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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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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무역갈등 시대의 통화지형 변화와 위안화의 위상

안지연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 교수 2025-10-31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경제의 블록화, 달러 중심질서의 균열

미·중 무역갈등이 단기적 마찰을 넘어 세계경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관세·투자·수출통제 정책을 지속해왔다. 2024년에는 섹션 301 법령의 4년 재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EVs)에 대해 관세율을 최대 100%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배터리 부품·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셀/모듈 등 전략 품목에 대해서도 높은 인상폭의 관세를 도입했다. 여기에 반도체·AI 관련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미·중 간 교역뿐 아니라 기술·금융·자본 이동의 경로가 뚜렷이 분기(分岐)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공급망과 무역구조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유럽·일본·한국·대만 등 핵심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중국은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남미 등과의 교역·투자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 블록화는 단순히 무역흐름의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통화·금융의 지형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2. 달러의 지배와 흔들림

세계경제가 달러화로 연결된 것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80년 가까이 지속된 결과이다. 현재도 국제결제의 대략 절반이 달러로 이루어지고, 국제금융의 핵심 인프라인 SWIFT, OFAC(미국 재무부 제재 시스템), 미국 국채시장이 사실상 전세계 금융의 ‘중추신경망’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러의 독점적 위상에 균열이 감지된다. IMF의 공식 외환보유 통계(COFER)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전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 중 달러 비중은 56.3%로, 2000년대 초(72%)에 비해 15%p 이상 하락했다([IMF COFER, 2025]). 물론 여전히 절대적 우위지만, 추세적으로는 점진적 다극화(multipolarization) 가 진행 중이다.

그림 1.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통화별 구성(2025년 2분기) (단위: %)
자료 : 국제통화기금(IMF) 「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COFER)」, 2025년 2분기 기준 (검색일: 2025. 10 23.).

이 하락분의 대부분은 유로화(21.1%), 엔화(5.8%), 파운드(4.8%), 그리고 최근 위안화(2.2%) 등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는 2016년 IMF SDR 바스켓 편입 이후 공식보유 비중이 1.0%대에서 2%대로 상승했다([Federal Reserve, 2024]). 이는 단기간의 변동이 아닌, 국제통화체제 내 구조적 이동을 보여주는 신호다.

3.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 거래통화로서의 부상

중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위안화 국제화(RMB internationalization)’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외환위기 때처럼 달러 유동성 경색의 충격을 피하기 위한 자립, 다른 하나는 국제금융질서에서의 발언권 확대이다.

(1) 무역결제에서의 확장

2010년 전체 무역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미미하였으나, 2024년 말 기준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국경 간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대 이상에 이르렀다. 특히 동남아·중앙아시아·중동 등 ‘일대일로’ 지역에서는 달러 대신 위안화 인보이싱(invoicing)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두바이·파리 등 주요 금융허브는 오프쇼어 RMB Clearing Center 를 두고 위안화 결제를 지원한다.

(2) 금융·투자 측면의 확대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온쇼어 채권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해외 발행사들이 중국 내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판다본드(Panda Bond) 제도를 완화했다. 2024년 말 기준 해외 투자자의 중국 채권 보유 규모는 약 4.2조 위안, 전체의 2.7%로 아직 낮지만 꾸준히 증가세다([BBVA Research, 2025]).

이러한 움직임들은 모두 위안화 거래의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며, 결제·무역·투자에서의 위안화 사용을 일상화하고 있다.

4. 보유통화로서의 제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에서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2%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규모와 무역비중을 고려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은 주요 제약이 언급된다([Federal Reserve, 2024]).

(1) 자본계정 통제

가장 근본적인 제약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급격한 자본유출입이 거시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여전히 완전한 자본계정 개방을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대규모로 매입하거나 매도하려 할 때 송금 절차와 승인 요건, 시장 접근성 등이 명확하지 않다.  즉, “살 수는 있어도, 팔 때는 불확실하다.” 이 구조적 리스크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위안화를 준비통화(core reserve asset) 로 보유하기 어렵게 만든다.

(2) 금융시장 깊이와 유동성 부족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힘은 미국 국채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에서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언제든 미국채를 담보로 단기자금을 조달(레포)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국채시장은 규모가 세계 2위임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율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시장투명성·레포시장 인프라·법적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보유하기엔 불편한 통화’ 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가 이를 인식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규제 완화·거시건전성 기준 조정 등을 추진 중이지만, 국제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3) 환율체계의 불투명성과 정책개입

위안화 환율은 ‘관리변동환율제(managed float)’ 하에 있다. 일일 기준환율은 인민은행이 결정하고, 시장에서 ±2% 이내에서 거래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개입 정도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의 변동성보다 정책 신뢰도가 더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결국, 환헤지 비용이 높고, 장기보유 리스크가 크다.

(4) 제도적 신뢰와 정치적 중립성 부족

보유통화는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라 ‘국가 신용과 법치’의 상징이다. 미국·유럽 통화는 법적 안정성, 사법 독립, 중앙은행의 투명성 등을 기반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중국은 금융정책이 당·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 있고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빈번하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서방국가들은 위안화를 ‘중립적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정치적 리스크는 위안화의 준비통화 확대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위안화의 ‘거래통화화’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나 ‘보유통화화’는 제한적인 이유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두 개념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결국, 위안화는 ‘사용하기는 쉬워졌지만, 쌓아두기는 여전히 어렵다’ 는 통화다. 거래통화는 실물경제 흐름을 반영하지만, 보유통화는 금융시스템의 구조와 제도적 신뢰를 반영한다. 중국은 전자에서 강점을, 후자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5. 결론

미·중 무역갈등은 단순한 관세전쟁이 아니라 금융·통화 패권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는 실물경제의 연결망(무역·에너지·인프라)을 통해 거래통화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자본시장 개방·제도 신뢰 확보의 과제를 안고 보유통화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달러의 지배적 위치가 단기간 흔들리진 않겠지만,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디지털화가 병행되는 한 통화체제는 점차 다층적·다극적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중국 위안화의 부상은 이 변화의 선봉에 있지만, 그 길은 정치적 신뢰·시장 자유·투명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참고문헌]
BBVA Research (2025). “Riding the Waves: Stocktaking RMB Internationalization Development.”
Federal Reserve Board (2024). Internationalization of the Chinese Renminbi: Progress and Outlook.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COFER), Q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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