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AI 패권 경쟁하 중국의 전략과 한국의 방향

박기순 소속/직책 :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 2026-01-13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I. AI 패권경쟁의 시대

인공지능(AI)은 21세기 기술 패권을 규정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였다. AI는 더 이상 개별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적 도구에 머물지 않고, 국가의 경제 성장 경로, 군사적 우위, 사회 운영 방식, 그리고 국제 질서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 기술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의 문제는 이제 곧 누가 미래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누가 글로벌 규칙을 설계하며, 누가 국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은 AI 경쟁을 단순한 기술 추격이나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국가 생존과 장기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총체적 전략 경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개발뿐 아니라 투자 정책, 인재 육성, 표준 설정, 규제와 윤리, 외교와 안보까지 거의 모든 정책 영역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II. 중국의 전략적 인재 육성

중국의 AI 패권 전략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베이징대, 칭화대, 상하이교통대, 저장대 등 핵심 대학에 구축된 정교한 인재육성 체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베이징대 : Zhipu(智谱) AI∙Fourth Paradigm(第四范式)∙iFLYTEK(科大讯飞) 등

중국의 AI 인재 육성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베이징대학교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대는 2017년부터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분야의 최상위 학생을 선발해 집중 교육하는 ‘튜링반(图灵班)’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우수 학생 반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략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준비시키기위한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모델에 가깝다. 베이징대 튜링반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 연구, 국가 전략의 긴밀한 연계다. 학생들은 학부 과정 중에도 국가 AI 중점 연구과제, 국방·안보 관련 프로젝트, 대형 플랫폼 기업과의 공동 연구에 참여하며 조기에 실전 경험을 축적한다. 이는 졸업 이후 연구소, 국유기업, 빅테크, 혹은 정부 싱크탱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형성한다.

칭화대 : 야오치즈(姚期智)∙Meituan(美团)∙ SenseTime(商汤)∙Megvii(旷视) 등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칭화대학교는 중국 AI 인재 육성의 ‘원형 모델’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설립된 ‘야오반(姚班)’은 소수 정예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 과학자를 양성해 왔으며, 중국 주요 IT 기업과 AI 스타트업 창업자와 핵심 기술자의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여기에 더해 2019년 AI 특화 프로그램인 ‘즈반(智班)’을 신설하며, AI 알고리즘·시스템·응용을 포괄하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산업과의 결합이 강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과 공동 연구실을 운영하며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교육 과정에 직접 반영한다. 이는 순수 학문 중심의 인재 양성과는 다른 ‘기술 사업화형 엘리트’ 양성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교통대: SenseTime(商汤)∙CloudWalk(云从科技) 등 

상하이교통대학교(上海交通大学)는 상하이교통대판 야오반이라 불리는 즈위안 (致远)대학을 운영, AI 인재 육성에서 공학적 실용성과 시스템 통합 역량을 중시한다.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로봇공학, 의료 AI 등 응용 분야 중심의 AI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 왔다. 특히 상하이시 정부 및 국유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를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연구 성과를 실제 도시 인프라, 교통 시스템, 스마트 항만 등에 적용하는 경험을 쌓으며, 이는 곧바로 상하이 지역 산업 생태계로 흡수된다. 이러한 구조는 피지컬 AI와 시스템 AI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장대 : Hikvision(海康威视)∙Dahua(大华)∙Alibaba Cloud(阿里云) 등

절강성 항저우에 위치한 저장대학교(浙江大学)는  주커전(竺可桢)학원을 통해 중국 AI 인재 육성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저장대의 강점은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한 민간 빅테크 생태계와의 밀착된 협력이다. AI, 데이터 과학,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학부·대학원 통합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민간 플랫폼 기업의 연구와 개발 환경에 노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절강성 정부는 저장대를 중심으로 ‘AI 인재 특구’에 가까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비 지원, 창업 인큐베이션, 규제 샌드박스 등을 결합해 대학-기업-지방정부가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중국 AI 인재 육성 전략의 공통점과 시사점

위에 언급한 4개 대학의 사례를 종합하면 중국 AI 인재 육성 전략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첫째, 모든 대학이 국가 전략과 명확히 연동되어 있으며, 인재를 ‘미래 노동력’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한다. 둘째, 교육과 연구, 산업과 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연속적 파이프라인으로 설계되어 있다. 셋째,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축적을 중시하며, 실패를 감수하는 대규모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중국의 인재육성 구조는 미국식 개별 대학·기업 중심의 분산형 모델과 대비되며,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갖는 독특한 강점이기도 하다. 미국이 개별 연구자의 창의성과 시장 기반 경쟁을 중심으로 인재를 육성해왔다면, 중국은 국가 전략에 따라 인재를 선별·집중·배치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미국의 시스템이 ‘개방된 생태계 속 자율적 성장’을 전제로 한다면, 중국은 ‘국가 목표에 정렬된 인재 생산과 동원’을 목표로 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교육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AI 경쟁을 바라보는 양국의 철학과 권력 구조의 차이를 반영한다. 

III. AGI에서 Physical AI로 기술 경쟁의 진화

2025년 초 CES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제시한 전망은 AI 기술 경쟁의 방향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다음 단계의 AI 경쟁은 범용인공지능(AGI) 이 아니라 ‘Agentic AI’와 ‘Physical AI’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는 AI가 더 이상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차원에 머물지 않고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물류 시스템 등 물리적 세계 전반으로 확장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는 분화된다. 중국은 제조업 기반과 결합된 Physical AI, 즉 응용과 확산 단계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산업용 로봇,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 중국은 대규모 실증과 상용화를 통해 경험 곡선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2024년부터 본격 추진 중인 ‘AI+’ 전략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전략은 모든 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국가 프로젝트로, 제조 강국인 중국이 Physical AI 영역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제조 기반이 약화된 미국과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언어모델, AGI 연구, 핵심 알고리즘 등 원천 기술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 풍부한 벤처 자본,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인재 풀을 기반으로 AI 기술의 최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개방형 혁신 구조가 기술 발전의 속도와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IV. 한국이 추진해야할 3가지 전략

미·중 AI 경쟁은 기술력 경쟁이자 어떤 가치와 규범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이다. 미국은 민주적 가치와 윤리적 투명성을, 중국은 효율성과 국가 주도의 기술 자립 모델을 제시한다. 여기에 EU는 위험 기반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AI Act’를 통해 제3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은 원천 AI 기술에서는 아직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반도체, 통신, 디지털 인프라, 제조 역량 등 핵심 기반 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기술 추격국을 넘어, 규범과 활용 모델을 함께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전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첫째, 기술 자립을 이루어야 한다. AI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등 핵심 기술을 중장기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국산화가 아니라, 글로벌 분업 구조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가치 중심 전략이다. 인권 보호, 투명성, 책임성 등 보편적 가치를 반영한 AI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기술 경쟁력을 보완하는 중요한 외교 자산이 될 것이다. 셋째, 국제 협력의 플랫폼화 구축이다. OECD, UN 등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이 규범 형성 과정의 중재자이자 설계자로 기능해야 한다. 미·중 기술 냉전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편승하기 보다는 균형과 주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