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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대만국민의 대외 인식 ― 대만민의교육기금회(TPOF)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김수한 소속/직책 : 인천연구원 / 연구위원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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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의 관세조치와 대만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은 급격한 방향 전환을 맞이하였다. 기존의 다자주의 및 동맹 중심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보호무역, 일방주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 강화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7개국을 대상으로 ‘상호주의 관세’를 발표함으로써 세계경제가 격랑에 빠져들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된 이번 조치는 일회성 대응이나 협상 전술이 아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1)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즉각적인 보복을 단행하며, 미중 전략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2)
이러한 국제 정세의 변화는 대만의 정치 및 사회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재단법인 대만민의기금회(臺灣民意基金會.TPOF)는 2025년 4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 1,08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3) 이 글은 해당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시기 대만 국민의 대외 인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인식
■ 관세 조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신규 관세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82.0%가 ‘정당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정당하다’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이 파트너십보다는 자국 이익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대만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대만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 우려
관세 정책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심각한 영향’(42.8%)과 ‘어느 정도 영향’(43.6%)을 합쳐 86.4%가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였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구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불확실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한다.
■ 미국에 대한 신뢰도 하락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2%로, ‘신뢰한다’(31.4%)는 응답을 크게 상회하였다. 이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대미 인식이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보다 미국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는 49.2%가 동의했으며, 43.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여, 전략적 불신과 회의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대만 정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
■ 라이칭더 정부에 대한 평가: 지지와 회의의 병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라이칭더 정부의 전략에 대해 ‘지지한다’는 응답은 43.9%, ‘반대한다’는 응답은 40.8%로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는 국민들이 외교적 당위성뿐 아니라 정책의 실효성과 실익을 기준으로 정부 대응을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칭더 총통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45.9%, ‘부정적’ 45.7%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으며, 이는 집권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 ‘인지 전쟁’과 반중 전략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강화와 대미 경도 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세 속에서, 대만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미국 의심론(疑美論)’과 ‘트럼프 혐오(恨川)’ 전략을 ‘인지 전쟁(認知作戰)’으로 규정하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4) 라이칭더 총통은 4월 13일 국가안보 고위급회의를 개최한 뒤 중국을 ‘해외 적대세력(中國是境外敵對勢力)’으로 공식 규정하고, 「5대 국가안보 위협 및 17개 대응전략(賴十七條)」을 발표하였다.5) 이 전략은 중국의 대만 주권 침해, 군 내부 침투, 정체성 교란, 양안 교류를 통한 통일전선 활동, 청년 및 기업 유인을 핵심 위협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정치·군사·경제·사회적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 국내 여론의 반응
이 조치는 중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연성 전략에 대해 대만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트럼프 2.0 시대에 따른 대외환경의 불안정성 및 외교정책 실패에 대한 국내적 비판을 반중(反中) 기조로 돌파하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만 내부에서도 해당 조치가 대만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이를 국내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 법률 전문가들은 법 개정 없이 시행될 경우 법적 정당성이 부족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6)
2025년은 중국의 소위 반분열국가법을 시행하여 대만의 독립 지향성을 압박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라이칭더 정부의 강경 조치는 민심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것이다. 대만을 ‘외부 적대 세력’로 규정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라이 정부의 정책이 헌법상 기본권 제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 역시 대두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유튜버의 친중 발언을 규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사전 검열 성격이 강함.공무원의 중국 방문 신고 의무화 역시 개인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칭더 정부는 군사법원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대만 군사법이 개정된 이후 폐지된 제도로, 법적 정당성 부족과 민주화 역행이라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7)
한편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대만 국민의 복잡한 속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라이 정부가 유튜브에서 친중 발언을 한 중국 국적 여성의 영주권을 박탈한 조치에 대해, 67.5%가 지지, 26.1%가 반대하였다. 또한 군사재판 제도 복원에 대해서도 65.3%가 찬성하였으며, 이는 중국의 군사 위협에 따른 안보 불안이 사회적으로 체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중국을 ‘외부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 49.1%, 비동의 42.6%로 찬반이 갈려, 안보 위협 인식은 있으나 양안관계를 악화시키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과도한 조치에는 경계하는 분위기 역시 함께 감지된다.
4. 종합 및 시사점
2025년 4월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과 함께 전개된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대한 대만 국민의 강한 불만과 불신, 그리고 대만 정부의 대응에 대한 유보적·복합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들은 단순한 ‘친미·반중’ 구도를 넘어, 정부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실질적 효과와 국민의 체감 이익 기준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안보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과도한 긴장 고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시대의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대만 정부가 기존의 친미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보다 자율적이고 균형 잡힌 전략 수립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대중국 압박 강화, 그리고 중국의 대만 통일을 겨냥한 다각적인 전략 전개 속에서, 대만이 과연 국민의 안전과 국가 주권을 효과적으로 수호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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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미국 우선주의 통상비전의 구조적 전환에 대한 내용은 Heather Hurlburt(2025) 참고.
2) 미중무역전쟁과 중국의 태세에 대한 내용은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2025.4.10.) 참고.
3) 관련 설문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臺灣民意基金會(TPOF) 홈페이지 참고.
4) 宋碧龙(2025.03.11.).
5) 歐芯萌(2025.03.13.)
6) 廖士鋒(2025.03.14.).
7) Fang Wei-li and Fion Khan(2025.3.14.)
[참고문헌]
Fang, Wei-li & Fion, Khan(2025.3.14.).Military courts to be reinstated: Lai. https://www.taipeitimes.com/News/front/archives/2025/03/14/2003833400(검색일. 2025.03.14.)
Hurlburt, Heather (2025). Trump’s ‘liberation day’ tariffs are likely just the beginning of a longer-term vision, Chatham House. https://www.chathamhouse.org/2025/04/trumps-liberation-day-tariffs-are-likely-just-beginning-longer-term-vision (검색일. 2025.04.03.)
Shan, Shelley (2025.3.14.). Lai announces 17 strategies to counter infiltration.Taibai Times. https://www.taipeitimes.com/News/front/archives/2025/03/14/2003833401(검색일. 2025.03.14.)
MERICS(2025,4,10). The US-China trade war, MERICS,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https://merics.org/en/merics-briefs/merics-china-essentials-special-issue-us-china-trade-war (검색일. 2025.04.10.)
臺灣民意基金會(2025). 美中兩大強權衝擊下的台灣民意. https://www.tpof.org(검색일. 2025.04.15.)
宋碧龙(2025.03.11.). 卓荣泰:散播疑美恨川是唱和中共.大纪元. https://www.epochtimes.com/gb/25/3/11/n14455956.htm(검색일. 2025.03.13.)
歐芯萌(2025.03.13.). 因應中共統戰威脅 賴清德祭17項因應策略一次看!. https://tw.news.yahoo.com(검색일. 2025.03.13.)
廖士鋒(2025.03.14.).賴總統端出17項國安策略 學者:台灣已進入「準戰爭時期」.台北即時報導. https://udn.com/news/story/124413/8606710 (검색일.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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