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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파나마 대법원, 홍콩 CK허치슨의 운하 항구 운영권 ‘위헌’ 판결
유은영 소속/직책 : EC21R&C 연구원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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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나마 대법원이 홍콩 CK 허치슨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CK 허치슨은 국제중재 절차를 개시했고 중국 정부는 파나마 정부에 정치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 경고했음. 이번 사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과 서반구 내 전략적 자산 통제를 강화하려는 미국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줌.
◦ 파나마 대법원의 CK 허치슨 항구 운영권 위헌 판결
- 파나마 대법원은 2026년 1월 29일 홍콩 기반 다국적 기업 CK 허치슨(CK Hutchison)의 자회사인 파나마항만회사(PPC)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 양단 항구 운영 계약이 파나마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림. 해당 판결은 태평양 측에 위치한 발보아(Balboa) 항구와 대서양 측에 위치한 크리스토발(Cristóbal) 항구의 운영권에 대한 것으로, PPC는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이 항구들을 운영해 왔음. 파나마 대법원은 간략한 성명을 통해 PPC에 부여된 운영 허가 조건이 파나마 헌법 규정을 위반한다고 밝힘.
- 외신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미국이 파나마 정부에 가해온 외교적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됨.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를 "되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파나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으며,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Jose Raul Mulino) 대통령은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도, 같은 날 PPC의 항구 운영 현황에 대한 정부 감사를 개시했음. 파나마 운하는 미국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약 40%가 통과하는 해상 물류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미국 정부는 이 지역의 항구 운영권 문제를 자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
- 파나마 정부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시진핑(Xi Jinping) 주석이 주도하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도 공식 탈퇴를 선언함. 파나마는 2017년 타이완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 후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최초로 일대일로 사업에 가입한 국가였으며, 이번 탈퇴 결정은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됨.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파나마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 정부가 CK 허치슨의 항구 운영을 자국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함.
◦ 위헌 판결에 대한 중국 정부와 CK 허치슨의 대응 조치
-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Hong Kong and Macao Affairs Office)은 2026년 2월 4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WeChat)을 통해 800단어 분량의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이번 파나마 대법원 판결을 "굴욕적이고 비열하며 패권에 굴복하고 악에 협조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규정함. 성명은 "파나마 당국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린젠(Lin 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수단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파나마 정부의 결정에 대한 강경한 대응 의지를 시사함.
- CK 허치슨은 2026년 2월 4일 자회사 PPC가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업회의소(ICC) 규정에 따라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 절차를 개시했다고 발표함. 또한 성명을 통해 파나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광범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청구할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규모나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음. PPC는 파나마 정부가 회사 측의 협의 및 분쟁 해결 노력에 대응하지 않았으며, 대법원 판결이 법적으로 발효되기 전부터 정부 관계자들이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해 회사의 물리적 자산, 상업 정보, 지식재산권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을 일방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음. 한편, 홍콩중문대학교의 한 법학 교수는 투자 관련 운영권 계약을 둘러싼 국제중재 절차는 통상 수년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함.
- 이번 법적 공방은 CK 허치슨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항구 자산 매각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됨. CK 허치슨은 2025년 봄 전 세계 20여 개국에 분산된 40개 이상 항구 시설에 대한 운영 지분을 미국 글로벌 투자회사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매각 합의를 미국의 외교적·경제적 승리라고 공개적으로 환영했음. 그러나 중국 정부가 대규모 해외 자산 매각의 경우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매각 협상은 실질적으로 정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됨.
◦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경쟁
- 중국은 2000년대 초반 이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무역, 투자,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광범위한 경제 협력 관계망을 구축해 왔으며, 현재 양측 간 연간 교역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33조 원)를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함. 중국은 2026년 1월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 2,000억 달러(약 1,759조 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라틴아메리카 지역과의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임.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 공식 부문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제공한 금융 지원 규모는 총 3,020억 달러(약 44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됨. 중국 기업들은 현재 페루에서 구리 광산을 채굴하고,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을 대규모로 추출하며, 페루·칠레·브라질 등 주요 국가의 전력망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음.
-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문서를 통해 "서반구가 적대적 외국의 침입이나 핵심 자산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서반구 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외국 주도의 인프라∙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업적∙안보적 조치를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을 공식화함.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전략적 접근은 1823년 제임스 먼로(James Monroe) 당시 미국 대통령이 유럽 식민 열강을 대상으로 미국의 서반구 영향권 존중을 요구했던 역사적 선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미국 우파 정치 논평가들이 처음 이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음.
- 중국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 국제안보전략센터 소속 쑨청하오(Sun Chenghao) 연구원은 미국이 서반구 지역의 인프라, 공급망, 전략적 자산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으로 전환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관여에 따르는 비용과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함. 반면 같은 대학 소속 탕샤오양(Tang Xiaoyang) 국제관계학 교수는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강력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대응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회피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함.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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