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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의 블루카본 거래 현황
김혜진 소속/직책 : 경남대학교 중국학과 부교수 2024-11-28
■ 블루카본의 의미와 국제사회의 활용 전략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바다와 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며,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Green Carbon)’과 대비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블루카본은 육상 탄소흡수원(carbon sink)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최대 50배나 빠르며 흡수한 탄소의 저장 능력도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블루카본에 대한 과학적 연구 및 정책 수립은 그린카본에 비해서는 초기 단계이나,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에 있어 그린카본을 뛰어넘는 블루카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UN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자원인 맹그로브(mangrove), 염습지(salt marsh), 해초대(seagrass)를 탄소흡수원으로 추가 지정하고, 국제적인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하였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세계 각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제출하였는데, 현재 IPCC의 지침에 포함된 탄소흡수원에 한정하여 국가별 목표 달성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이에 각국은 블루카본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반영하는 등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블루카본을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2023년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블루카본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수립된 정책이다. “블루카본 추진전략”은 해양 분야에서 2030년까지 106.6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2050년까지 136.2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여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3대 블루카본 자원(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대)의 개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갯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 식생갯벌(non-vegetation tidal flat)1)의 IPCC 인증 역시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 중국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의 블루카본 거래
중국은 12.5규획 시기(2011~2015)부터 해양 생태계의 탄소흡수 기능에 주목하고 주요 탄소흡수원을 보호 및 복원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 왔다. 블루카본은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생태문명 건설”과 같은 중요 정책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2020년 발표한 “두 개의 탄소(双碳, 2030 탄소피크, 2060 탄소중립)”와 같은 탄소중립 로드맵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블루카본 거래는 탄소배출권 거래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기반으로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을 생성하고 이를 사고파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2)을 중심으로 이미 다수의 블루카본 거래가 성사되어 온 것으로 나타난다.
블루카본 거래의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블루카본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주요 블루카본 자원을 보호 및 복원하고, 일정 기간 이후 탄소 흡수량이 늘어나면 그 양만큼 탄소 크레딧이 발행되며, 발행된 탄소 크레딧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거래되고, 거래를 통해 생겨난 수익은 다시금 블루카본 자원의 보호 · 복원에 투입된다.
중국에서는 2021년 첫 번째 블루카본 프로젝트 개발 및 이를 통한 탄소 크레딧 거래가 성사되었다. 2021년 중국 자연자원부 제3해양연구소와 광둥성(广东省) 잔장시(湛江市) 맹그로브 국가급 자연보호구 관리국은 공동으로 “잔장 맹그로브 조림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광둥성 잔장시 내에 조성된 380핵타르의 맹그로브 서식지를 ‘검증된 탄소 표준(Verified Carbon Standard, VCS)’3)에 따라 개발해 나가기로 하였는데, 이를 통해 2055년까지 약 16만 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시 기업가 환보기금회(北京市企业家环保基金会)는 이 프로젝트가 발행한 5,880톤 규모의 첫 번째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였으며, 거래 수익은 전액 현지 맹그로브 서식지의 보호 · 복원에 재투자될 예정이다.4)
또한 2023년 저장성(浙江省) 닝보시(宁波市) 샹산현(象山县)에서는 샹산쉬원해조류개발유한공사(象山旭文海藻开发有限公司)가 2,340톤 규모의 블루카본을 전국 2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모인 자리에서 경매에 부쳤는데, 이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블루카본이 경매 방식으로 거래된 사례이다. 저장이돤정밀기계유한공사(浙江易锻精密机械有限公司)가 톤당 106위안에 이를 구매하였는데, 이 기업은 구매한 2,340톤의 블루카본을 향후 탄소 상쇄5)를 위한 예비 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6)
블루카본 구매자는 블루카본 구매를 통해 탄소감축 실적을 인정받거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판매자는 블루카본 판매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을 뿐만 아니라 발생한 수익은 다시금 블루카본 자원의 보호 · 복원을 활성화하고 있다. 2021년 첫 번째 블루카본 거래가 성사된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블루카본 거래가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하이난(海南) 국제탄소배출권거래센터: 국제 블루카본 거래 플랫폼
중국은 2013년부터 8개 지역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으며, 2021년에는 상하이(上海)에 전국 단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센터를 설립하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2022년에는 하이난에 국제탄소배출권거래센터를 설립하였는데, 이는 약칭 “해양탄소센터(海碳中心)”로 불리며 블루카본을 주거래 상품으로 하는 탄소 금융상품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하이난 국제탄소배출권거래센터에서 첫 번째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싱가포르의 비트그린 탄소자산관리 주식회사(Bitgreen Carbon Assets Management)의 탄소배출권 1만 185톤을 중국의 타이밍 탄소자산관리 주식회사(Timing Carbon Assets Management)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7)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 연선(沿线) 국가를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특히 블루카본 거래를 확대하려는 계획에 있어, 하이난 국제탄소배출권거래센터에서의 국가 간 블루카본 거래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블루카본 기반의 금융상품: 블루카본 대출, 블루카본 기금
블루카본은 그 자체가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는 다른 해양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것의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서비스 가격 책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 흥업은행 칭다오(青岛)지점은 칭다오 자오저우만 발전집단(青岛胶州湾发展集团有限公司)에 칭다오 자오저우만 습지 탄소흡수 증가량에 대한 장기 수익권을 담보로 1,800만 위안의 대출을 제공하였다. 이는 습지가 생성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계량화하고, 그 수익권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 최초의 사례이다.8)
또한 2021년 흥업은행 샤먼(厦门)지점은 전국 최초로 블루카본 기금을 설립하였으며, 같은 해 9월 이 기금을 활용한 첫 번째 블루카본 거래가 성사되었다. 거래된 블루카본은 2021년 흥업은행과 샤먼항공이 공동으로 출시한 첫 번째 “탄소중립 항공권(碳中和机票)”9)의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데 사용되었다.10)
이렇듯 중국 내 금융기관은 미래 블루카본 수익권을 담보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기금을 설립하여 운용하는 등, 블루카본을 활용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
우리나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 시 “2017년 대비 24.4% 감축”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국제사회에 탄소감축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블루카본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반영하는 등,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 탄소흡수원을 활용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블루카본의 경제적인 영향력 및 다양한 방식의 블루카본 경제 형성 가능성 측면에서는 연구 또는 정책 수립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중국은 이미 블루카본의 경제적인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규제적 탄소시장(K-ETS)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져 왔는데, 거래 수요의 확대 추세를 고려할 때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출현은 필연적이라 예견되어 왔다.11) 그러던 중 대한상공회의소는 2023년 국내 첫 자발적 탄소시장(VCM)을 개설하였으며,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하고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탄소 크레딧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12)
앞으로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블루카본 거래 역시 초보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의 블루카본 거래 사례, 나아가 하이난 국제탄소배출권 거래센터에서의 국가 간 블루카본 거래 사례 역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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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갯벌인 염습지와 달리 비 식생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을 의미함. 비 식생갯벌의 탄소흡수량은 염습지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비 식생갯벌은 연간 49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현재 비 식생갯벌은 IPCC의 신규 블루카본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는데, 정식으로 인정될 경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음, “‘블루카본 추진전략’ 발표... 블루카본으로 해양의 기후재해 대응능력 강화”,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2023.5.31
2)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과 민간이 주도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으로 구분됨. ‘규제적 탄소시장(CCM)’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감축 의무자가 사전에 정해진 할당량을 배출권 형태로 거래하는 탄소시장을 의미하며,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개인, 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획득한 감축 실적을 탄소 크레딧 형태로 거래하는 탄소시장을 의미함.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규모는 2020년 3억 달러에서 2030년 최대 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임진, “자발적 탄소시장 전망과 과제”,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 2024.1.27
3) 세계 최대 규모의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인 Verra(Voluntary Carbon Standard Association)에서 개발한 탄소감축 프로젝트 인증 기준
4) 『中国蓝色金融发展: 现状及挑战』, 중앙재경대학 녹색금융국제연구원, 2023, p.34
5) 기업이 직접 탄소를 감축하지 않고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부 사업을 통해 감축하는 것
6) “全国首单蓝碳拍卖在浙江宁波成交—蓝碳经济成为新蓝海”, 人民日报, 2023.4.5, http://www.news.cn/fortune/2023-04/05/c_1129495279.htm
7) 그러나 업계 전문가는 하이난 국제탄소배출권거래센터는 중개 및 인증 서비스만을 제공하였으며 실제 거래 등록은 해외 거래 플랫폼에서 이루어져, 하이난 거래센터에서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함, “海南国际碳交易中心首单跨境碳交易落地”, 21世纪经济报道, 2023.1.3, https://m.21jingji.com/article/20230103/herald/2c702c64ca54f78e5f1d33a7c561a955_zaker.html
8) 『可持续蓝色金融报告』 2021년판, p.12, 흥업은행
9)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50년까지 항공기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항공사들이 "탄소중립 항공권"을 출시하고 있는데, 항공사는 친환경 연료에 투자하거나 항공기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승객은 추가 항공료를 지불함으로써 자신의 비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에 참여함, “中 여행 쓰레기 축구장 3600개 규모… 탄소중립은 나 몰라라?”, 차이나랩, 2023.3.22, https://blog.naver.com/china_lab/223046343012
10) 『可持续蓝色金融报告』 2021년판, p.19, 흥업은행
11) "국내 기업, 자발적 탄소시장 사업에 앞다퉈 진출", 이코리아 2022.4.27,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700557&memberNo=38830729&vType=VERTICAL
12) "한국 최초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 곧 출범…대한상의 "기업 10곳 중 7곳 자발적 탄소시장에 주목"", 그리니엄, 2023.3.9, https://greenium.kr/news/2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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