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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중국인의 북한 관광

임민경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전문연구원 2013-05-03

바야흐로 5월입니다. 한국의 5월은 가정의 달이지요. 중국 5월의 백미는 노동절입니다.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이 건립한 국가답게 중국의 노동절은 10월 1일 국경절과 맞먹을 정도의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단, 과거에는 일주일씩 노동절 휴가를 보냈다면 지금은 그 절반인 3일 정도로 단축되었지요. 그럼에도 5.1 노동절에는 여전히 대다수 중국인들이 주말을 앞뒤로 붙이고, 요리저리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납니다. 중국의 여행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국인들은 어디로 여행을 갈까요? 유럽과 미주, 동남아 등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 물론 ‘한국’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한 가지 우리와 다른 지점이 있다면, 바로 중국인들은 북한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비록 현재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인의 북한 여행이 잠시 중단되기는 했지만요. 지금까지 정치적 영향으로 중·북 관광이 중단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사태가 호전되면 관광도 재개되고는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잠정 중단 조치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핵실험 후, 중·북 관광이 예기치 않게 이슈화되면서 중국인의 북한 여행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동북지역은 중·북 관광의 중심지로 기능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지역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성별 이모저모-동북3성 편에서는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중국인들은 보통 어떤 루트로 북한을 여행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평소 우리가 알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선 중국과 북한은 육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육상이동과 항공이동이 모두 가능합니다. 육상이동은 주로 철도를 이용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중국의 단둥(丹東)을 거쳐 북한의 신의주에 도착해, 평양이나 개성 등 북한 내 관광지로 이동하는 코스입니다. 중국의 북한여행 관련 포털 사이트에서 게시한 여행상품을 보면, ‘평양-묘향산-판문점-개성’을 연결한 4일 코스의 관광 루트가 있습니다. 오전 10시, 베이징 출발 열차에 탑승해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에 거쳐 목적지인 평양에 도착하면 오후 17시 45분입니다. 평양의 고급 호텔에서 하루 여독을 풀면, 이제 본격적인 북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개성에서는 판문점과 한국전쟁 협상회의장, 정전협정 회의장 및 군사분계선 등을 관광합니다. 셋째 날에는 평양에서 150km 거리에 있는 묘향산으로 가는군요. 이곳에서도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북한의 전쟁 역사와 관련된 유적지를 주로 둘러봅니다. 대표적으로 만수대 기념비, 개선문과 중·북 우정탑을 구경합니다. 마지막 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이 판 지하철이라는 평양 지하철을 타며 시내를 관광하는 코스로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4일 동안의 이 북한 관광 상품의 가격은 2,850위안(1인), 한화로 약 52만원입니다. 2012년 베이징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평균 월급이 5,600위안(한화 약 1백만원)이었으니, 북한 4일 관광을 위해서는 베이징 사람을 기준으로 월급의 약 절반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북한 관광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궁금증도 살펴볼까요? ‘북한 관광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하는 질문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는 ‘쇼핑은 할 수 있는지’, 또 ‘북한에 한 번 갔다 오면 다른 국가로 여행할 때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등 상식적으로 가능한 질문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질문도 눈에 띕니다. “북한에 가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나요?” 여행사의 대답은 예스. 먹고 남길 정도라는 사족도 붙이셨네요. 혹시라도 믿지 않을까봐 친절하게 사진까지 올려놓았습니다. 가히 먹는 거 중시하는 중국인다운 질문이고, 중국인다운 대답입니다.
 
중국에서 북한과 가장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린성(吉林省)에서는 얼마 전 동북아 관광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어 북한과의 접경 도시인 훈춘(琿春)에 ‘국경관광시범구’를 설립해 중국-북한-러시아를 잇는 동북아 관광 시범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발표도 있었고요. 지린성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문건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연초에 추진된 이러한 시도들은 현재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잠시 타격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상기 정책들은 향후 중국 동북지역의 대북 관광사업 구상이 적극적인 양상을 보일 것임을 예고해 줍니다. 단순히 관광의 차원을 넘어, 중·북 간 경제협력의 통로로 기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동북3성과 북한의 관계를 살펴볼 때는 이들의 관광 협력 동향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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