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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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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제조 2025’와 ‘중국표준 2035’에 대한 대응

홍창표 소속/직책 : KOTRA아카데미 / 원장 2025-11-10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5년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목표한 5% 내외 수치를 소폭 상회했다. 7월 경제성적표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체 경제지표가 대체로 예상치를 초과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반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상은 기대와 반대로 흐르고 여전히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4.8%에 그쳐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목표치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으나, 1분기 5.4%, 2분기 5.2%, 3분기 4.8%를 기록하는 등 분기 성장률은 갈수록 둔화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4분기 상황에 따라 연간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가계 자산의 70%에 달하는 부동산 비중을 직격했고, 민간 소비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이 15%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소비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정부의 민간소비 촉진책인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도 초반 반짝 효과에 그치며 내수 진작에는 밑천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과 중국의 투자환경 악화

중국정부는 미·중 분쟁으로 인한 외부 무역환경 압박과 국내 구조조정 영향을 성장둔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중국정부 역시 올해 초 양회(兩會)에서 “외부압력 증가와 내부의 복잡한 어려움”을 인정하며, 보호주의와 관세장벽 확대 등 외부 요인이 중국경제에 실질적인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2023년 2분기 신규 외자유치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87%나 감소한 49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외자유치 금액은 약 2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2% 급감하여 3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2024년 유치액은 처참할 정도인 45억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1991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며 2021년 정점과 비교해서는 1.3%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진출이 거의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해외자본은 중국시장에서 본격 철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내수 부진 등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해외기업들은 중국투자에 더욱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뒤늦게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조치를 발표하며 위축된 투자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미·중 경쟁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러한 투자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안팎의 위기와 도전 요인 속에서 중국은 ‘제조강국’과 ‘기술표준 강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정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는 제조업의 혁신과 고도화를, 이어 발표된 「중국표준 2035(China Standards 2035)」는 미래 기술 분야에서 중국 주도의 글로벌 표준 확립을 목표로 한다. 

‘중국표준 2035’의 제도화 흐름과 표준 전략

‘중국제조 2025’는 단기 산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2035년까지 주요 첨단분야의 혁신과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글로벌 표준을 장악하며, 2049년까지 첨단 제조와 기술혁신 측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제조업 업그레이드에만 그치지 않고 기술표준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바로 ‘중국표준 2035’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제조 2025가 ‘중국에서 만들겠다’는 구호로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추구했다면, 중국표준 2035는 ‘중국에서 만든 규칙을 세계가 따르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제조 2025로 키운 기술력과 제조업 기반을 발판 삼아 중국표준 2035를 통해 글로벌 산업 표준 ‘게임의 룰’을 중국이 정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산업정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둘 간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3등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1등 기업은 표준을 만든다’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중국표준 2035는 바로 중국을 그 ‘1등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논의된 중국표준 2035 전략은 2035년까지 핵심 산업기술 분야의 국제표준을 중국이 선도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21년 10월 ‘국가표준화 발전요강(중장기 표준화 발전계획)’을 제정하였고, 그해 12월에는 표준화관리위원회 등 10개 부처 공동으로 ‘14차 5개년’ 국가표준 체계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실행 계획을 내놓았다. 

세부적으로 2025년까지 신흥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표준체계를 완성하고, 2030년까지 표준화 작업 체계를 구축한 뒤, 2035년까지 중국주도의 과학기술 표준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AI, 5G, 사물인터넷(IoT), 양자기술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산업표준을 확립하겠다는 것이 포부다.

이러한 중국의 산업표준 주도 전략은 오랜 기간 준비된 산물이다. 중국은 2000년대초부터 국제 표준화에 도전해 왔는데, 2003년경 자체 노트북 무선통신 규격을 주도하려다 인텔 등의 반발로 좌절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이동통신 표준경쟁에 적극 뛰어들어 3G 시대부터 5G까지 단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웠으며, 다가올 6G 표준경쟁에도 선두 주자로 나서겠다는 태세다. 

현재 화웨이, ZTE(中興), 샤오미 등 중국기업들이 전세계 5G 표준 필수 특허(SEPs)의 약 40%를 보유하여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허 수 뿐 아니라 기술 기여면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 전통의 강자를 앞서고 있다. 최근 화웨이가 미국·유럽의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5G 특허 로열티를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중국표준’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국제표준화기구(ISO, IEC 등)에서의 발언권도 높이고 있다. 중국의 ISO/IEC 신규 제안건수는 연 20% 이상 증가하며 표준 제정의 의제 설정자 역할을 노리고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와 기술표준 외교 전략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전략은 ‘일대일로(BRI)’ 구상의 핵심 내용중 하나다. 2017년부터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에 디지털 요소를 공식 포함시켜 왔는데, 이를 통해 각 참여국들과 통신 인프라, 전자상거래, 스마트시티, 위성 항법 분야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과 실질적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간편 전자결제 시스템, 화웨이의 이동통신망, 텐센트의 클라우드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일대일로 연선국을 대상으로 중국식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전략적으로 확산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단순 제품의 수출뿐만 아니라 자체 기술표준의 지배력과 영향력 확장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중국 자체 위성항법시스템(BeiDou)을 채택하는 국가를 늘리고, 5G 통신망을 화웨이 장비로 구축하면서 해당 프로토콜과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중국식 기술표준을 둘러싼 경제외교 전략은 ‘중국표준 2035’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일대일로 참여국들에게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중국표준을 채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일대일로 연선국을 중심으로 ‘표준동조국 연합(coalition)’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기술동맹에서 배제된 국가들이 많다. 이들 국가에게 중국은 대안적 디지털 인프라와 표준을 제시하며 영향력을 넓힌다. 이러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면서, 자국주도 표준의 채택도 확산시키는 이중의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 분쟁과 AI 국제표준 경쟁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 기업들을 제재리스트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봉쇄 전략이 전방위로 확대되었다. 

2020년 6월 미국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출범한 GPAI(Global Partnership on AI, 인공지능 글로벌 파트너십)는 중국을 배제한 AI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목적이 다분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 자립과 AI 국제표준 제정에 주력하며 미국의 봉쇄전략에 대응 중이다. 

2023년 중국 정부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잠정 관리 규정」 등 관련 법규 제정을 통해 자국내 AI 기술개발과 활용에 대한 규범을 만들었다. 이는 AI 알고리즘, 데이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규범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다.

AI 분야는 양국 간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이다. 미국은 민간 테크기업의 혁신역량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해 왔으나, 중국도 방대한 빅데이터 활용과 정부 주도의 막대한 투자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상이한 AI 정책 노선, 즉 미국의 자유방임과 안보동맹과 중국의 국제협력 및 규제강화 전략은 AI와 관련한 기술표준의 갈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양측의 전략 차이는 단순한 기술표준 경쟁을 넘어 거버넌스 가치의 차별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두 개의 다른 AI 생태계 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말은 미국과 중국이 각자 표준과 규범을 달리하는 양분된 기술 블록을 형성하여 AI 분야에서 서로 호환되지 않는 규범과 시스템을 만들어낼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미-중간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 경쟁은 단순한 기술과 표준의 채택 문제를 넘어 경제·안보 패권이 걸린 전략 분야로서, 전 세계 국가에게 선택과 대응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중 경쟁으로 인한 기술 탈동조화(decoupling) 속에서 누구를 선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많은 나라들의 전략적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다.

시사점과 한국의 대응 전략

생각만큼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 현 국면에서 중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제조’다. 제조업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근간이자,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제조 2025’와 그 후속 전략인 ‘중국표준 2035’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닌, 중국식 기술 패권 체제 구축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제조업 업그레이드와 기술굴기를 통해 양적·질적 도약을 이뤄냈고, 향후 글로벌 기술 질서까지 재편하려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제조 2025’의 추진으로 중국은 기존 제조강국을 위협하는 반열에 올라섰고, 다수 첨단 산업분야에서 이미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가 되었다. 아울러 ‘중국표준 2035’를 바탕으로 핵심 기술의 표준 제정과 확산을 주도하면서, 단순한 생산능력 고도화를 넘어 ‘규칙 제정자(rule-maker)’로서의 지위도 함께 노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 기술 패권 질서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분쟁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AI, 양자컴퓨팅 등 기술 확립과 제조역량 구축을 넘어 글로벌 표준 주도 경쟁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술과 표준의 양극화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의 제조 및 표준 굴기, 그리고 미국의 견제와 독자 기술개발 속에서 새로운 재편 질서를 맞이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가 자국 산업의 생존과 기업 경쟁력 확보에 있어 당면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중국의 표준 주도권 확보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 과정에서 이중의 압박과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제조업 고도화와 표준화 선점은 한국 주력 산업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산업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균형 감각을 가지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AI 주도권을 둘러싼 첨예한 경쟁이 표준경쟁으로도 전개되는 양상에 주목하여, AI 글로벌 표준경쟁에서의 대응 전략 마련도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제조 굴기’와 ‘표준 굴기’ 두 마리 잡기는 외면할 수 없는 뉴노멀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 기술 주권을 강화하면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첨단 산업과 표준화 주도권 경쟁에 대비해 우리도 산학연이 힘을 모아 선제적 투자를 하고, 핵심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의 표준 연합과 글로벌 규범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업의 이익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 사이에 휘둘리기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으로 한국만의 역할 정립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민관의 긴밀한 협력과 선제적 대응 역량 구축이며, 이것이 향후 AI 시대에 한국이 제조와 표준 두 영역에서 중심을 잡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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