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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적 계산과 구조적 한계
이동규 소속/직책 :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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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조속한 휴전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걸프 및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5대 구상(中国和巴基斯坦关于恢复海湾和中东地区和平稳定的五点倡议, 이하 5대 구상)’을 발표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중재 외교’에도 불구하고 이란 전쟁에서 중국의 실제적 역할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 글은 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전략적 계산과 그 한계를 생각해 본다.
중재를 표방한 중국의 외교적 대응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대외적으로 조속한 휴전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관련국들과의 외교 소통을 확대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 중국은 3월부터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이 없었기 때문에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민간인 피해와 비군사 시설 타격에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의 조속한 안정화를 촉구했다.1) 자이쥔(翟隽) 중동문제 특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등을 순방하며 군사작전 중단과 정치적 대화 재개를 주장했고,2) 왕이(王毅) 외교부장 역시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프랑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지속하며 중동 평화를 위한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했다.
특히 중국은 3월 31일 파키스탄과 함께 ‘5대 구상’을 발표했다.3) 이 구상은 적대행위의 즉각 중단, 평화회담 조기 개최, 비군사 시설 안정 보장, 호르무즈 해협 등 항로의 안정 보장, 유엔 헌장과 국제법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후에 중국이 이란에 중재안 수용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4) 중국은 이란 전쟁 중재의 후견적 행위자로 일정 부분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미국-이란 휴전이 잠정적 성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는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중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재 외교를 전개하며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제한적 중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중국은 이란,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및 유럽 국가 등 관련국들에게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려 했지만,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 중재 때와 같이 적극적으로 중재를 모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파키스탄을 중재의 전면에 내세우고 파키스탄의 역할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중국이 외교적 성과를 모색하면서도 개입에 수반되는 책임과 비용은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전쟁과 중국의 에너지 안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비축유 확보, 러시아산 원유 수입 확대, 원유 수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 개발 등으로 이러한 충격을 완화할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5년부터 원유를 대량 매입하여 2026년초에 이미 약 13억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했고,5) 2026년 1월과 2월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년 동기 대비 약 40% 늘리기도 했다.6)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5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며 제조업 고도화, 첨단기술 자립, 민생 개선, 경기 회복을 모색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에너지 공급망 및 해양 수송로의 안정적 확보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은 중국의 경제 정책의 기반을 흔들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시진핑 지도부의 정치적 안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이 휴전과 확전 방지를 강조하는 것은 중동 평화에 대한 원론적 입장의 표명인 동시에, 자국의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임 있는 대국’ 위상과 영향력 확대 모색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군사행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전쟁 확산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과 피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는 구별되는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全球治理倡议)’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담론을 통해 국제질서에서 자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며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제시한 ‘5대 구상’에 대해 서구 일각에서는 그 선언적 성격과 실행계획 부족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맞춰 중국이 발표했던 중재안,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입장(关于政治解决乌克兰危机的中国立场)’ 역시 원론적 입장만을 제시했을 뿐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근거로 군사행동을 비판하고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는 중국의 메시지는 일정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전쟁 피로가 심화된 국제여론 속에서는 중국의 원론적인 접근법이 상대적으로 원칙이 있고 책임 있는 외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며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공감대를 모색하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한 군사적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일부 국가는 봉쇄를 규탄하면서도 군사 개입에는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7)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 준수를 전면에 내세워 유럽과의 외교적 접점을 넓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 국면에서 미국 동맹 및 협력국의 결속을 느슨하게 만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전쟁은 중국이 중동 및 글로벌 사우스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중동 국가들이 직접적인 안보 불안과 경제적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지는 않더라도 대미 불신과 불만이 중동 지역에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의 중재 외교가 전쟁 완화 혹은 종식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중동 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보다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중국의 대중동 정책을 고려할 때, 중국이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해 안보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결국 중국은 중동 및 국제사회에서 이란 전쟁을 계기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군사적 책임과 안보 공공재 제공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미중관계 관리를 위한 제한적 관여
중국은 수사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국제법 위반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대미 공세의 수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함께 5대 구상을 발표했음에도 스스로 중재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파키스탄의 역할을 지지하는 형태를 취한 것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흐름을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2025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중관계에서 자신감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양국이 경쟁과 대립이 아니라 타협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관계에서 거래와 타협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일본 등 지역 내 동맹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의 향방에 따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집중도와 대중 압박 강도는 일정 부분 조정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 일부와 역내 전략자산을 중동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은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활용해 미중관계에서 숨 고르기를 시도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가며
이란 전쟁 이후 중국은 휴전과 대화를 전면에 내세운 중재 외교를 통해 중동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 차별화된 ‘책임 있는 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외교 행보는 국익과 외교적 위상, 미중관계 관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전략적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에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중국은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과의 충돌은 최소화해야 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지만 과도한 개입과 책임 부담은 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외교적 대응은 제한적 관여를 기반으로 상징적 외교 성과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이란 전쟁은 중국에게 외교적 기회이기도 하지만, 중국 외교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 각주
1) 中国外交部, “2026年3月3日外交部发言人毛宁主持例行记者会”, 2026.03.03, https://www.mfa.gov.cn/fyrbt_673021/jzhsl_673025/202603/t20260303_11867941.shtml.
2) 中国外交部, “2026年3月19日外交部发言人林剑主持例行记者会”, 2026.03.19, https://www.mfa.gov.cn/fyrbt_673021/202603/t20260319_11877656.shtml?utm_source=chatgpt.com.
3) 中国外交部, “中国和巴基斯坦关于恢复海湾和中东地区和平稳定的五点倡议”, 2026.03.31, https://www.mfa.gov.cn/web/wjbzhd/202603/t20260331_11884492.shtml?utm_source=chatgpt.com.
4) Reuters, “Trump says he believes China got Iran to negotiate, AFP reports”, 2026.04.08, https://www.reuters.com/world/china/trump-says-he-believes-china-got-iran-negotiate-afp-reports-2026-04-08/.
5) The Straits Times, “Fuel shock bites in China, but no panic yet”, 2026.04.04, https://www.straitstimes.com/asia/east-asia/fuel-shock-bites-in-china-but-no-panic-yet.
6) South China Moring Post, “China’s Russian oil imports spike in early 2026, but Iran war changes outlook”, 2026.03.20,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347329/chinas-russian-oil-imports-spike-early-2026-iran-war-changes-outlook.
7) 예를 들어, 3월 19일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미국의 동맹 및 우방 7개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면서도 군사 자산 지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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