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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항저우시, 택시기사들이 화났다

노수연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1-08-03

항저우시에 등록된 8천여 대 택시 중 절반 이상의 택시가 8월 1일 항저우시내 10여 곳에서 파업에 나섰다. 대개는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나 일부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운행을 계속하면 차를 부숴버리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동참한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사납금. 중국어로는 펀쯔첸(份子錢)이라 불리는 이 돈은 전통적으로는 결혼, 출산, 장례 등 각종 주요 행사에 내는 부조금을 의미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택시기사가 택시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의미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납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사실이다. 사납금 문제는 다른 도시에서도 최근 이슈가 되면서 지난 4월 상하이시는 사납금을 350위안 인하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택시기사들은 택시요금 기본료 인상과 도심정체에 따른 대기시간요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참고로 항저우시의 택시요금은 2006년 2월 이후 조정된 적이 없다. 기본요금이 3km까지 10위안이고, 3km 이후부터는 1km당 2위안씩이며, 10km 이후부터는 1km당 3위안이다. 또한 대기시간요금은 5분에 2위안으로, 선전(深圳)시의 4위안보다 낮다. 
 

     이번 파업에 대응해 항저우시 정부는 8월 1일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10월 말까지 택시요금을 조정하고, 8월 1일부터 운임조정 때까지는 임시로 시 정부 재정에서 조달해 1회 승차당 1위안씩 보조해 주어 시 교통운수관리국에서 기사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얼마나 택시기사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그들의 소득증대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항저우시 택시협회와 항저우시 교통국에 따르면, 2000~05년간 택시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3,000위안 수준이었고, 현재는 각종 보조금을 포함해 3,500위안 수준이다. 이것도 주 7일, 하루 12시간 근무할 경우 벌 수 있는 돈이다. 10년 전만 해도 고소득직업군에 속했던 택시기사는 이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중간 수준 이하 소득의 직업군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특히 주간반 기사는 채용이 매우 어렵다. 이를 빗대어 업계에서는 “주간반 택시기사를 구하기는 천연기념물인 판다를 찾기보다 어렵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할 정도이다.  


    항저우시 택시 운영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우선 택시업체가 얼바오터우(二包頭)라 부르는 2차 청부업자에게 사납금으로 매달 8,000위안을 받고 택시운영권을 하청하면, 2차 청부업자가 택시를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2교대 운영을 하면서 주간반에게는 매일 210위안, 야간반에게는 매일 150위안을 받는다. 여기에 2차 청부업자는 매년 보험료로 약 9,000위안을 지출하고, 매달 택시 1대당 600~1,000위안의 유지보수비를 지출하게 된다. 2차 청부업자로부터 택시를 임대해 직접 운전을 하는 기사는 1km당 약 0.97위안의 연료비를 지출한다. 결국 2차 청부업자가 택시업체에 납부하는 사납금 부담은 고스란히 택시기사에게 전가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운영시스템이 존속되는 한, 택시기사의 소득증대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즉 2차 청부업자 제도를 폐지하고, 택시업체가 직접 기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정액 사납제가 아닌 월급제로 바꾸는 등 직영 형태로 운영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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