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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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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간 산업정책을 통해 본 한국의 과제

박기순 소속/직책 :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 2025-02-07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미중간 기술 경쟁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도화선은 중국의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자국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산업정책의 일환이다. 미중 간에 갈등을 촉발시킨 핵심 내용은 기술노선도를 통해 반도체 등 주요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자립도를 70%까지 제고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의 몫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행해온 불공정 행위들을 지적하면서 이를 경제적 침략행위로 보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산업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경제안보 개념의 부상
 
미국 국방부에서 정의해온 경제안보 개념을 보면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발전시키고,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국제적 이익을 형성하고, 비경제적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물질적 자원을 소유하는 능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2017.12월 미 국방부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경제적 번영과 성장이 국가안보와 직결” 한다는 경제안보 개념을 내놓은 바 있으며, 경제안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핵심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산업정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씽크탱크가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방어”라고 정의하면서 수동적, 방어적 개념을 강조한 것에 비하면 미국은 경제성장을 통한 능동적 방어 개념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부처마다 각 특성을 고려한 경제안보 개념을 정의해오기도 했는데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USTR은 통상정책 측면에서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연계하여 추진해왔으며, 상무부에서는 가상 적대국인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을 위해 기술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예컨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대 전략물자의 공급망 디커플링이나 첨단기술 유출 금지 정책 등을 활용하고 또한 동맹을 동원한 TVC(Trusted Value Chain) 등을 강조하였다. 트럼프 2.0시대에서는 기술안보와 더불어 기존의 관세정책을 통한 경제안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산업정책의 부활 

성장과 발전을 통한 적극적인 경제안보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그동안 금기시해온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을 꺼내 들었다. 산업정책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국과 같은 선발국의 자유주의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독일과 같은 후발국이 시행하는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시대에는 경제의 세계화 속에서 국제분업, 자본의 이동, 자국기업의 발전 단계 등을 기초로 자국산업 및 생산활동의 방향을 규제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최근의 미중간 산업정책은 선발국인 미국이 후발국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에는 앞서 설명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산업정책으로는 인프라투자법 (Bipartisan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등을 들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3법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 공급망 안정화, 기후 변화 대응 등을 현재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이슈를 주요 과제로 인식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산업 정책이며,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정책이자 대중국 견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정책 강화도 제조업 공급망을 미국에 구축하기 위한 산업 부흥 정책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미중간의 갈등과 충돌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감안한 정책인 것으로 사료된다. 

자료 : 이코노미 조선, 2022.10.10

중국, 산업정책의 나라 

중국은 산업정책의 국가이다. 1953년부터 매 5년마다 경제계획 기간을 확정해 중국 현실과 특성에 맞는 5개년 경제발전 계획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약진운동(58-62)으로 경제기반이 무너졌던 3년간(63-65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시행 및 강화해왔다. 대약진 운동은 1957년에 소련이 공업 및 농업 생산을 통해 15년내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선언하자, 1958년 중국도 영국과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경제발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행과정에서 협동농장1), 토법고로2)(土法高爐), 제사해운동3) (除四害運動), 산림 파괴, 가축과 농지 수산물 등에 대한 살충제 남용, 벼 빽빽하게 심기4) 등 잘못된 산업정책으로 3~6천만 명 아사, 마오쩌뚱 국가주석 사임 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는 중국이 경제, 문화 수준이 20년 이상 퇴보하고 문화대혁명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대약진운동의 실패는 중국의 초기 산업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러한 산업정책 실패는 개혁∙개방이후 테크노크라트 들과 같은 전문가들에 의한 면밀한 산업정책 수립과 집행으로 이어져 고속성장을 이룩하는데 기여하였다. 

특히 2010년 12.5 계획부터는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해 차세대 ICT, 첨단장비, 신소재, 신에너지자동차, 에너지절약/환경보호, 신에너지, 바이오 등 7대산업을 ‘12.5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중점 육성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채 5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12.5계획의 첨단장비를 항공우주장비, 철도교통장비, 공작기계/산업로봇, 해양공정/첨단선박, 농업장비 등으로 세 분류해 만든 ‘중국제조 2025’를 선언하였다. 이와 더불어 병행 실시된 ‘인터넷+ 정책’은 최근의 ‘AI+ 정책’으로 이어졌으며, 또한 ‘공급측 개혁’이라는 품질 혁명 정책도 추진하였다. 이어 2017년에는 녹색 저탄소, 디지털 컨텐츠 등을 포함한 ‘13.5 전략적 신흥산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전체적인 경제산업 발전 계획 이외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대기금 정책,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수소산업 발전 계획, 탄소저감 산업을 위한 탄소산업 발전 정책 등을 제정해 전면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경제 및 산업발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정책 실종 상태인 한국의 과제

과거 한국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공업화 정책 등 각종 산업정책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였으나, 1990년대 들어 한국은 미국의 산업정책 지양 정책에 발맞춰 직접적인 산업별 육성정책 보다는 산업발전의 방향성을 중시한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미중 충돌이라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 이후 미중 양국은 첨단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고자 직접적인 산업육성 정책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산업정책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다. 우리의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반도체 산업을 호국산업으로 지칭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산업정책은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경제법안이 ‘반도체 특별법’이다. 반도체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야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 가운데 ‘고임금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상한제와 초과 근로수당 지급 규제를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합의 불발의 핵심 쟁점이라고 한다. 중국은 CATL과 같은 첨단산업 관련 기업들은 ‘896제(아침 8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월부터 토요일까지 근무)’를 실시하면서 R&D에 목숨을 걸고 있다. 

첨단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 없이는 우리의 미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한 실정인 것을 감안해 하루 속히 초당적 합의를 통한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 핵심 첨단 산업을 지원하고 아울러 ‘전력망법’이나 ‘AI 관련 법’ 등을 제정해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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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련식 집단화를 모델로 인민공사를 설립하고 협동농장으로 개편하였으며, 일반 가정집에 곡식, 조미료, 솥, 그릇 등 을 모두 수거하고, 개인 취사를 금지했으며, 식사는 공용급식소에서만 가능
2) 산업화를 위한 철 생산을 위해 큰 제철소 대신 마을마다 소규모의 용광로를 설치 (원료 : 농기구, 솥, 식기도구 등)
3) 참새, 들쥐, 파리, 모기 등 해로운 4가지를 박멸하는 운동으로 2억 마리가 넘는 참새를 잡아들였으나,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급속히 늘어나 오히려 농업생산량이 감소
4) 기존보다 벼를 빽빽하게 심으면 벼끼리 더 잘 자라고 수확량도 많아질 거라는 첸쉐썬 공학박사의 아이디어를 채용했으나 오히려 병충해를 발생시켜 농업 대기근을 유발

[관련 자료 목록]
박기순, “트럼프 2.0시대 中 맞불 관세 전망”, 이코노미 조선 2024.12.16
박기순, “경제비관론속 중국 혁신의 진격”, 이코노미 조선 2024.10.07
박기순, “사면초가 중국 경제, 비상 걸린 한국 경제”, 동아시론, 동아일보 2024.10.04
박기순, “14년 연속 세계 제조업 1위 중국에 맞서는 한국의 세가지 지혜”, [송의달LIVE], 조선일보, 2024.08.11
박기순, “기술 경쟁력 잃은 韓 --- 기술 축적없인 ‘대중적자 30년’ 올 수도”, 이코노미 조선, 2024.06.17
박기순, “중국에 과학기술 추월당한 한국의 과제”, 이코노미 조선 2024.03.18
박기순, “피크 차이나론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이코노미 조선 2023.12.11
박기순, “미중 패권 시대 자국 이익 우선하는 ‘산업정책’ 필수---반도체육성법 등 시급”, 공감 딥터뷰, 공감신문 2022.10.13
박기순, “Chip 4 동맹과 한국의 선택”, 이코노미 조선 2022.10.11
박기순, “미중 갈등이 부각시킨 경제안보 중요성”, 이코노미 조선 2022.05.23
미국 국방부, 상무부, USTR 등 관련기관 홈페이지
중국 국무원, 12.5 규획, 13.5 규획, 14.5 규획, 중국제조 2025 등 각종 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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