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Home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광시자치구-베트남 농산물 교역 트랜드의 변화와 시사점
김욱 소속/직책 : 건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 교수 2025-07-08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 제기
2024년 11월 말부터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인의 단기 방문에 대해 최대 30일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는 관광, 비즈니스, 친지 방문, 문화 교류, 환승 등을 포함하며, 2025년 들어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 전역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최근에는 개인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체험담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특히 방문자들은 중국의 음식, 과일, 채소 등 생활물가가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점에 이구동성으로 공감하고 있다.
물론 중국 내 지역별로 물가 격차가 존재하지만, 광시자치구는 특히 농산물 가격이 저렴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광시자치구는 중국 남부의 대표적인 농업 지역으로,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을 바탕으로 벼, 두리안·망고·용안 등의 열대 과일, 채소, 사탕수수, 허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이 지역은 아열대 기후 덕분에 중국 농업농촌부가 지정한 다수의 국가급 채소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남채북운(南菜北运)’ 전략에 따라 봄·겨울철 북방 지역 채소 공급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광시의 농업 총생산량은 중국 남서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가격도 안정적이고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광시자치구 간 농산물 교역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국내에 이 지역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여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유사한 기후 조건을 공유하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과의 농산물 무역 조건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상호 배타적 접근보다는 무역 활성화를 택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의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지리적·환경적 조건이 유사한 한국과 중국 산둥성 간 농산물 교역 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도표1 광시자치구-베트남의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
출처: ResearchGate — “Map of Research Locations in China Vietnam Border Areas”, 2025.06.29
광시자치구–베트남 간 메가 FTA 체결로 형성된 유리한 외부 무역 환경
1. ASEAN–China FTA (ACFTA) 체결1)
2002년 11월 4일, 제6차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 지도자들은 ‘중국–아세안 포괄적 경제협력 기본협정’에 공동 서명하고, 2010년까지 자유무역지대 구축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 1일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가 공식 출범하였으며, 중국의 아세안 대상 평균 관세는 기존 9.8%에서 0.1%로 대폭 인하되었다. 이로써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 간 직접 투자 및 비즈니스 협력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2022년 11월, 중국과 아세안은 ‘자유무역지대 3.0 버전’ 협상을 공식 개시한다고 발표하였으며, 협상 범위에는 상품 무역, 투자,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등이 포함되었다. 이후 2023년 2월 7일 제1차 협상이 진행되었고, 두 차례의 후속 협의를 거쳐 2025년 5월 20일 최종 타결되었다.
2.중국과 ASEAN 국가들 간의 RECP협의 체결
RCEP(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는 아세안 10개국,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2020년 11월 15일 서명되었으며, 2022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협정은 ▲20년 내 관세 90% 이상 철폐 ▲원산지 규정 통합 적용 ▲비관세 장벽 완화 ▲서비스 및 투자 개방 ▲디지털 및 지식재산권 협력 등 폭넓은 내용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베트남 간 대외 무역 관계는 한층 심화되었고, 광시자치구의 농산물 무역구조 역시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에 기여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도표2. 중국과 베트남이 체결한 무역협정 내역 (농산물포함)
자료: Hung Liping, 김욱 (2022) 재정리
광시자치구-베트남 간 농산물 무역 현황과 특징
베트남은 광시자치구의 최대 농산물 무역 파트너로, 양국은 농산물 교역, 농업 투자, 정보 공유, 농업 기술 및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광시자치구와 베트남 간 농산물 교역액은 175억 3천만 위안으로, 광시 전체 농산물 무역액의 24.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대(對)베트남 수출은 96억 3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하였고, 수입은 79억 위안으로 52.1% 증가하여 전체 수입액의 13.9%를 차지했다. 2024년 1~11월 누적 교역액은 183억 7천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하였으며, 수출은 82억 4천만 위안, 수입은 101억 3천만 위안으로 각각 42.5% 증가하였다. 특히 과일 교역은 전체 광시–베트남 농산물 무역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전체 및 아세안 국가와의 과일 무역에서도 1/3 이상을 담당한다. 광시자치구는 베트남산 과일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관문이자, 중국산 채소·과일이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하는 물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산 자색고구마와 두리안을 중국 시장에 최초로 대량 수입하며, 과일 시장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에 기여하고 있다.
광시자치구와 베트남 간 농산물 무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광시자치구가 베트남을 상대로 오히려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일부 농산물들이 베트남 및 동남아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광시는 1인당 GDP가 중국 평균보다 낮은 중서부의 저소득 지역으로, 인건비·토지임차료·운영비용이 저렴하고 베트남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비용도 저렴하다. 가격 상승 시 수입산(베트남산)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생산과 유통에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둘째. 양국 간 농산물 품목은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저자의 2022년 해당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광시가 베트남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HS21(잡화식품), HS07(채소), HS13(셸락, 식물 수액 등)2) 이며, 베트남은 HS12(오일·견과류), HS08(과일류), HS11(제분 제품)을 광시에 수출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 보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베트남에서 광시자치구로 수입되는 제조업 제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류, 신발, 모자, 전자부품, 목재 제품 등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다국적 기업의 베트남으로의 유입과 베트남 중산층 확대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일부 농산품 공급망은 오히려 베트남이 아닌 광시에 의존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점과 시사점
광시자치구–베트남 간 농산물 공급망 및 산업 유통망은 지정학적 이점과 무역환경 개선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첫째, 중국과 베트남은 아직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다. ACFTA와 RCEP 등의 다자협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양자 FTA의 전략적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원산지 규정의 복잡성, 디지털 무역의 확대, 농산물 시장의 개방, 제도 협력 강화 등 다양한 과제가 산재해 있다. 둘째, 양국 간 다자 FTA 가입의 이질성으로 인한 제도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베트남은 CPTPP3), EVFTA4) 등 고수준의 통상 규범이 적용되는 협정에 가입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아직 해당 협정들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규범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투자 확대에 있어 제도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농산물 공급망 역시 정치·외교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통관 지연, 검역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이 증가하고 있으며, 광시 지역으로 경로가 집중됨에 따라 물류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울러 양국 간 제도적 협의 부재와 계약 불안정성은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광시자치구–베트남 간 농산물 무역 구조의 긍정적인 변화는 한국에 여러 가지 실질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농산물 수급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국 광시자치구의 다양한 농산품과 이 지역을 통한 베트남 농산물 확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새로운 공급망 거점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광시–베트남–한국 간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농산품 및 제조업 분야의 안정적 통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광시자치구–베트남 간 상호보완적 무역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산둥성 간 농산물 교역의 시너지 가능성을 검토함으로써,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입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스마트 농업 및 물류 기술 수출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항만(Smart Port), 농기계, 검역 시스템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광시 및 베트남 시장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섯째, 새만금, 옌타이(烟台), 옌청(盐城), 후이저우(惠州) 등 기존의 한중 산업단지 경험을 기반으로, 광시자치구에 새로운 한중 협력 산업단지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wiki/ASEAN%E2%80%93China_Free_Trade_Area, 2025.06.29
2) Hung Liping, 김욱 (2022)
3) CPTPP는 일본·캐나다·호주·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규모 자유무역협정으로 RCEP보다 높은 시장 개방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4) 유럽 연합(EU)과 베트남 간의 자유 무역 협정인데 2020년 8월 1일에 발효되었으며, 양측 간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VFTA는 관세 철폐, 투자 규정 개선, 지식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참고문헌]
Hung Liping·김욱(2022), “CAFTA框架下广西与越南农产品贸易竞争力与互补性研究”, 『한중사회과학연구』, 20권 3호.
ResearchGate, “Map of Research Locations in China‑Vietnam Border Areas”, 2025. 6. 29.
Wikipedia, “ASEAN‑China Free Trade Area”, https://en.wikipedia.org/wiki/ASEAN%E2%80%93China_Free_Trade_Area, 2025. 6. 29.
广西县域经济网, http://nynct.gxzf.gov.cn/xwdt/ywkb/t19505485.노싀 2025. 1. 14.
이전글 | 이전글이 없습니다. | |
---|---|---|
다음글 | 청두에서 탄생한 흥행 신화, 중국 애니메이션의 역습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