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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자본주의와 중국경제

이두원 소속/직책 :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3-12-31

□ 유교자본주의(Confucian Capitalism) 이란?

 

- 유교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손병해(2010, 21쪽)은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들이 보여 온 빠른 경제성장과 우수한 경제적 성과는 이들 국가들이 보유해 온 전통적 가치(즉 유교)에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견해를 연구하는 것을 ‘유교자본주의론’ 이라고 소개하고 있음. 유교자본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경험은 서양의 그것과 다르며, 그 다름의 원인은 동아시아의 유교적 전통 때문이라고 주장함. (함재봉, 2000, 44쪽)
- 특히 Singapore의 이광요(李光耀, 1923~) 수상의 경우 유교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적 가치’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의 원천이라 주장함. (Lee, 1998).

 

□ 유교와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 

 

- 과거 유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 아마도 유교와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한 서양의 학자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Max Weber (1864-1920)일 것임. 그는 기독교의 캘빈주의가 발전시킨 청교도적 윤리와 경제적 합리주의가 자본주의 정신을 낳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음. (1952년 역서) 또한 동양(특히 중국)의 유교적 전통에서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의 발달을 기대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유교사회에서 君子(noble man)는 전문적 직업인이 되기보다는 완성된 인격체가 되기를 지향하기 때문에, 서양이 산업혁명에서 경험한 것과 같이 전문지식을 습득하여 세상을 변환시키고 정복하기 보다는 세상에 적응하는데 더 관심을 두게 된다고 비판하였음(1951년 역서). Max Weber의 이러한 비판은 아마도 論語, 第2篇 爲政, 第12章에 나오는 ‘君子不器’라는 표현을 비판한 것으로 보임. 이 표현은 군자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군자가 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임.
- 또한 The Economist (1999)에서는 과거 서양보다 지식과 과학이 훨씬 발전하였던 중국이나 이슬람권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음. 동양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며, 정치적 상황 역시 서양과 같이 국가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없었으며, 사적재산권의 확립과 회사법의 제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임. 이런 비판은 사실 유교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님.
- 유교에 대한 비관적 또는 회의적 견해는 단지 서양학자들만의 견해는 아님. 동양에서도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서 유교에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들이 팽배했음. 서양 열강들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유교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했음. (함재봉, 2000, 23쪽, Morris, 2010, p. 434)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는, 철저하게 서구화를 추구함으로서 성공한 경우임. 이런 인식에 기초해서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유교의 전통을 부정하고 파괴. 한국 역시 유교는 낡은 이념이며,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념으로 치부.

 

□ 유교와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

 

- 그러나 최근 유교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대두됨. 이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원인을 찾는 노력에서 기인하지만, 유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서 기인하기도 함. 우선 유교에서 경제적 이익 추구를 부정하지는 않음. 孟子 滕文公篇에 등문공(등나라의 문공)이 맹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묻자, 맹자는 “無恒産者 無恒心”(일정한 생업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마음의 안정도 누리기 어렵다는 말)”이라하며, “지혜로운 국가경영자(賢君)는 언제나 자기를 낮추고 검소하며 아랫사람을 예우하고 백성들로부터 취하는 세금에 제한을 둬야 한다.” 라고 함. 또한 論語 第12篇 顔淵 第7章 子貢問政에서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 묻자 공자는 “足食,足兵,民信之矣”(경제를 풍족히 하고 군사력을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신뢰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들의 우선순위는 신뢰, 경제, 군사력이라 함. 이와 같이 유교에서 경제적 이익을 부정하지는 않음. 다만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과 예가 훼손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또한 공인이 사익을 위해서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함. 손병해(2010, 12-13쪽)에 의하면 이러한 見利思義의 가르침은 논어와 대학의 여러 편에서 기술되고 있다고 함.
- 무엇보다도 최근 유교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중국정부가 유교와 공자를 새롭게 부각시키기 시작하면서 부터임. 중국은 2011년 거대한 공자 동상을 천안문 광장에 세웠으며 (일부에서 비판이 일자 며칠 만에 박물관 내 정원 한 구석으로 옮김, The Economist 2011/4/30 참조), 중국 교육부가 운영하는 공자학원은 2013년 현재 93개국에 327개나 세워졌음. 이는 경제력 군사력과 같은 하드파워와 함께 유교와 같은 과거의 전통을 이용한 소프트 파워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활용하는 것임. (함재봉, “중국의 부상과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 중앙SUNDAY, 2013/12/8).
- 서양에서도 유교의 긍정적 역할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많음. Franke, Hofstede and Bond(1991)은 실증분석을 통해 유교의 동태적 요인(Confucian dynamism)이 높은 경제성장율과 유관하다고 밝히고 있음. 여기서 유교의 동태적 요인은 높은 인내심과 절약정신과 같은 미래 지향적 가치를 존중하고 정신과 지위를 인정하는 관계 등임.

 

□ 유교자본주의의 성공 요인

 

- 이와 같이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설명하며, 또한 최근 중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유교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교육을 중시하는 전통임. 전통적으로 유교 국가들은 소득수준에 비하여 교육수준이 높았으며, 높은 교육수준이 경제성장에 돕는다는 것은 여러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된 사실임. 이는 論語 第1篇 學而에 나오는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로 대변되며, 論語 第13篇 子路 第9章에서 염유(冉有)와의 대화에서도 나옴. 공자가 위나라를 지나며 "백성들이 많구나"라고 하자 염유가 묻기를, "이미 백성이 많으면 또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부유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함. 또 염유가 묻기를, "이미 부유해지면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가르쳐야 한다"라고 함. 또한 동아시아 사회는 과거제도나 고시제도 등을 통해서 교육 받은 사람들이 신분에 상관없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으며, 이는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가능함을 보여줌. 또한 이러한 교육열은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로 연결됨.
-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주도에 의한 경제성장이 가능함.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의 전통에 의해 가족과 노부모의 부양의무가 국가가 아닌 가장에게 있었으며, 이런 전통으로 인해 동아시아 정부는 사회보장보다는 경제발전에 국가재정을 집중할 수 있었음. 또한 정부 및 관료의 권위를 인정하는 유교적 전통과 우수한 관료 선발제도가 맞물려서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정책의 집행이 가능했음.
-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가치관과 근면한 노동윤리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빠른 자본축적과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였음.

 

□ 유교자본주의의 성공 조건 및 문제점

 

- 상기한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함. 우선 지도자의 높은 도덕적 자질이 요구되며, 이는 大學에 나오는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표현이 대변함. 그러나 문제는 지도자가 이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 했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명확치 않음.
- 위의 문제점과 연결되는 것이 바로 유교와 민주주의의 관계임. 민주주의에서는 위와 같이 자격이 없는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서 걸러지게 되지만, 유교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음.
- 또한 유교에서 강조하는 덕목인 仁, 義, 禮, 智, 信의 덕목은 자칫하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가 있음. 仁이 지나치면 자칫 객관성이 결여되어 온정주의에 빠질 수 있으며, 義가 지나칠 경우 가까운 사람을 편애하는 편애주의 및 공적인 일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처리할 수 있음. 禮가 지나칠 경우 수직적 서열화를 강요할 수 있으며, 智의 중시는 자칫 학벌 중심의 사회를 형성할 수 있음. 또한 信의 강조 역시 맹목적 충성 등을 강요할 수 있음. 유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도자들이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나, 모든 사람이 군자가 될 수는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음. (한국국학진흥원, 2013, 46쪽)
- 또한 유교는 혁신과 변화의 가치보다는 안정과 질서를 중요시 함. 이는 공자의 名分論 등에 나타나 있음.
- 바로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서 유교가 동아시아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보편타당한 가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김. 중국 역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 한다면, 현재와 같이 유교를 통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나아가서 세계의 지도자적 국가로 자리 잡는데 한계가 있을 것임.

 

 

(참고문헌)
손병해, 2010, “儒家思想의 현대적 意義와 東北亞 經濟統合에의 시사점: 孔孟의 經濟思想을 중심으로”, 『東北亞經濟硏究』 제22권 제1호, pp. 1-34.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연구실 엮음, 2013, 『CEO, 공자에게 길을 묻다』, 매일경제신문사.
함재봉, 2000,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 서울: 전통과 현대.
The Economist, “The road to riches”, December 23, 1999.
The Economist, 2011/4/30, “China and confucius, Sage move?”
Franke, Richard H., Geert Hofstede & Michael H. Bond. 1991. “Cultural roots of economic performance: A research not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2: 165-73.
Lee, Kwan Yew (李光耀), The Singapore Story, 1998, Singapore: Times Edition.
Morris, Ian, Why the west Rules-For Now,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2010).
Weber, Max,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translated by Talcott Parsons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London: George Allen & Unwin Ltd. 1952).
Weber, Max, The Religion of China: Confucianism and Taoism, translated and edited by Hans H. Gerth (New York: Macmillan,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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