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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우한에서는 식당 내 주류반입이 가능할까?

정지현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6-15

  한국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끔 술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식당의 수준과 술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시중 소매가의 2~3배 이상을 부담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싶다. 물론 식당주인 입장에서는 술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 및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에 이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싸고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는 이치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코르크 차지(Cork Charge: 외부음료를 반입해 마실 때 가게 주인에게 주는 서비스료)라는 나름 합리적인 대안이 생겨났고, 현재 한국의 많은 식당에서 이 요금을 받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하고 편리한 방법을 택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실, 식당 내 주류반입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매우 소비자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9년 여름, 북경 시내의 한 신장(新疆)음식점에 갔을 때 동행했던 지인이 직접 준비해온 술을 꺼내서 마신 적이 있었다. 우리는 술잔을 요구했고 직원은 별 반응 없이 잔을 준비해주었다. 그 식당의 서비스는 별 감흥 없는 일반 중국식당 정도였지만 다른 비용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했었다. 식사비용만 지불하고 식당을 나오면서 저렴해진 만찬비용에 흐뭇해 하면서도, 이렇게 장사하면 별로 남는 것이 없겠다는 오지랖 넓은 걱정도 잠깐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식당 내 주류반입을 금지하겠다는 '우한시 요식업 경영규범'(이하 '규범')이 발표되어 소비자 및 네티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문제가 된 조항은 "요식업체는 소비자의 주류 및 식품 반입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인데, 이에 대한 요식업체 측의 근거는 '식품안전'이다. 요식업체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식품과 주류의 안전성에 대한 책임은 당연하지만 고객의 반입 식품과 주류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어, 식사 후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親고객주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은 '규범'이 발표되자마자 네티즌과 언론에 의해 부각되어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우한시의 한 식당 앞에 주류반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져 있다.
"저희 호텔(식당)에서는 고객님들의 건강을 위해 외부 주류 반입을 금지합니다.
 



  식당 내 주류반입 금지 조항이 발표된 직후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网)과 따추왕(大楚网)에서는 이 사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었다. 투표 시작 하루 만에 23,935명이 신랑왕의 투표에 참여하였고 그 중 91.8%가 본 조항에 반대하였고 불과 4.7%만이 찬성하였다. 따추왕의 투표에는 19,624명이 참여하였고 93%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 투표에는 우한이 아닌 다른 지방 사람들의 참여율도 매우 높았는데 중국인들의 소비자 권익에 대한 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고객의 주류반입을 금지하려거든 먼저 식당의 주류가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그 중 일부는 식당의 주류가격을 시장의 소매가격과 동일하게 조정하고 주류의 종류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이번 '규범'이 '소비자권익 보호법'에 위배되어 합법성이 결여되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극소수의 네티즌은 이 조항에 동의하면서, 요식업체는 주류반입을 금지할 권리가 있고 이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는 주류반입을 금지하는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반박하였다.   


  아래는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들이다.
  - 요식업체의 주류가격을 시장 평균가격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주류반입 금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 ‘소비자권익 보호법’, ‘식품안전법’은 이번 '규범'의 상위법이므로, 본 '규범'은 법률이 정한 범위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 만일 식당의 주류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소비자가 굳이 주류반입을 하겠는가? 식당의 주류가격이 시장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것이 문제다.
  - 돈 많은 사람은 주류반입을 하지 않을 것이고 돈 없는 사람들이 주류반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있는 자는 어차피 소수인데, 없는 자들을 문전박대하면서 요식업체가 장사를 할 수 있을까?
  - 이 조항은 영세한 요식업체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성사되어야 한다. 영세한 요식업체의 이윤이 매우 낮은데 주류반입까지 허용하면 남는 게 있겠는가?


  사실, 중국은 2004년부터 식당 내 주류반입을 허용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소비자권익 보호법'에 준한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상품의 종류나 서비스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구매 및 비구매)할 권리(제9조)와 공평한 거래를 할 권리(제10조)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공평한 거래의 권리는 소비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때 품질보장, 합리적 가격, 정확한 양 등에서 평등한 거래를 보장하는 권리와 공급자의 강제적인 거래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요식업계의 불만도 상당했고 이로 인해 지방 도시들마다 식당 내 주류반입을 허용하기 시작한 시점이 상이하며 일부 식당에서는 주류반입은 허용하되 코르크 차지를 받기도 하였다. 우한시의 경우, 2008년에 이르러 식당 내 주류 반입이 허용되었고 이로부터 2년 정도가 지난 요즘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것이다.


  강렬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이번 사건은 '규범'이 발표된 지 5일 만에 해당 조항을 "소비자의 주류 및 식품 반입을 인정하고 코르크 차지를 받지 않는다"로 수정하겠다는 요식업협회의 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실 '규범'은 요식업체의 행위규범을 정해놓은 것으로 소비자가 이 규정들을 반드시 지켜야할 근거는 없다. 언론뿐만 아니라 우한시 변호사들도 주류반입 금지는 '소비자권익 보호법'에 위배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여 무효조항에 해당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 만에 요절한 이 '규범'의 문제 조항이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것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소비자협회가 '규범' 제정에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번 '규범' 제정에는 우한시 요식업협회 및 사영기업협회 등 요식업체 관련기관 뿐만 아니라 우한시 소비자협회도 동참하였다. 이번 사건으로 우한시 소비자협회는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절자'라는 맹비난을 받았고 문제 조항의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규범' 제정에 참여하게 된 경위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우한시 소비자협회 측은 이번 '규범'의 제정 과정에서 주류반입 금지 및 코르크차지 부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현했고 문제가 된 조항이 타당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소비를 강요해서는 안 됨을 계속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범'의 제정 과정에 있어서는 건의와 토론 작업에만 참여하였고, 최종적으로 소비자협회의 명의로 발표될 줄은 몰랐으며 이는 자신들의 과실임을 인정하였다. 실제로 문제조항이 수정된 규범은 우한 요식업협회의 명의로만 발표되었다.


  사실 이번 '규범'이 발표되기 전부터 주류반입 금지 및 코르크차지 부과는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었고 이번 '규범'이 무리없이 시행되었다면 우한의 식당에서는 '합법화 된 비싼 술'을 마시게 되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다른 지방 요식업체들은 이번 사건의 경과를 관심있게 지켜보았고 소비자들이 이러한 비용을 수용하게 되면 은근슬쩍 비싼 술을 합법적으로 제공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본 사건이 깜짝 해프닝으로 종결되면서 우한시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술을 식당에 가지고 들어가 당당하게 마실 수 있게 되었고 혹시라도 코르크 차지를 요구하는 식당이 있을 경우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자신있게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권익만을 추구하여 일정 이익단체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고려에서 적정 수준의 코르크 차지를 합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적정 수준의 합의점을 찾는데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현재의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코르크 차지의 합법화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서도 각종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경제적인 권한에 대한 현재의 욕구가 참정권에 대한 욕구로 확대되고 또 그 욕구가 사회적으로 표출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의외로 짧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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