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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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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고성장의 그림자, 그림자금융의 끝

오지혜 소속/직책 : 고려대학교 지속가능원/연구교수 2024-10-30

2024년 초, 중국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던 중즈그룹(中植集团, Zhongzhi Group)이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중즈그룹의 자산 규모 대비, 부채 규모가 너무 커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시장 붕괴의 시작을 알렸던 헝다(恒大集团, Evergrande Group) 사태에 이어, 한때 매출 기준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 Country Garden), 중즈그룹의 파산까지, 미국을 추월하여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하기 전에 터진 각종 위기는 성장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는 피크차이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22년 28개 중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공실률은 12%를 넘었다.1) 2선, 3선 도시의 공실률은 더 심각하며, 시멘트가 다 노출되어 흉물이 된 짓다 만 아파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사무실 공실률도 우려할 수준이다. 우한의 사무실은 공실률이 40%에 달했는데, 이는 뉴욕의 20%, 샌프란시스코 30%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2) 청천벽력 같은 건설사의 파산소식에 전 재산을 날리고 빚더미에 앉았다며 눈물짓는 서민의 모습이 이제 놀랍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소식들이 사실 일부 기업의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곪아온 구조적인 문제 중 일부만 노출된 결과라는 점에서이다.


중국이 겪고 있는 부동산 위기, 건설 위기가 등장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그림자금융이다. 중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기둥의 하나는 인프라건설이었으며, 그 핵심엔 그림자금융이 있다. 본 고에서는 중국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그림자금융이 이제는 시한폭탄이 되어 부동산 시장 위기는 물론 중국 전체 금융위기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지방정부와 그림자금융


개혁개방 이후, 1990년대는 중국의 전방위 체제 변혁을 경험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WTO에 가입하기 이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시스템과 인프라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로, 금융시장, 국유기업, 조세 개혁 등 각종 개혁과 외자기업 유치, 주택 민영화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때 지방정부는 조세개혁으로 반 토막이 난 재정수입, 국유기업 개혁으로 얼떨결에 받은 사회보장제도, 경제성장률을 통해 보여지는 지방정부간 무한 경쟁구도까지, 지방정부는 재정수입 증대와 다른 지방정부와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시장의 감독관이나 심판자가 되기보단 시장경제에서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농촌지역 개발, 도시인프라 건설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이를 통한 토지 판매 수익 증대는 지방정부의 중요한 재정 수입이 되었다. 효과적인 부동산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건설 투자도 필요했다. 인프라건설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성과를 과시하는 데 중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2015년까지 지방정부가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림자금융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지는 금융 활동을 말한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위험성이 큰데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웠던 지방정부는 그림자금융의 주요 고객층이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으로부터 확보한 자금으로 자산관리 상품, 프라이빗 대출, P2P대출과 같은 비은행 금융상품을 만들었고3), 지방정부도 유령회사 (shell company)나 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LGFV)를 이용하여 그림자금융에서 은행보다 비싼 이자를 지불하고 자금을 확보했다. 


지방정부는 그중에서도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건설을 위해 LGFV를 주요 자금 창구로 활용했다. 지방정부는 현금, 토지 등을 활용해 LGFV를 세우고, LGFV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는다. LGFV는 지방정부가 원하는 도로, 철도, 공항, 상하수도 등 인프라건설에 빌린 돈을 투입하게 된다. LGFV를 통해 빌린 부채들은 지방정부의 회계상에서 지방정부의 부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규제를 피하면서 수월하게 대규모 차입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듬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확장정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투자는 주로 인프라건설에 치중되어있었는데, 발표 이전, 0%에 가까웠던 그림자금융의 성장률은 2010년 80%가 넘게 치솟는다 (그림1 참고). 중앙정부의 계획을 이행해야 했던 지방정부로서는 쉽고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림자금융이었던 것이다. 2015년 이후 중앙정부는 뒤늦게 지방정부의 부채를 통제 범위 내에서 관리하고자 채권발행을 허용했지만, 이미 지방정부의 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시장에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한 지방정부 채권은 그림자금융의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 한계를 보였다. 다행히 2018년 이후 그림자금융의 성장세는 정체 구간에 들면서 2022년 말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47.6조 위안(약 6.8조 달러)을 기록했다.4) 2022년 중국 GDP 대비 41.7%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림1



부동산 붐의 촉진제,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에 의존적인 성향을 보인 것은 지방정부만이 아니다. 담보가 충분하지 않아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민간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민간기업 중에서도 주택민영화 조치 이후 2000년대 시작된 부동산 붐은 그림자금융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에 부동산개발 민간기업은 그림자금융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빠르게 공급했고,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을 목격한 일반인들은 공급을 넘어서는 수요로 부동산개발업체 성장을 보증했다(그림2 참고). 



그림2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비중은 상당하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중국 GDP 대비 건설업은 6.9%, 부동산업은 6.1%를 차지했다. 미국 (2023년 1분기 기준)은 건설업이 4.0%, 부동산업이 12.4%로 16.44%를 차지해 미국에 비해 경제 비중이 적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중국인 자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임을 감안할 때 미국과 그 중요도는 다를 수 있다.5) 비슷한 관점에서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부동산의 중요도를 다시 계산하면, 중국이 24%로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부동산의 중요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인 한국과 비교했을 때에도 월등히 높다. 



그림3



중국 경제발전의 큰 축이었던 인프라건설은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로 만들어진 결과이며, 부동산 붐을 넘어 부동산 투기로 축적한 부 또한 개인과 기업의 부채로 만들어 낸 결과였다. 결과 중국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274%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그림자금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2024년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55.6%이다. 미국은 144.2%, 싱가포르는 다소 높은 168.3%이지만, 중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6)



그림4



부동산 붕괴? 이제는 그림자금융 붕괴


중국은 주로 외국 원조에 기대어 지지부진한 인프라건설을 꾀하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다르게 그림자금융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인프라를 개발시키는 것은 물론 부동산붐을 등에 업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도 만들어 냈다. 부동산으로 시작된 중국의 경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방정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 인프라 건설은 후진국 찬스를 바탕으로 한 급속한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임금 및 물가 상승 등으로 값싼 제조업이 미래에도 중국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젊은 세대들도 더 이상 힘들고 단순한 제조업에 눈길을 돌리지도 않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에 저성장의 늪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엔 지방정부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


더욱이 지방정부가 유용하게 활용했던 LGFV의 경우 LGFV의 채권이 전체 회사채의 51%, 신용부문에서 13% 정도로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LGFV 노출이 상당하다.7) LGFV발 경제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지방정부의 세수가 줄어들자, 토지사용권을 LGFV에 넘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지방정부의 주머니 역할을 해온 LGFV 재정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8)


개인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집을 구매할 때 대출 비중이 적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개인의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기업 또한 레버리지를 최대한 끌어당겨 2선, 3선 도시까지 사업확장을 가속화했다. 개인도, 기업도 부채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헝다 사태가 불거졌을 때, 헝다를 시작으로 부동산개발회사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했다. 정부의 위기, 기업과 개인의 위기로 노출되어 있지만, 댐에 구멍이 생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림자금융의 주인공을 맡아온 비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일시적인 경제불황 이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칫 부채 포화상태인 중국 금융시장 전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중즈그룹 파산이 당장 연쇄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그림자금융의 전면적인 변화 없이는 낙관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현재 지방정부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이미 시급에서는 LGFV의 정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부실채권을 과감히 정리할 때와는 다른 국면으로, 같은 방식으로는 눈덩이처럼 커진 부채 규모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부채를 청산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존의 경제성장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성장을 논하기 전에 그동안 의존해 왔던 그림자금융의 전면적인 개혁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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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lobal Times. (Sep 24, 2023). Oversupply in China’s housing market remains a problem: former statisticianhttps://www.globaltimes.cn/page/202309/1298786.shtml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2) Wilson, N. (2024). Chinese office markets look set for a lost decade. Oxford Economics. https://www.oxfordeconomics.com/resource/chinese-office-markets-look-set-for-a-lost-decade/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3) 중국 신탁: 주로 기관이나 부자들에게 투자상품을 제공했는데,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고수익 투자상품을 파는 등 대출, 투자상품 개발, 자본조달 등 금융서비스 전반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특유의 금융문화를 만들어냈다. 

4) Le, W. (2024). China’s shadow banking in 2020-2022: an empirical study.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1. https://doi.org/10.1057/s41599-024-02733-y

5) Economy 21 (2023년 8월 24일). 위기의 부동산...왜 부동산이 중국경제의 뇌관이라고 말할까? 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1997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6) 한국경제(2024년 1월 29일). 위험한 착각…선진국보다 국가부채비율이 낮으니 괜찮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2991301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7) 연합인포맥스 (2023년 8월 24일). LGFV 빨리 살려야 다시 성장…中의 '포괄적 해결' 딜레마.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78560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8) 한경 (2022년 9월 18일). 中 지방정부 숨겨진 부동산 빛 '시한폭탄'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91880341 (검색일: 2024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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