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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업(spin-up) 중국 드론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전망
김지용 소속/직책 :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 교수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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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드론의 시대
드론은 이제 전장(戰場)과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그 역할이 당연시되고 있다. 드론의 군사적 활용이 본격화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다. 파키스탄에서의 드론 작전으로 한정하더라도 미국은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총 554회의 드론 공습을 단행하여 3,000명이 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 2020년 9월과 10월에 걸쳐 발발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은 3종의 드론으로 아르메니아의 러시아産 S-300 방공포대와 기갑전력을 전멸시켰다. 2024년 10월 16일엔 이스라엘 훈련병이 하마스 수장인 신와르(Yahya Sinwar)를 드론으로 사살했고, 곧이어 19일엔 헤즈볼라가 네타야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의 사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2024년 11월 3일, Wall Street Journal에 실린 기사인 “The Nerdy Gamers Who Became Ukraine’s Deadliest Drone Pilot”(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치명적인 드론 조종사가 된 게임광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에는 러시아군 300여 명을 사살한 PC 게임광 출신 조종사들이 즐비하다.
255명을 사살한 기록으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저격수이자 영화 American Sniper의 주인공인 카일(Christopher Kyle)도 기초 군사훈련조차 받지 않은 PC 게임광 출신 드론 조종사에겐 대수롭지 않은 인물인 셈이다. 심지어 이들은 월평균 3만 대의 드론을 날려 보내면서 2,900대가 넘는 러시아 탱크, 러시아 흑해함대 함정의 30%, 약 9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수십 대의 전략폭격기까지 파괴했다. 이에 맞서 2024년 한해에만 러시아는 150만 대의 드론을 전장에 투입했다. 그 결과, 러·우 전쟁에서 가해진 파괴 공격의 70%가 드론에 의해 수행되었다. 2025년 6월 13일에 전격 단행된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은 수십 명의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 군지휘관 및 핵물리학자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이처럼, 드론은 인물 타격은 물론 전통적인 전쟁플랫폼(탱크, 함정, 항공기)까지 위협하면서, 군사력 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대칭적 수단이 되고 있다.
민간에서 드론이 활용되는 영역은 물류배송, 교통수단, 수색구조, 공공안전, 환경보호, 국토관리, 석유탐사, 기상탐사, 우주탐사, 엔터테인먼트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드론은 병충해 탐지, 농약 살포, 농지 지형 및 토양상태 측량, 작물의 성장패턴 및 생육 상태 관측 등 정밀 농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전체 농경지의 40%를 드론으로 관리하면서 농업의 모든 단계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미국 내 6개 주에 34개소의 드론 배송 허브를 구축한 Walmart는 식자재, 생필품, 일반의약품 등 소형 상품을 대상으로 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30분 이내에 물품을 배송하는 Prime Air Service를 개발한 Amazon은 2029년까지 연간 5억 건의 드론 배송 달성을 목표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드론 배송 최우수 기업에 선정된 Vololand도 울산시 울주군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하고 있다.
유럽의 Airbus, 미국의 Boeing, 일본의 Softbank,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 등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24시간 체공할 수 있는 성층권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성층권 드론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방과 대양 해류의 변화를 장기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성층권은 고도 10~50km의 구간으로 민간 항공기가 다니기 힘들다. 또한 같은 장소를 하루 한두 차례만 감시할 수 있는 위성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에서 성층권 드론은 차세대 관측·통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EHang과 AeroHT은 세계 최초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가 260kg의 화물을 싣고 바다를 횡단하는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것은 고속도로로 3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이동한 것으로 eVTOL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NASA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Ingenuity라는 소형드론을 화성탐사에 72회(당초 목표는 5회)나 활용했고 2028년에는 6대의 헬기드론을 우주탐사에 투입할 예정이다.
스핀온/오프(spin-on/off)를 차단한 미국 vs. 스핀업(spin-up)을 채택한 후발주자 중국
드론의 탄생은 1차 대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군 출신 물리학자 로우(Archibald Low) 박사는 1917년에 사격연습용 항공표적 기능을 하는 무선조종기 Aerial Target을 인류 최초로 개발했다. 이듬해인 1918년에 미국은 사전에 설정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항공어뢰인 Kettering Bug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들 기종은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1935년에 영국 해군은 포사격 훈련용 무선조종 복엽기인 Queen Bee를 개발했는데, 이를 보고 감명받은 미 해군 제독 스탠들리(William Standely)는 Queen Bee와 대비되도록 Drone(수벌)으로 명명되는 무인항공기의 제작을 지시했다. 그 결실로, 미 해군은 2차 대전 중인 1944년에 폭탄 투하 후 귀환이 가능한 TDR-1이라는 드론으로 일본 군함을 공격했다. 냉전 초기 미 공군은 핵실험 후 방사능 측정을 위해 또는 소련을 감시·정찰하기 위해 B-17이라는 드론을 개발했다. 미 육군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중 Lightning Bug라는 드론을 개발하여 3,400회 이상의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1980년대 미국이 개발한 Boeing Condor와 RQ-3 Dark Star는 오늘날 군사 드론의 원형이 되었고, 후속작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개발된 것이 MQ-1 Predator, RQ-4 Global Hawk, MQ-9 Reaper였다. 2010년대 초 미국은 최초의 스텔스 군사 드론인 RQ-170 Sentinel을 개발하여 중동에 투입했다. 그러나 방위산업의 경우 수요자가 국방부로 한정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어렵고, 참여 업체 간의 경쟁이 제한된 만큼 시장 효율성이 부족하여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군사 드론이 민간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경쟁업체가 많아지고 시장 효율성이 높아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은 민간의 드론 사용을 금지하다시피 했다. 이것은 국방 기술이 민간 분야로 파급되는 스핀오프(spin-off)는 물론이고, 민간 드론 시장 육성을 통해 민간 기술이 국방 분야로 파급되는 스핀온(spin-on)까지 차단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2011년 빈라덴(Osama bin Laden)이 사살된 이후, 미국은 국가안보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對테러에서 對중국으로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의 드론 사용이 허용될 여지가 생겼다. 미 의회는 2012년에 <소형 무인기 운영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노력이 2016년 6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Part 107>로 구체화되어 동년 8월부터 시행되었다. 이것은 미국 최초의 민간 드론 관리 규정인 동시에 민간의 드론 사용 규제를 완화하는 첫 시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드론의 무게, 운영 시간, 비행고도, 속도 등에 많은 제한을 두었고 그 결과 민간 드론 시장의 성장은 지체되었다. 오늘날의 모습으로 민간 드론을 대중화시킨 국가는 일본으로 1989년에 키엔스다社가 개발한 쿼드콥터 E-170이 민간 드론의 원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완구용으로 소비될 뿐이었고, 만화영화 <가제트>에 등장한 것이 전부였다. 영국,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중국은 민간 드론 개발에서 후발주자다.
중국 최초의 민간 드론은 서북공과대학에서 개발한 것으로, 1958년 시안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주목할만한 진전은 없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부터 민간 드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었다. 민간 드론 산업 클러스터가 광저우, 선전, 베이징을 중심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DJI, ZeroTech, EHang, AeroHT 같은 민간 드론 벤쳐 기업이 출현했고, 이후 Xiaomi, Huawei, PowerVision, Baidu, Alibaba, Tencent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합류했다. 이들 기업은 지표면에서 수직거리로 1km 이내의 공역(또는 지역별 상황과 필요에 따라 3km 이내의 공역)을 의미하는 ‘저고도(low-altitude)’ 경제를 견인하고 있으며, 탄탄한 내수 시장을 토대로 민간 드론 세계시장에서 80%라고 하는 압도적인 점유율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10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DJI 하나만을 놓고 봤을 때는 더욱 놀랍다. 단독으로 민간 드론 세계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2017년에 가서야 <드론 실명제>를 도입한 데에서 드러나듯이 드론 규제가 느슨한 것도 민간 드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로 드론 육성 정책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2003년의 <일반항공 비행규제 조례>, 2009년의 <민간용 드론 관리에 관한 잠정규정>, <민간용 드론 관리 회의 개요>, 2013년의 <민간 드론 조종사 관리 잠정규정>, 2014년의 <저공 공역 사용 관리규정>, 2015년의 <드론 관련 무선 주파수 사용에 대한 통지>, <공군·민간 합동 비행장 사용 권리 보장 규정>, 2016년의 <13차 5개년 발전계획>, 2017년의 <드론 전문 프로젝트 정비방안>, <드론 관리사업 강화방안>, <드론 시스템 표준체계 구축 지침서>, <드론 펜스>, <민간 드론 제조업 발전방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미래전은 무인전이기 때문에 중국인민해방군은 드론 연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2020년 발언이 반영된 <14차 5개년 발전계획>이 스핀업(spin-up) 드론 산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곧이어, 러시아군 전쟁플랫폼의 상당수를 파괴한 무기가 민간 레이싱(시속 150km) 드론을 개조한 Vyriy-10, Vampire, ODIN Win_Hit 등이며, 이들 가격이 약 55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드론 산업은 민군(民軍)이 개발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스핀업 형태가 되었다. 미국의 군사 드론 대당 가격은 대략 MQ-1 Predator가 276억 원, RQ-4 Global Hawk가 2,480억 원, MQ-9 Reaper가 780억 원, RQ-170 Sentinel이 1,380억 원인데, 대만 공군 주력인 F16-V 전투기가 약 83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2011년 12월경 스텔스 군사 드론인 RQ-170 Sentinel이 기계적 결함으로 이란 동부에 추락했고, 최첨단 국방기술이 이란에 유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성비·기술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민간 드론 산업으로 기초체력을 키우고 스핀업의 형태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군사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군사 드론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드론의 성공적인 세계시장 진출 그리고 미국의 대응
2010년부터 중국 정부의 여러 섹터에서 저고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드론은 신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저고도 경제는 저고도 공역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경제자원화하고 산업 사슬을 구축함으로써 창출된 새로운 시장을 의미한다. 2024년 한 해에만 중국 31개 성 가운데 27개 성에서 저고도 경제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수립했다. 2024년 현재 저고도 경제의 산업 사슬에 있는 기업은 69,600여 개로 집계된다. 저고도 경제 규모는 2023년에 약 91.9조 원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367.7조 원, 2035년에는 1,103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고도 경제의 핵심 수단인 드론(eVTOL 포함)을 설계, 제조 또는 운영하는 기업의 수는 2019년 7,192개에서 2025년 현재 22,000여 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등록된 민간 드론의 수는 2025년 현재 217만 대 이상인 데 반해 드론 면허 소지자는 24만 7,300명에 불과하다. 즉, 저고도 경제와 드론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을 위한 전략적 신흥산업이 된 것이다.
이렇게 탄탄한 국내적 토대 위에서 DJI를 비롯한 ZeroTech, AllTech, Xaircraft, Shenzhen JTT Technology, MMC UAV, Eagle Brother 등 중국 드론 기업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단기간에 80%라고 하는 민간 드론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민간 드론의 90%가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 일대의 DJI, High Great, AUTEL, MMC UAV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선전시가 이미 2013년에 <선전 항공우주 산업 발전계획, 2013-2020>을 수립하고, 선전시 드론 산업 연합 협회가 <공공 안전 드론 시스템에 관한 일반 규정>, <민간 무인항공기 시스템에 대한 일반 규정> 같은 표준을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세계시장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림 1>에 따르면, 2025년 현재 민간 드론 세계시장 규모는 약 125억 1천만 달러(약 17조 원) 정도가 되며, 10년 후인 2034년경에는 약 580억 7천만 달러(약 79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1> 민간 드론 세계시장 규모의 성장세1)
<그림 2> 민간 드론 제조사의 브랜드 인지도 및 기업 성장 비교2)
<그림 2>는 민간 드론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80%인 이유를 DJI의 브랜드 인지도와 기업 성장의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선, DJI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6년에 설립된 DJI는 자사의 첫 번째 민간 드론인 Ace ONE을 2010년에 출시하며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동시에 내수 비중보다 수출 비중이 크도록 판매실적을 쌓았다. 반대로, 이때는 미국의 민간 드론 내수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었고, 수출은 언감생심이었다. DJI는 연간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전체 직원의 30%가 R&D 인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에서 y축의 브랜드 인지도와 x축의 기업 성장 모두에서 DJI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최상위에 있다. 미국의 드론 기업 Skydio가 기업 성장에서는 가파르게 DJI를 추격하고 있으나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드론 기업인 Parrot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DJI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고, 기업 성장에서는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민간 드론 세계시장 점유율 80%가 지속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안보드론법>과 7개 주에서 제정한 <중국산 드론의 공공기관 사용 금지 규정> 때문이다. 국제 무인항공기 시스템 협회(AUVSI)에 따르면,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DJI로 대표되는 중국産 민간 드론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8.2%였다. 그러나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주로 중국)이 제조한 드론의 연방정부 조달·사용을 금지하는 <안보드론법>이 2023년에 통과되면서 중국의 2024년 미국 시장 점유율은 17.4%로 급감했다. 2025년 9월엔 DJI가 “중국 군부의 통제하에 있지 않고 협력관계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 관련 기업 명단>에서 제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명단에 등재될 경우, DJI와 거래한 미국 기업은 정부와 관련된 계약, 보조금 및 기타 프로그램 접근이 제한된다. 이들 조치는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과 스핀업 드론 산업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림 3> 무장형 군사 드론의 이전(transfer) 현황3)
군사 드론은 크게 정찰·감시를 하는 비무장형과 미사일을 탑재한 무장형 드론으로 구분되며 비무장형이 보편적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군사 드론 확산 데이터에 따르면, 군사 드론의 국가 간 첫 주문은 1992년에 시작되었고 이후 2023년까지 총 720건의 주문이 있었다. 이들 주문 가운데 633건이 성사되면서 군사 드론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1995년에서 2023년 사이 무장형 군사 드론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1위에 오른 국가는 튀르키예로 40.87%(47/115)를 차지했고, 2위는 중국으로 29.57%(34/115)를 차지했으며, 3위는 미국으로 10.43%(12/115)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보면 튀르키예가 65%로 1위에, 중국이 26%로 2위에, 미국은 8%로 3위에 올랐다. 그 이유는 <그림 4>에 나와 있듯이, 2018년부터 무장형 군사 드론 세계시장에 진입한 튀르키예의 적극적인 수출 공세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장형 군사 드론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시장 점유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4> 무장형 군사 드론 이전(transfer) Top 5 국가 연도별 비교4)
미국은 무기를 탑재하고 비행하는 무장형 군사 드론도 1987년에 설립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협약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보고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군사 드론 세계시장 규모는 약 158억 달러(약 22조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2030년경 군사 드론 세계시장 규모는 220억 달러(약 30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주요 고객은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UAE,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키스스탄,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라오스, 북한,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모잠비크, 리비아, 베닌, DRC, 에티오피아, 수단, 나이지리아, 모리타니, 세르비아 등 26개국이다. 수출된 군사 드론은 ASN-209, WJ-100, WJ-600, AR-500, CH-3, CH-4, CH-4A, CH-4B, CH-5, CH-92, CH-95, Wing-Loong-1, Wing-Loong-II, Wing-Loong-ID, Blowfish, Blowfish-A3, UV-10CAM, Sky-02A, Sky-09P, CR500 Golden Eagle, WZ-7 Xianglong, Noringco Type PMR-50 등 22종이다.
Wing-Loong-II는 미국의 276억 원짜리 MQ-1 Predator의 대체품으로, CH-4는 미국의 780억 원짜리 MQ-9 Reaper의 대체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군사 드론 두 가지 모두 미국의 군사 드론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4분의 1수준에서 15분의 1수준 사이로 가성비가 매우 좋다. 이처럼 중국은 ‘저렴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군사 드론으로 군사 드론 세계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러·우 전쟁을 기점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고가(高價)의 고성능 대형 군사 드론 대신 저비용·소모성 1인칭 시점 자폭형(FPV loitering munitions) 드론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들 드론에 비하면 중국의 Wing-Loong-II와 CH-4 역시 고가의 대형 군사 드론인 셈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모두 악화(bad money)가 양화(good money)를 구축(驅逐)하는 ‘그레셤 법칙’의 압박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저비용·소모성 1인칭 시점 자폭형 드론에 대한 수요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바로 중국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중국은 민과 군이 개발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스핀업 형태의 드론 산업을 구축했다. 스핀업 하에서는 저비용·소모성 1인칭 시점 자폭형 드론에 대한 군사적 수요가 55만 원짜리 민간 레이싱 드론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드론은 중국産이다. 미국 역시 이러한 군사적 수요에 부응하고자 2023년 8월에 복제기 구상(replicator initiative)을 발표했다. 이 구상의 목표는 최대 2년 안에 수만 개의 저비용 군사 드론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5년 11월 현재까지도 복제기 구상의 진전은 지체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 스핀업 형태의 드론 생산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중국 부품 사용 금지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의 문제가 커다란 장애물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0월 말의 20기 4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15차 5개년 발전계획>을 논의하면서 드론 산업의 중복투자와 과잉생산을 우려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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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https://www.businessresearchinsights.com/market-reports/civilian-drone-market-100513
2) https://droneii.com/ranking-the-leading-drone-manufacturers?srsltid=AfmBOoo1hHCLbCKvdYZA4RHw79M_DDrjd9KOYBt7wTwrdqnByFJswP_Z
3) https://www.cnas.org/publications/reports/drone-proliferation-dataset
4) https://www.cnas.org/publications/reports/drone-proliferation-data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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