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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청(淸)나라 황실의 사냥터 무란웨이창(木蘭圍場)을 찾아서

김부용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8-06

중국에서 초원이라 하면 사람들은 흔히 내몽고를 떠올린다. 그러나 내몽고와 인접한 허베이성(河北省) 북쪽에도 초원이 있으니 바로 무란웨이창이다. 무란웨이창은 강희(康熙), 옹정(擁正), 건륭(乾隆) 등 청나라 황제들의 사냥터이자 군사훈련지였다. 유명한 울란부퉁(烏蘭布統)전쟁이 일어난 곳도 바로 이곳 근처이다. 무란웨이창을 걷고 있노라면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던 만주족의 기상이 느껴진다. 오늘날의 무란웨이창은 만족, 몽고족, 한족 등 민족의 집거지로 다민족 문화가 결합되어 짙은 민속 정취를 풍기고 있다.

 

베이징(北京) 북쪽에 위치한 허베이성 청더시(承德市)에는 청나라 황실의 여름 별장으로 유명한 피서산장(避暑山莊)이 있다.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이곳에는, 매년 여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청더시에서 북쪽으로 200km 정도 더 가면 세계에서 제일 큰 ‘황실 사냥터’라 불리는 무란웨이창이 나온다. 무란웨이창은 만주족·몽고족자치현인 웨이창현(圍場縣) 경내에 위치하였으며 서북으로는 내몽고, 동으로는 랴오닝(遼寧), 남으로는 베이징 및 톈진(天津)과 맞닿아 있다. 면적 만km2에 달하는 이 광활한 목장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내에서는 드라마 ‘황제의 딸(環珠格格)’의 야외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널리 알려진 여행지이다. 무란웨이창이란 지명은 몽고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것인데, 무란은 암사슴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호각의 일종으로 사슴을 사냥하는 몽고 전통기구의 이름이고, 웨이창은 사냥터란 뜻이다. 


무란웨이창은 강희, 옹정, 건륭 등 청나라 황제들의 사냥터이자 군사훈련지였다. 강희 20년(기원 1681년), 강희제는 경성에서 북쪽으로 순찰하던 중 몽고와 인접한 이 지역을 택해 황제와 귀족들의 군사훈련을 겸한 사냥터로 정하였다. 강희제는 이곳에서 무예를 익히고 군사 장비를 강화하며 화친(和親) 정책을 펼치는 등 방법으로 몽고와 기타 소수민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북부 변방지역에서의 세력을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당시 만주족은 몽고와 가깝게 지내려 하였지만 야심에 찬 몽고는 늘 청을 무너뜨릴 틈을 넘보았다. 강희 29년(기원 1690년), 서몽고족 준가르(Jungar) 부족의 수령인 갈단(Galdan, 1649-1697)의 세력이 무란웨이창의 북부인 울란부퉁(烏蘭布統)초원까지 내려왔으나 강희제의 군대에게 대패하였다. 이것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울란부퉁전쟁이다.  


강희제 이후에도 무란웨이창은 군사 및 정치적 색채가 짙은 사냥터로서의 명맥을 이어갔다. 강희제가 이곳을 사냥터로 정한 이래 가경(嘉慶) 25년(기원 1820년)까지 139년간, 청나라 황제들은 무려 105차례에 걸쳐 무란웨이창을 찾았고, 사냥한 횟수는 88회에 달한다고 한다. 피서산장 같은 행궁도 이때 지어졌다.  


황족만 드나들 수 있던 금지구역으로 사실상 설립 초기부터 자연보호구나 다름없었던 이곳의 경치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과 울창한 숲, 곧게 뻗은 갖가지 나무들, 거울 같은 호수, 유유히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말과 양떼들...그래서 이곳을 “구름의 고향이고 꽃의 세계요, 숲의 해양이고 물의 발원지로다” 라고 했던가. 

 

 

7월의 무란웨이창 
 
 

무란웨이창의 서쪽으로 가다 보면 풍력발전기도 눈에 띈다. 웨이창 서부와 서북부에 위치한 위따우커우(御道口)목장 풍력발전단지는 동서 길이 41km, 남북 길이 32km, 해발고 1,239~1,706m로 총면적은 390km2이다. 1,500KW급 풍력발전기 167대가 세워져 있으며, 총 발전량은 무려 250MW에 달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에너지 육성정책으로 허베이성의 풍력발전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곳의 깨끗한 자연환경은 중국 우유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8년 발생한 멜라민 파동은 허베이성 스자좡시(石家庄市) 산루(三鹿)그룹이 만든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이리(伊利), 멍뉴우(蒙牛) 등 대기업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그 사건 이후 우유업계는 제품의 질 향상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으며, 관련 업체들은 우유 공급기지 건설과 공급원 품질 향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소형 사육에서 초대형 젖소 목장을 건설하는 등 새로운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다국적 기업과의 합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무란웨이창의 날씨는 변덕스러운 편이다. 비가 내리다 그치고를 반복하더니 오후 늦게부터는 찌뿌둥하던 날씨가 완전히 개였다. 여기 날씨는 제멋대로라던 호텔 종업원의 말이 맞았다. 비온 후의 웨이창은 마음의 모든 것을 씻어낼 듯 청량하고 깨끗했다. 그러나 흐리든 개이든 온도는 높지 않아 피서산장보다는 이곳이 훨씬 좋은 피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환상적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저녁이 되자 무란웨이창은 한결 북적거렸다. 말을 타는 여행객들, 산책하는 여행객들.. 호텔 밖에서는 양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었다. 파티가 절정에 이를 무렵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여행객들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맘껏 털어냈다. 그렇게 무란웨이창의 밤은 깊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초원에서 별을 보지 못한 것이다. 오랜만에 별 세는 밤을 보내려 했건만 고단한 여행길에 지쳤는지 깜빡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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