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성(河北省) 성도 스자좡시(石家庄市)에서 찡무(晶木)노래방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자좡에서 최초이며 가장 긴 역사(1997년 개업)를 자랑하는 노래방이다. 한국 노래방이 스자좡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찡무노래방 사장이자 스자좡 한인회 회장인 박희성씨를 만나 한국 오락산업의 허베이성 진출에 대해 들어 보았다.


Q. 이곳 스자좡에도 한인 상회가 있네요. 반갑습니다. 먼저 스자좡에 있는 한인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A. 스자좡에 있는 한국인은 250명 정도이고 면방직공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보니 제조업 분야에서는 의류, 복장, 모자, 침구류 등 업종에 진출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면방직 분야의 무역업체도 있고, 식당, 노래방, 미용실, 부동산개발관리회사 등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어학연수, 조기유학, 중의대 (한의대) 진학 등에 관계하는 교육사업 종사자도 있고, 규모는 작지만 한인교회, 주말한글학교도 있어 한국인끼리 단합이 잘되는 편입니다.
  또한 스자좡시의 북쪽 위성도시인 정띵(正定)시에 중국 화북지역 물류중심 소상품시장이 건립되고 있어 저장성(浙江省) 이우와 같은 초대형 소상품시장이 일부 개장되어 많은 한국인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은 내수보다는 거의 한국, 중동, 미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으나 금융위기후 수출에 애로사항이 많아 중국내수시장 개척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가격경쟁력, 판로개척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도 노래방 외에 부업으로 친구가 하는 한국회사제품인 통신자재 및 Heating Cable 등을 2000년대 초반까지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싸서 많이 판매하였으나 현재는 중국 제품들에 모든 면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과 관련하여 사료공장등도 있었으나 역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중국 업체에 넘어갔습니다. 이제는 스자좡시에서도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많이 오른데다, 전기, 물세, 세금 등도 너무 많이 올라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어렵고 중국인들보다 한수 앞선 기술집약적인 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회사명이 찡무요식오락회사(晶木饮食娱乐中心)로 되어있기에 음식점인줄 알았는데 와보니 노래방이군요. 찡무노래방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 주십시오.


A. 원래 노래방 5개와 사천요리 식당 2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식당 두 곳은 얼마 전에 중국인들에게 전매하였습니다. 식당은 규모도 크고(직원 160여명) 장사도 잘되었으나 외국인으로서 혼자 관리하려니 너무 힘들어 잘될 때 팔자는 생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찡무는 스자좡에서 제일 처음 생겨난 대형 가족 노래방으로 올해가 14년째 되는 해입니다. 스자좡시에서 건전한 오락문화 창달에 기여하였다고 성문화국, 시문화국,시공안국 등으로부터 선진모범업소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본사 외에 지점 4개가 스자좡에 더 있었는데 지난 4월 위치상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나는 정리하고 한단시(邯郸市: 허베이성 제일 남단에 위치한 지급시)에 얼마 전 대형노래방 (면적 2,800m2, 룸 63개, 직원 약 60명)을 개업했는데 위치가 워낙 좋아 잘되고 있습니다.


Q. 근데 어쩌다 스자좡에 진출하게 되었죠? 한국인이 많은 베이징이나 톈진을 코앞에 두시구요?


A. 애초에 중국으로 진출할 때 저 나름대로의 도시선정 기준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기업의 진출이 적고, 도시 규모는 너무 크지 않고, 그러나 교통이 너무 불편하지 않은 도시로 진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끼리 경쟁하기도 싫고, 도시가 너무 커도 1등 하기 힘들고 너무 작으면 구매력이 없고, 교통이 너무 좋으면 많은 한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교통이 너무 불편해도 문제고 해서 중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스자좡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지요.


Q. 대부분의 경우, 노래방이라고 하면 아가씨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찡무노래방도 마찬가지겠지요?


A. 아닙니다. 저희 노래방은 아가씨가 없는 스자좡 최초의 건전 노래방으로 기존의 가라오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며칠 전 스자좡시 공안국에서 매음, 매독 등을 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풍기단속을 하였는데 저희 찡무노래방에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건전한 노래방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에서 노래방 운영에는 여러 가지 규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창문은 투명해야 하고, 또 창문의 길이와 너비는 각각 얼마여야 한다는 규격에 대한 제한도 있지요. 저희는 당국이 정한 모든 규정을 철저히 잘 지키고 모든 면에서 합법적인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방내에 슈퍼가 있어서 손님들은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살 수도 있습니다. 술은 맥주, 포도주까지는 판매할 수 있고요.


Q. 위에서 말씀하신 부분들이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아가씨가 없는 노래방이면 이윤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A. 중국인들은 보통 음주가무를 즐겨합니다. 그러나 스자좡시에서 저희 노래방이 생기기 전에는 학생모임, 가족모임, 여자분들 및 직원회식후 가서 놀만한 곳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중국 가라오케(일명KTV) 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음식점으로 치자면 KFC나 맥도날드처럼 값싸고 대중화된 음식인 셈이죠. 박리다매이기 때문에 규모가 커야 합니다. 저희 노래방은 각 업소마다 룸이 50개 이상입니다. 룸 수가 적으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Q. 서비스업, 그것도 노래방업에 종사하니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죠?


A. 네, 맞습니다. 중국에서는 룸사롱과 노래방의 허가기준에 있어서 차이가 없어서 룸사롱과 같은 기준으로 단속하다보니 관공서 (소방, 문화, 공상, 위생, 공안, 환경, 물가국), 파출소, 세무소 등 시비 안거는 곳이 없지요. 건전한 노래방이며 합법적으로 경영해도 관계가 안 좋으면 중국에서는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조폭(중국에서는 흑사회라 함)들의 시비도 있었으나 건전하고 합법적으로 경영하니 공안에서 오히려 보호해줘 지금은 별 문제 없습니다.
  또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큰 애로 사항입니다. 첫째는 인건비가 13년 전보다 2.5배 정도 올랐고 임대료, 전기세, 물세, 세금, 각종 공과금 등이 몇배나 올랐습니다. 게다가 97년 개업후 몇 년 동안은 스자좡에서 저희밖에 노래방이 없어서 잘되었으나, 몇 년 전부터 중국인들이 노래방에 대규모로 투자하기 시작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 본점 부근에 대형 노래방이 두 곳 생겼는데 하나는 룸이 98개, 투자액만 인민폐 1,400만위안(한화 약 25억원)을 투자해 최고의 시설과 환경에 최고의 음향설비를 갖추고 있어 영업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저희도 금년에 재투자를 크게 하여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설비를 최신으로 교체하느라 부담이 컸지요.
  13년 전 처음 중국에서 노래방을 시작할 때는 한국보다 10년 정도는 뒤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국 노래방이 한국보다 훨씬 앞섰지요. 저기 보시는 바와 같이 벌써 몇 년 전부터 노래방에 책, 리모컨 등이 필요 없이 완전 컴퓨터자동화,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고 노래검색 기능 외에도 원곡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작권법에 걸리기 때문에 발전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저 기계의 경우 1대당 인민폐로 일만위안 정도 하는데 큰방은 2대가 필요하지요. 컴퓨터 설비, 앰프, 스피커, 액정TV, 에어컨, 마이크, 탁자, 소파 등 최고의 설비 시설로 하려니 투자 규모가 너무 큽니다.
  마지막으로 세금계산서, 각종 공과잡비 등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내다보니 경쟁자(중국인)들보다 부담이 크고, ‘꽌씨 (relationship)’ 면에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으니 이런 면에서도 그들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기업이 스자좡에 신규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다른 업종은 몰라도 노래방, 한국식당 등은 스자좡에 신규로 진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미 포화상태라 신규로 할 자리도 없고 투자규모도 너무 크고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절은 다가고 박빙의 경쟁 상태가 온 것입니다. 기타 제조업, 유통, 서비스업 등도 충분한 조사를 하고 기존의 경험자들 의견을 경청하여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