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Home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 위안화 무역결제의 변화와 시사점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 / 실장 2025-11-10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결제, 달러를 흔드는 조용한 변화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은 3.3% 감소했다. 수출이 4.6%, 수입이 2.2% 줄어들었다. 그러나 위안화 결제 규모는 14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특히 대중국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10.5%에서 11%로 상승했다<그림1>. 더 흥미로운 사실은 결제구조의 변화이다. 예전에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위안화를 받는 경우가 3배가량 많았다. 대부분 중국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는 중국 수입업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수입결제가 수출결제의 2.3배에 달한다. 금년 상반기 수입결제 규모는 9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수출결제는 42.4억 달러로 9.5% 감소했다 즉,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사올 때 위안화를 더 자주 쓰고 있고 있는 것이고 이중 상당 부분은 우리기업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그림1> 對중국 수출 중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연,%)
자료: CEIC
2. 미중 금리 역전과 중국경제의 내수 중심으로의 변화가 만든 새로운 흐름
우리나라의 위안화 무역결제 증가의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 이유가 있다. 먼저 비용 절감 측면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위안화 조달금리(3.7%)가 달러(5.9%)보다 훨씬 낮아졌다. 국채금리 또한 중국 1.8%, 미국 4.0%로 크게 벌어져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연준이 2024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하였으나 국채금리는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달러화-위안화간 무역금융 비용의 격차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 달러보다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이 금융비용 절감에 유리해진 셈이다. 다시 말해 무역 결제의 비용 절감이 결제 통화변경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연지급 방식의 무역결제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이 같은 금리차는 우리나라의 통화별 환가료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그림2>.
위안화 결제가 증가한 두번째 원인은 중국의 수출입 및 경제 구조 변화에 있다. 200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중국의 수출은 대부분 외국 원자재 및 부품을 수입해 재수출하는 단순 임가공형 모델이었다. 이때 중국의 원자재 수입, 부품 조달, 완제품 수출 모두 달러로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자국의 내수기업이 성장하면서 ‘국산 공급망 중심의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그 결과, 가공무역 비중은 2005년 48.6%에서 2025년 18.4%로 급감했다<그림3>. 이 변화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결제통화의 자립 구조의 형성’을 일정수준 의미한다. 달러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대신 위안화 결제의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 기업들이 달러 대신 위안화 수납을 선호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의 위안화 결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 달러 중심의 결제망에서 벗어나 ‘자국통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림2> 주요 통화별 환가료율 변화 비교(%)
자료: KEB(외환은행)
<그림3>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 변화
자료: CEIC
3. 위안화의 한계: 성장 둔화 및 내재 리스크 그리고 자본통제의 벽
물론 위안화의 부상에는 분명한 제약도 존재한다. 첫째,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이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고령화, 높은 주택가격, 공실률 증가 등으로 “1990년대 일본을 닮아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의 경제 둔화는 위안화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즉 위안화 자산과 통화 보유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자본시장 개방의 한계다. 중국은 아직도 자본 이동에 강한 통제를 가하고 있으며, 역외 위안화의 운용수단이 제한적이다.
기업규제, 외환통제, 회계 투명성 부족 등이 국제 투자자들의 위안화 보유를 주저하게 만든다. Heritage Foundation이 발표한 중국의 경제자유화 지수는 최근 3~4년간 꾸준히 하락했고 이는 신흥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그림4>.
셋째, 국제통화로서의 위안화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SWIFT 통계에 따르면, 위안화의 전세계 금융결제 비중은 2024년 4.7%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3% 내외로 줄었다. 달러의 56%, 유로의 20%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4. 우리나라 위안화 활동 범위의 확대 : 무역을 넘어 투자와 금융으로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및 위안화 국제화가 꾸준히 진전되면서 우리나라의 활용 경로도 기존 무역에서 직접투자(FDI·ODI) 등으로 점차 다변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금년 중국의 대외 위안화 결제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체 무역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23.6%에서 금년 1-9월 2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특히 최근 5년간 위안화를 활용한 직접투자가 일대일로 추진 등으로 급증하여 유출입 경로가 다양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무역결제 대비 직접투자 비율은 최근 4년 연속 50% 수준을 기록하였다. 특히 외국인의 對중국 직접투자(FDI)로 위안화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역외 위안화의 국내 환류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그림5>
전세계적으로도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의 참여한 은행 수는 2015년 50개에서 현재 1,478개(119개국)으로 늘었다.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기존 SWIFT에서 배제된 국가가 또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대거 합류하며 ‘비(非)달러권 결제 결제망’이 일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무역금융에서는 앞서 언급한 금융비용 절감 등으로 위안화의 비중은 7.6%로 유로(5.4%)를 제치며 2위에 올랐다. 러시아 제재, 중동 원유 거래, 일대일로 프로젝트 자금 흐름이 위안화를 새로운 결제 통화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전세계 결제에서 달러의 비중이 여전히 80%를 차지하지만, 그 비중은 4년 연속 줄었다. 세계는 지금 ‘하나의 달러 세계’에서 ‘여러 개의 질서’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그림4> 주요국 경제자유화 점수
자료: Heritage Foundation CIEI
<그림5> 중국의 위안화 FDI 및 ODI 규모(억 위안)
자료: Heritage Foundation CIEI
5. 한국의 선택 : 위안화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타야 한다
우리나라의 對중국 무역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이 금년 10.3%에서 2030년 중국의 위안화 무역 결제 비중(27.3%)의 2/3 수준인 20%로 상승할 경우, 위안화결제 규모는 182억달러에서 512억달러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대중국 무역규모가 불변할 것을 가정으로 분석한 것으로 향후 무역규모가 증가하면 실제 위안화 결제 규모는 이를 상회할 수도 있다.
이같이 최근 우리나라는 對중국 위안화 무역결제 급증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내 위안화채권(판다본드) 발행은 전무하여 글로벌 기업의 발행 급증 트렌드와 대조된다. 참고로 최근 3년 평균 전체 판다본드 발행이 4배 증가하여, 금년 1-9월 중 24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그림6>. 이는 낮아진 위안화 금리 외에도 중국 정부가 △회계처리 △신용평가 △조달 자금의 해외 송금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개방 조치 확대에 주로 기인한다. 특히 중국 진출 기업(은행)의 경우 중국내 자금 조달을 통한 비즈니스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국 입장에서 위안화 활용은 소위 “괴씸죄”에 해당될 겻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영국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미국의 전통적 혈맹임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예금·대출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까지 적극 활용하며 런던을 유럽 내 위안화 금융허브로 성장시켰다<그림7>. 영국은 런던-홍콩간 증시의 상호투자(2014년)에 이어 채권(2017년, 2023년) 투자도 허용한데 이어 금년 들어 추가로 금융 및 경제 협력을 위한 소통 창구를 개설하였다. 즉 “동맹은 동맹이고, 금융은 현실과 이익”이라는 자세로 중국과 협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 유연함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위안화의 부상을 ‘기회’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은 금융·투자 서비스의 새로운 통로를 열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중 금융서비스 FTA, 역외 위안화 결제망 확대, 동남아 및 중동과의 3자 결제 구조를 활용하여 금융기능을 한층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APEC에서 한중 정상간 체결한 MOU에서 서비스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현재 협상 중인 한중 금융 서비스 FTA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류, 문화 경로를 통해 서비스 수지 개선뿐만 아니라 제조업 수출의 낙수 효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對중국 서비스 수지 흑자는 2021년 이후 크게 감소하여 중국과 대립중인 미국의 수지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의 국제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에 대비하면서 금융 안정성과 외환 다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내 채권시장이나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참고로 차이나머니의 국내 채권 및 외환시장 영향이 이미 상당하여 중국경제의 영향력이 더욱 증대된 상황이다.
끝으로 트럼프 2기 국제질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한 통화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달러화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고 있다면, 위안화가 그 틈새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기업과 국가의 모두 금융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림6> 판다본드 발행 규모(억 달러)
자료: 블룸버그
<그림7> 영국의 위안화 파생상품 거래 규모(M파운드)
자료: 영란은행
| 이전글 | ‘중국제조 2025’와 ‘중국표준 2035’에 대한 대응 | 2025-11-10 |
|---|---|---|
| 다음글 | 미·중 무역갈등 시대의 통화지형 변화와 위안화의 위상 | 2025-10-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