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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 속 변화하는 무역 질서와 한국의 통상 전략
이가은 소속/직책 : 광운대학교 국제통상학부 / 교수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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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심화된 양국 간 무역 마찰은 단순한 경제적 갈등을 넘어 첨단기술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승주, 2019).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교역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고에서는 미⋅중간 무역 갈등의 전개 과정과 이로 인한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중 관세전쟁의 전개과정 및 촉발요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미국의 대(對)중 무역적자 해소, 기술 주도권 확보, 지적재산권 보호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김희준, 2020).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에 나섰고, 이후 양국은 상호 보복 조치를 반복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1)
2024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자 중심의 통상정책 기조하에 대중 무역 관계의 재정립을 추진하였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반도체 관련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2) 이러한 조치는 자국 내 제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2025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후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3) 이와 함께 중국산 반도체, 배터리, 신에너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확대 적용하고, ‘상호주의적 관세’원칙에 따라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침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가 철폐되었으나, 미국은 비관세 조치과 환율 등을 포함한 포괄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비관세 조치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함께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체계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표 1> 관세부과 조치 전개 과정 및 단계별 특징
자료 : [전략물자 수출통제 Brief 2020 Vol. 2] 미· 중 무역 분쟁과 향후 방향을 바탕으로 저자 정리.
중국의 반격: 수출⋅입 구조조정과 산업 고도화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여 미국산 제품(농산품 등)에 대한 상응 관세를 부과하고, 전략물자인 핵심 원자재(희토류 등)의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을 시행해왔다. 아울러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국제조 2025”,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14⋅5규획>과 2035년, 2050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내수시장 활성화와 기술 혁신을 위한 산업 및 지역 발전 정책을 통해 제조업의 양적생산에서 질적생산으로 변모하여 제조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유동성 확대를 위한 통화정책과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증시 부양책 시행, 이구환신(구형 가전을 신형으로 교체 시 정부 보조금 지급),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 등 다각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박준석, 2025).
2023년 중국의 주요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 9,117억 달러(15.4%), EU(European Union)가 7,830억 달러(13.2%), 미국이 6,645억 달러(11.2%)를 기록하였다(유다형, 2024). 특히 ASEAN이 최대 교역파트너로 부상하였으며,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참여국과 교역이 46.5%로 증가 추세를 보여 교역 다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미국, EU,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정지현 외 3명, 2024).
미·중 간 무역 환경 변화로 인해 양국 간 직접 교역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제3국을 경유한 우회 교역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캐나다, 멕시코가 주요 경유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멕시코 등 경유 수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이 진행되면서 중국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기술 개발과 산업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주요국과의 균형적 협력 관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경우 미중 시장에서 경쟁에 심화되고 있으며, 소재 산업 분야에서는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시장 접근성 제약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교역 구조와 대응 방안
한국의 대외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대중국의 교역액은 약 2,677억 달러, 대미국 교역액은 약 1,8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 수준인 가운데, 중국(약 21.0%)과 미국(약 14.7%)이 전체 교역의 35.7%를 차지하며 각각 1, 2위 교역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4) 즉, 중국과 미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으며 두 국가 모두 중요한 파트너임을 의미한다.
<표 2> 한국 상위 10위 교역국
자료 : K-stat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자 정리.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의 공급망 다각화 및 안정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김수동 외 4명, 2019). 특히 최근 5년간 대중국 수입이 중간재 및 핵심 소재품목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급망 측면에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SEAN, 인도, EU 등 주요 경제권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시장 다변화와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가 요구된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 변화는 중국의 수입 수요 구조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구조 간 격차 확대에 기인한다. 이에 대응하여 AI,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 분야의 투자 확대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동시에 핵심 소재부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글로벌 교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여 산업 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특히 ESG(Environment · Social · Governance) 경영 강화와 디지털 무역 기반 구축이 요구되며, 미국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대한 체계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 교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은 다자간 협력 체계를 황용한 균형적 통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WTO, CPTPP 등 다자간 무역협정의 전략적 활용과 함께, 한·미 FTA, 한·중 FTA 등 기존 양자 협정의 효과적 운용을 통한 교역 기반 강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협력 체계 구축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글로벌 교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 산업, 기술, 지역 경제 통합 등 다차원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핵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각화가 요구된다. 둘째, 양자 및 다자간 경제 협력 체계를 활용한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 경쟁력 강화 기술을 위한 기술 혁신과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글로벌 교역 질서의 재편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은 원자재 수급 안정화와 핵심 부품 조달 경로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 아울러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 혁신 기반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한국 경제는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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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연합뉴스. (2025년 02월 10일). 中, 대미 보복관세 부과 시작…'무역전쟁 2라운드' 본격화. https://www.yna.co.kr/view/AKR20250209028800083 (검색일: 2025년 02월 22일).
2) 조정원. (2024년 12월 18일). [이슈분석]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수입관세 인상: 중국 태양광, 전기자동차,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의 대응. CSF 중국전문가포럼. (검색일: 2025년 02월 22일).
3) 한국경제. (2025년 02월 10일). [글로벌마켓] 트럼프 "10일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 부과 발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103885i (검색일: 2025년 02월 20일).
4) K-stat 무역통계. https://stat.kita.net/newMain.screen (검색일: 2025년 02월 22일).
[참고문헌]
김수동, 강지현, 빙현지, 설윤, & 김종탁. (2019).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김희준. (2020). 미· 중 무역 분쟁과 향후 방향. 무역안보브리프, 전략물자 수출통제 Brief 2020(2), 1-37.
박준석. (2025).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시작, 2025년 중국경제는? 세계는 지금, 2월호, 59-61.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유다형. (2024). 2023년 중국 무역 수지. 한중 Zine 최신중국동향, 372, 1-9. 인천연구원.
이승주. (2019). 미중 무역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다차원적 복합 게임. 국제지역연구, 28(4), 1-34.
정지현, 양평섭, 박민숙, & 김홍원. (2024). 2023년 중국 대외무역의 특징과 한· 중 무역에 대한 시사점. 오늘의 세계경제, 24(3), 1-34. KI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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