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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을 둘러싼 국제환경 진단과 우리경제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실 / 실장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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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發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전쟁
지난 4월 2일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 이후 7월부터 일본,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까지 대미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에 따라 MAGA(Make America Greate Again)를 앞세운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은 트럼프發 관세 불안이 소멸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상호관세 부과 이전수준을 회복하였고 특히 미국 증시는 보란 듯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리딩 국가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당초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 유화책을 쓰지 않고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맞불 작전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후 미중도 제네바(5.11일)와 런던 협상(6.10)을 통해 상호 관세를 115%p 인하하고 반도체와 희토류 수출 규제도 완화하였다. 이어서 7월말 협상에서는 인하된 관세율을 90일 재연장키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미중 관계는 최근 갈등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대립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으며, 양국은 일시적 휴전을 기반으로 핵심 기술 및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중국 견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제 정부 회의에서 미국만 발언하고 그 발언 내용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리 당국자의 언급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2. 미국에 대한 경계감과 국제 환경 변화
최근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리딩국가 미국의 신뢰성에는 큰 타격을 입혔다. 미국의 여론 조사기관 Morning Consult의 2025년 6월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44개 국가 중 38개국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하락하였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34개국에서는 중국 호감도가 오히려 상승하였다는 점이다<그림1>. 이러한 정서 변화가 반영된 서베이 결과는 여기 한곳 뿐만이 아니다. 덴마크 DPI(Democracy Perception Index)가 9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6개국(약 79%)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2016년 사드사태로 인해 반중 감정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인 셈이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국 등 여타국과 갈등도 마다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된데 따른 부작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반미 감정은 특히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전통적 미국 우방국에서 두드러러고 있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인 관세정책 외에도 NATO 분담금 압박, 글로벌 기후협약 탈퇴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중동지역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뜻밖에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아랍바로미타의 조사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선호도가 크게 하락한 반면 중국의 선호도가 상승한 결과 미중간 격차가 2배로 확대되었다<그림2>.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중동지역에서 시아파, 수니파 등 종파를 불문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중동에 대한 원유 수입 확대, 인프라 투자 등이 호감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이러한 정세 변화는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점차 다극화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1> 주요 41개국의 미중 순호감도
자료: 美 Morning Consult
<그림2>이-하 전쟁 이후 중동의 G2 호감도(%)
자료: Arab Barometer
3. 글로벌 사우스의 부각과 중국의 역할 증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전 세계 약 120여 개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며 전세계 인구의 85%, GDP의 40%,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의 65%를 차지하는 거대한 지역 블록이다. 이들 국가는 지정학적으로는 분산되어 있으나, 경제 개발이라는 공동 목표, 탈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인식을 일정 수준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글로벌 사우스를 전략적 우군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BRICS 국가는 기존 5개국에서 인도네시아,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에티오피아 등을 포함한 10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이들 확대 BRICS의 GDP는 PPP 기준 82조달러로 선진국 G7 GDP의 합계 59조 달러를 크게 상회한다<그림3>. 금년 6월에는 콜럼비아가 일대일로에 합류한데 이어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의 다자간 개발 금융 프로세스(신개발은행, New Development Bank)에 참여키로 하여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동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와 일대일로 해상 루트 구축을 목적으로 사우디, UAE,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와의 위안화 결제 협정, 네옴시티 투자, 이란과의 중재 외교 등은 미국의 공백을 메우는 중국의 행보를 잘 보여준다. 참고로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으로 중동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축소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중의 영향력 격차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對 아프리카 FDI는 미국의 35배, 무역 규모는 4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은 갈륨 등 희귀광물의 주요 생산국으로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와 장기적 협약을 맺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전략원자재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큰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6년부터 아프리카 각국과 3년마다 정상급 회담을 정례화하여 정치·외교·경제 전반에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는데 이는 1973년 마오쩌뚱이 아프리카 등을 제 3세계로 강조하면서 시작된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는 중국에게 있어 미국의 대중 견제를 완충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제기구 개편, 무역결제 체계 전환 등에도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브릭스 등 신흥국과의 경제협력을 넘어서 금융 및 공동결제 시스템 구축 등 자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그림 3> 브릭스 및 G7 GDP 비교(10억$, PPP기준)
자료: CEIC
4. 글로벌 사회의 중국 경계감도 여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내에서도 중국의 팽창주의적 행보, 불투명한 정책 결정구조, 그리고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국제 정서를 활용하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등 전략물자에서 탈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중국의 과도한 국유기업 보조금과 시장개방의 비대칭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보조금 조사,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대응 중이다. 특히, 미국發 관세 풍선효과로 중국의 對유럽 수출이 증가하면서 EU의 경계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의 메카이자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만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게 아니다.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일부 개도국들 조차 채무의존, 기술 이전 미흡, 환경 파괴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 중 일부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게 되었으며, 자국 경제주권이 위협받는다고 인식하는 중이다. 참고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대출금리가 최대 9%에 달하며 만기 또한 4~5년에 그치는 등 원조가 아닌 상업적 성격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더욱이 일대일로 대출국들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등급 자체가 없어 부실 위험이 큰 상황이다<그림4>. 또한 남중국해, 대만 문제, 국경 분쟁 등 중국의 강경 외교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은 지정학적 압박을 받는 동시에,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한편 역대급 밀월 관계인 중-러도 균열 여지가 상당하다. △우수리강 국경분쟁 충돌(`69년) 경험 △러시아의 과도한 중국경제 의존에 대한 경계감 △러시아-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중-러간 내재 불안요인에 최근 트럼프의 親러시아 정책이 맞물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4> 중국의 일대일로 대출국 신용등급 분포
자료: Moody’s
5. 우리경제와 정책에 대한 시사점
최근의 미중 갈등 완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미중 패권 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복잡성을 인식하여 보다 정교한 대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2기의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하에 인도, EU 등 여타 국가의 실익 추구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중국과 사이가 나쁜 인도의 경우, 미국 주도의 쿼드(QUAD)에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중심의 BRICS 및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확대하여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중국과 갈등하는 반면 주력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는 경제적 이익 확보에 주력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UNCTAD는 미중사이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新중립국이 최소 100여개로 아시아·중동 및 남미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갖고 실익을 추구하면서 다극체제 전환에 대응하여 다자외교체제 참여, 중견국 협의체 주도, 국제기구에서의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외교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외교적 협상력 제고와 실익 확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 및 기술자립도를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AI,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생명과학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의 기술우위를 기반으로 국제표준도 주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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