이동규, “2023년 중국 외교 평가: 시진핑 3기를 맞아 강화된 국가원수 외교와 전방위 외교”, 『2023년 중국정세보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중국연구센터, 2003, 123쪽.
5) “王毅就加強“全球南方”國家合作提出四點主張”, 中國外交部, 2023.07.26., https://www.mfa.gov.cn/web/wjbz_673089/xghd_673097/202307/t20230726_11117824.shtml (검색일: 2023년 7월 27일).
6) “Enhancing Solidarity and Cooperation to Overcome Risks and Challenges and Jointly Build a Better World”,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RC, 2023.08.23., https://www.mfa.gov.cn/eng/zy/jj/xjpcxBRICSbdnfjxgsfw/202308/t20230823_11130506.html (검색일: 2023년 9월 11일).
7) “王毅:共同點亮全球治理的“南方時刻””, 中國外交部, 2024.03.07., https://www.mfa.gov.cn/web/wjbz_673089/xghd_673097/202403/t20240307_11254974.shtml (검색일: 2024년 3월 11일).
8) “習近平在和平共處五項原則發表70週年紀念大會上的演講(全文)”, 2024.06.28., http://politics.people.com.cn/n1/2024/0628/c1024-40266475.html (검색일: 2024년 7월 1일).
9) Munich Security Report 2023: Re:vision, Munich Security Conference, 2023.02.
10) “警惕“全球南方”概念被曲解利用”, 經濟日報, 2023.09.04., http://paper.ce.cn/pc/content/202309/04/content_280374.html (검색일: 2023년 10월 9일); “非西方中等強國為“全球南方”帶來戰略支撐力”, 中國網, 2024.06.25., http://www.china.com.cn/txt/2024-06/25/content_117272007.shtml (검색일: 2024년 6월 28일).
11) “前駐歐盟大使: “全球南方”路在何方?”, 環球網, 2023.06.13., https://m.huanqiu.com/article/4DIOHZktk9o (검색일: 2023년 9월 11일).
12) 2022년 3월 UN 총회에서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중국, 인도, 남아공, 베트남, 파키스탄, 세네갈 등 35개국이 기권했고, 4월 러시아의 UN 인권이사회 자격 중단 표결에서도 글로벌 사우스 80여 개국이 지지하지 않았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과 서구권에 대한 불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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