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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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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중국의 새로운 도전과 체제의 전환 ― 제15차 5개년 계획으로 본 중국의 체제 전환과 한중 협력

김준연 소속/직책 :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 센터장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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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5개년 계획이 남긴 과제

중국은 14차 계획 기간 동안 경제 성장의 안정성과 과학기술 혁신의 속도 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 2020년 이후 5년간 GDP는 103조 위안에서 134.9조 위안으로 증가하여 약 35조 위안(6,780조 원) 확대되었고, 평균 5.5%의 성장률을 유지하였다. 세계 경제 성장 기여율은 30%를 상회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는 3.6조 위안으로 확대되어 2015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GDP 대비 R&D 집약도는 2.68%로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였다. 첨단제조업 부가가치는 42% 증가하였으며, 전기차·태양광·드론·AI 등 신산업의 부상과 딥시크(DeepSeek),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은 중국 경제가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의료보험·의무교육 보급률이 95%를 상회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석탄발전량을 초과하는 등 사회·환경 부문에서도 질적 도약을 달성했다.1)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내외적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내수 둔화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으며, 민간소비 비중은 GDP의 38% 수준으로 선진국 평균(55~60%)에 크게 못 미친다. 청년실업률은 14~20%대를 기록하고, 부동산 침체와 지역부채 누적은 중국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기술통제 강화로 반도체·AI·통신장비 등 전략산업의 공급망이 병목 현상에 직면하면서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자강(科技自立自强)’을 국가전략의 최상위 의제로 격상시켰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며 수출 중심의 성장모델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구조적 압력이 바로 제15차 5개년 계획의 정책 전환을 이끈 배경이 되었다.2)

새로운 도전, 제15차 5개년 계획의 방향과 특징

제15차 5개년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목표체계의 재구성이다. 기존의 “1인당 GDP 중진국 수준 도달”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국방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새로운 도약 목표로 추가하였다. 이는 경제력·기술력·군사력·외교력을 통합한 총체적 발전전략으로, 중국식 현대화의 완성단계를 향한 포석이다. 또한 12대 중점과제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어 ‘현대 산업체계’가 1위로 상승하고, ‘대외개방’은 9위에서 5위로 상향되었다. 반면 ‘녹색전환’은 다소 후퇴했으나, “과학기술 자립자강 수준의 대폭 향상”이 별도 항목으로 신설되며 기술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특히 ‘우주강국’과 ‘농업강국’의 신규 전략목표는 자원·식량안보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3)

거시경제적으로는 2035년까지 실질 GDP를 2020년 대비 두 배로 확대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연평균 4.4% 이상, 15차 기간(2026~2030)에는 5.4~5.5%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2024년 명목 GDP 134.9조 위안은 2035년 약 200조 위안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1인당 GDP는 13,303달러에서 2만 5천 달러(미국의 4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신질적 생산력(新质生产力)’ 창출이다. 인공지능, 양자정보, 핵융합, 우주항공, 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기술군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술을 경제·안보·사회 전반의 핵심동력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기술혁신을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핵심 기제로 삼고 있으며, 향후 세계 기술질서 재편 과정에서 정책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4)

또한 “민생 향상–소비 촉진–인적투자 연계”를 통한 내수 강화, ‘통일시장(统一大市场)’ 구축, 15년 만에 부활한 ‘해양 개발’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중국이 경제와 안보, 내수와 대외, 전통산업과 신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복합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볼 수 있다.5)

한편 외연적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다. 시장환율 기준 2025년 1인당 GDP는 13,687달러로 고소득국 진입선에 근접했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2021년 미국의 29.2%에서 2026년 33.5%로 상승할 전망이다. 정부부채 비율은 84%로 미국(123%)보다 낮아 재정투자 여력도 풍부하다. 다만 명목 GDP 기준 미국 대비 경제 규모는 2021년 76.8%에서 2025년 63%로 하락하였다. 기술봉쇄, 탈중국화, 부동산 불안 등 복합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중국식 성장모델이 내외 전환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요약과 시사

제15차 5개년 계획은 중국이 ‘성장에서 체제로’ 전환하는 분기점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 경기 회복이나 산업고도화를 넘어, 기술·경제·안보를 통합한 새로운 국가운영체제로의 이동을 예고한다. 향후 중국은 ‘신질적 생산력’을 중심으로 산업구조의 디지털·지능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자립적 기술생태계와 전략자산(반도체, 에너지, 우주, 농업)의 내재화를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내수확대와 통일시장 구축을 통해 수출형 성장에서 내수 주도형 모델로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체제 안정성과 기술 독립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030년대 중국은 ‘고성장’보다는 ‘고기술-고안정’의 전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미중 기술경쟁의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한국은 전략적 균형 감각을 더욱 요구받고 있다. 반도체·AI·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한층 긴밀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표준과 공급망 거버넌스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적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반면 한중 양국간의 협력측면에서 반도체·배터리·소재·장비 분야에서는 경쟁심화가 예상되지만 첨단 바이오, 양자, 뇌과학, 신소재 등 불확실성이 크고 시장 형성이 초기 단계인 분야에서는 한중 양국간 선택적 협력의 여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기후·에너지·보건 등 국제공공재 영역에서의 공동 대응은 기술 협력을 넘어 국제적 책임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협력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15차 5개년 계획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상징함과 동시에, 한국에게는 기술·안보·경제의 3차원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도전의 시점이다. 향후 10년, 중국의 “신질적 생산력”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속도만큼이나, 한국의 전략적 대응과 선택의 정교함이 한중 관계의 질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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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KOSTEC(2025.10.24.), 중국 제14차 5개년 계획의 성과와 전망
2) 国务院新闻办公室(2025.9.23) 介绍“⼗四五”时期加快建设教育强国进展成效
3) 新华社(2025.10.28.) 习近平:关于《中共中央关于制定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五个五年规划的建议》的说明
4) 新华社(2025.10.28.) 中共中央关于制定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五个五年规划的建议
5) 广发证券(2025.10.29.) 未来五年有哪些新重点:十五五和十四五规划建议稿的比较研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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