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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 이상기류: 그 원인과 전망
이동규 소속/직책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4-12-17
Ⅰ. 들어가며
북중관계는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침(浮沈)을 반복해 왔다. 시진핑(習近平) 시기 북중관계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1기에 한중관계는 밀월 관계에 들어섰지만 북중관계는 경제적 부상에 힘입어 ‘책임 있는 대국’을 추구하려던 중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북한 간 갈등으로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시진핑 2기에 북한과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정상회담을 5차례 개최하며 우호관계를 빠르게 회복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중 각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였다.
2024년은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북한과 중국은 2024년을 ‘북중 우호의 해’로 선포하고 전략적 소통과 실질적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1) 이에 따라 2024년에 북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오히려 북중 간 입장 차와 이견으로 북중관계 이상설까지 제기됐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피로 맺어진(用鲜血凝成的)’ 친선 관계를 과시해 온 북한과 중국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가? 본 고에서는 최근 북중관계 현황과 북중의 입장을 살펴보고 트럼프 2기 북중관계를 전망한다.
Ⅱ. 북중관계 이상기류 양상
2018년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개선됐다. COVID-19 팬데믹 시기 국경 봉쇄로 북중 교역과 인적 교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중은 국제사회에서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며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2023년 7월 북한 전승절 행사에서 중국에 대한 김정은의 불만이 드러났다. 김정은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의 친서를 정중하게 받은 것과는 달리 시진핑 중국 주석(이하 시진핑)의 친서는 쇼이구(Sergei Shoigu) 러시아 국방장관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있는 복도에서 받은 것이다. 이런 외교적 결례에는 대북 제재 완화, 경제 추가 지원,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이원적 접근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2)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2023년 9월 김정은은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고 밝혔다.3) 2024년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 신조약)을 체결하며 북러관계를 군사 분야를 넘어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신조약 4조에4)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는데, 이것은 중국에게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10월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서 약 1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불안정한 지역 정세와 이로 인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을 우려해 온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북한에 불만의 메시지를 보냈다. 2024년 초 중국은 2018년 김정은 방중 때 김정은과 시진핑의 산책을 기념해 설치했던 ‘발자국 동판’을 철거하고, 인근에 있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방중 기념사진 전시 공간도 폐쇄했다.5) 북한 외화벌이에 중요했던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해서 중국은 순차적 귀국을 요구하는 북한에게 전원 일시 귀국을 통보하거나6) 북한과의 교역과 밀수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식으로7) 북한을 압박했다. 2024년 7월 왕야쥔(王亞軍) 주북 중국대사는 폭우 속에서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했지만 정작 북한 전승절 행사에는 불참했다.8)
Ⅲ. 북중 이해관계의 불일치
최근 북중관계에서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은 북중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자의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서로에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 북한의 의도와 목적
2022년 12월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었고 미국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했다고 비난했다.9) 2023년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에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담화를 통해서 한미일이 “아시아판 나토에 단단히 얽어매놓고 하나의 거대한 반로씨아, 반중국 포위환을 구축”했다고 비난했다.10) 이와 같이 북한은 현재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동북아지역 내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즉, 북한은 신냉전 구도 구축을 통해서 중국, 러시아와 하나의 진영을 형성함으로써 외교적 고립을 극복하고,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군사적 추가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및 러시아와의 진영 구축은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2024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북한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24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지난 공동성명보다 크게 후퇴했다.11) 그러나 북한은 공동성명이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면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며 반발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옹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렇게 반발한 것은 중국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를 만들려는 북한의 계획과 상충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런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을 북중러 연대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은 북러관계가 강화될수록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중국의 대북 및 대한반도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게 보내는 한편, 지역 정세 불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진영 간 대립구도를 만들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2. 중국의 의도와 목적
중국은 현 정세를 ‘백 년간 없던 대격변의 시기(百年未有之大變局)’, 즉 중국이 글로벌 주도국 지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인식한다. 미국이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이자 도전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중국이 글로벌 주도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정상화 중재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북한에 대한 지원 확대나 북중러 연대 참여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12) 첫째, 대북 지원 확대나 북중러 연대 참여는 2023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간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둘째, 한미일 안보협력이 가속화하고 미국의 의도에 따라 중국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셋째, 경제회복을 위해서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조성하고 선진국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화해야 하는 중국의 경제교류를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수사적으로 북한과의 양자관계는 유지하면서도 북러 밀착과 북중러 연대에 거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북러 정상회담에 있던 2023년 9월에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조율에 따른 것으로 북러관계와 관련된 것이다”고 답변했다.13) 2024년 6월에 체결된 북러 신조약 체결이나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이는 북러간의 양자 협력 사무로 논평하지 않겠다", "중국은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면서 중국이 북러 밀착에 관련되는 것을 경계했다.14)
Ⅳ. 트럼프 2기 북중관계 전망
2024년 11월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하며 지역 내 미 동맹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지만, 트럼프(Donald Trump)의 복귀로 미국과 동맹 간 불협화음이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에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과 미 동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북한과의 거리두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북한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군사도발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중 간 냉각기류는 지속될 것이다.
트럼프 2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북미협상 재개가 북중관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북러 군사밀착이 흔들릴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할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과 긴밀한 중러관계를 활용해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하려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어떤 형식으로든 북미협상이 재개된다면 중국은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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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inese vice foreign minister visiting N. Korea: KCNA”, Yonhap News, 2024.01.26., https://en.yna.co.kr/view/AEN20240126001000315.
2) 자세한 내용은 김규범, “2018년 이래 북중 관계의 동향과 ‘관계 이상설’에 대한 평가”, 세종연구소 세종정책브리프, 2024.09.03.; 이동규, “최근 북중관계 경색, 어떻게 봐야 하나?”, 월간북한 2024년 10월호, 북한연구소, pp.48-57; 이재영, “중국 당·정 대표단 방북 및 향후 중북관계 전망”, 통일연구원 현안분석, 2024.04.16.을 참고하기 바람.
3) “"로켓 추력은?" 김정은 질문하며 열공…푸틴 "北위성 돕겠다"”, 중앙일보, 2023.09.1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2229.
4) 북러 신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다.
5) “[단독] '북중 밀월 징표' 김정은 발자국 동판, 중국서 사라졌다”, 중앙일보, 2024.06.1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5484.
6) “中, 北 노동자 전원 귀국 요구…북중관계 이상 기류에 주목”, 동아일보, 2024.07.09.,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40709/125849201/1.
7) “북한에 깐깐해진 중국…엄격 통관에 북한은 생활고”, KBS 뉴스, 2024.06.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0775.
8) “North Korea marks Korean War ‘victory’ with goose-stepping soldiers but no nukes”, NK News, 2024.07.29., https://www.nknews.org/2024/07/north-korea-marks-korean-war-victory-with-goose-stepping-soldiers-but-no-nukes/.
9)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노동신문, 2023.01.01.
10) “북한 국방상, 한·미·일 정상회담 비난···“거대한 러시아·중국 포위환”“, 경향신문, 2023.08.24., https://www.khan.co.kr/article/202308241915001.
11)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2019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We are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고 명시됐지만, 2024년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We reiterated positions on regional peace and stability,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abductions issue, respectively)”고 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12) 중국 입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동규, “북러 군사밀착과 중국: 북중러 3각 연대로 나아가는가?”,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3.11.20.을 참고하기 바람.
13) “2023年9月13日外交部發言人毛寧主持例行記者會”, 中國外交部, 2023.09.13., https://www.mfa.gov.cn/fyrbt_673021/jzhsl_673025/202309/t20230913_11142325.shtml.
14) “2024年6月20日外交部發言人林劍主持例行記者會”, 中國外交部, 2024.06.20., https://www.mfa.gov.cn/web/wjdt_674879/fyrbt_674889/202406/t20240620_11439108.shtml; “2024年10月24日外交部發言人林劍主持例行記者會”, 中國外交部, 2024.10.24., https://www.mfa.gov.cn/web/wjdt_674879/fyrbt_674889/202410/t20241024_11515518.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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