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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쟁점과 우리의 대응
강택구 소속/직책 : 한국환경연구원 / 연구위원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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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그는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파리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재탈퇴를 선언하고 에너지 관련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관련하여 직전 바이든 행정부의 추진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저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에 정책적·재정적 등의 지원을 뒷받침해왔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미중 간의 전략 차이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간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전략을 분석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이슈를 식별하고 우리의 대응 전략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1. 미중 전략
가. 미국의 전략
트럼프가 재집권한 미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보다 화석연료 확대를 통한 국내 에너지안보를 우선시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탄소중립을 포함한 기후정책의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는 출범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석유, 가스, LNG 생산을 촉구하였다.1)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정책과 산업에 관련 지원은 축소되거나 철폐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자체가 폐지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법률로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폐지는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과2) 대다수 IRA 사업이 공화당 지역구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3)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경제 재건을 위한 수단으로써 에너지를 본다는 점에서 화석연료에 기초한 특정 에너지산업만을 편애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재생에너지의 원자재확보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관련한 전략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핵심 광물 및 원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엿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희토류 광물의 생산과 가공에서 미국의 지위를 확립하여 다자보다는 양자의 관계에서 동맹국과의 공급망을 강화하고,4) ‘외국 적대세력 통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해외 중요 광물 및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5)
나. 중국의 전략
트럼프 시대의 미국과 달리 시진핑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다. 「중국제조 2025」에서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를 10대 핵심산업에 포함하면서,6) 재생에너지는 환경보호 수단을 넘어 미래 핵심 경제발전 전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어 2020년 탄소피크 2030, 탄소중립 2060의 ‘쌍탄’ 목표 공약과 ‘기술 혁신이 신품질 생산력 개발의 핵심요소’라는 시진핑의 언급과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 첨단기술의 자립을 위한 기술 경쟁력도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한 재생에너지 산업 및 기술과 연계하여 전개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전략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 제품, 전기차, 배터리 제조 용량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80%, 62%, 75%에 육박한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개발도상국을 새로운 수요지로 주목하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국의 기술 및 제도가 일대일로 연선국가에게 확산되고 이를 토대로 자국 중심의 기술 및 제도로 규범이 제정된다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7)
상당수의 핵심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전략적 광물자원의 안정적인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의 광산 개발을 통해 원자재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8) 가공 및 정제공장은 안정적으로 리튬을 공급받기 위해 개별 광산과의 장기구매 계약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개별 광산과 정제공장 간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 중국 소유의 가공 및 정제공장은 광산에 투자하여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면서 수직적 통합을 이룩하고 있다.9)
2. 향후 발생 가능 쟁점
트럼프 집권 기간 미중 간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쟁점은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면의 한계와 논의의 편의를 위해 아래 3개 쟁점으로 국한하여 논의한다. 우선, 미국의 화석연료 강조와 규제 완화로 인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 둔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생산 및 가공을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보조금을 축소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투자가 위축되고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 감축 및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약화 가능성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축소는 미국 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동맹국 예를 들면, 한국, 일본 등과의 재생에너지 협력을 소홀히 하면서 역내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한일 협력 그리고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 등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자신의 기술적 우위인 재생에너지 관련한 재정적 및 기술적 투자를 확대하여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사우스 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인해 역내 및 글로벌사우스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중국 중심의 기술 및 자본 의존도가 높아지고,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블록화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의 전략은 상이하다. 미국은 국내 원자재 광물자원 채굴과 가공을 우선하고 대외적으로 다자적 협력보다는 양자간 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에 중국은 이미 원자재뿐만 아니라 산업 관련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원자재 관련하여 양국 간의 치열한 경쟁과 보호주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 양국이 각각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글로벌시장의 파편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다만, 원자재 글로벌 공급망을 단기간 내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양국의 디커플링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3. 우리의 대응 전략
오늘날 미중 간 기후 및 재생에너지 분야 경쟁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양국의 기술 패권, 경제적 우위 확보, 국제질서 주도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간에 경쟁은 양국이 상호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구조적인 측면이 표출되는 것이며, 단기간 내 경쟁과 미중 양국의 경쟁과 갈등의 구도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견국으로서 위상을 견지하기 위해 글로벌 기후변화 거버넌스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 체계를 강화한다. 국제사회에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중 경쟁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글로벌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진한다.
둘째,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실리적 협력을 모색한다. 미국은 관련 분야의 기술 수준이 상당한 수준으로 상용화 기술이 많은 나라이다. 비록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우선을 강조하지만, 한미 양국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관련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은 지속한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상호 이익이 되는 실리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하면서 중국과의 협력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셋째, 핵심기술 자립과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미 한국은 탄소중립 기술 혁신 17개 분야 전략 로드맵을 2024년 12월 마무리한 바 있다. 이들 로드맵 간의 연계를 보완하고 전체 관련 기술들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일부 일관적이지 않은 개념과 목표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다변화를 추진한다. 한국은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안정화를 위한 전략과 계획을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마련하였다. 이들 전략과 계획 간의 상호 연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특정국 공급망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로 낮춘다는 ‘양적’ 목표에 더해 대체 공급망을 제공하는 국가의 안정성 등을 고려한 ‘질적’ 측면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계획을 마련한다. 더불어 양자협력을 선호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대한 미국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아태지역에서 한국이 ‘아태 청정에너지 공급망 허브(가칭)’로서의 역할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모색한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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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The White House(2025.1.20), “Declaring a National Emergency”,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01/declaring-a-national-energy-emergency/, 검색일: 2025.3.15.
2) Smith, Don. C.(2024), “‘The’ key 2024 election involving climate change and the energy transition: Biden vs Trump 2.0 and the matter of global trust in the US”, Journal of Energy & Natural Resources Law, 42(2), pp.134~135.
3) Davis Polk Insight(2024.12.9.),“The impact of a second Trump term on environmental and climate change policy”, https://www.davispolk.com/insights/client-update/impact-second-trump-term-environmental-and-climate-change-policy, 검색일: 2025.4.25.
4) The White Houes(2025.1.20), “Unleashing American Energy”,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01/unleashing-american-energy/, 검색일: 2025.4.10.
5) The White Houes(2025.4.24), “Unleashing America’s Offshore Critical Minerals and Resources”,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04/unleashing-americas-offshore-critical-minerals-and-resources/, 검색일: 2025.5.8.
6) 中国政府网(2015.5.8.), “国务院关于印发《中国制造2025》的通知”, https://www.gov.cn/zhengce/content/2015-05/19/content_9784.htm, 검색일: 2025.5.6.
7) 강택구, 정기웅(2022), “중국의 일대일로 저탄소 녹색발전 전략과 전망,” 『중소연구』, 제46권 제3호, pp.115~120.
8) 오프테이크 계약은 생산자와 구매자가 생산 전 단계에서 제품의 미리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장기구매 약정의 일종이다. 생산자는 사전에 확보한 판매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는 고정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받는다는 장점이 있다(저자 주).
9) Worstall, Tim(2023.11.7.), “Where China’s Lithium Monopoly Comes From”, The Diplomatic, https://thediplomat.com/2023/11/where-chinas-lithium-monopoly-comes-from/#:~:text=The%20economic%20pressures%20here%20are,a%20higher%20level%20of%20interdependence., 검색일: 2025.4.5.
10) 본 글은 KEI에서 2025년 수행중인 수시과제 『트럼프 2.0 미·중 기후 및 재생에너지 쟁점과 시사점』의 일부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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