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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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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떠한 경제체제가 필요한가?

펑싱위안(馮興元) 소속/직책 :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 2013-01-18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 개념은 독일의 ‘사회시장경제’에 ‘주의’라는 두 글자를 더한 것이다. 둘 사이엔 공통점도 있긴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이 최고의 시장경제체제라고 말할 순 없으나, 가장 성공한 체제 중 하나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과 독일의 체제비교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중국과 독일 시장경제의 공통점과 차이점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이 이루어낸 ‘경제 기적’은 사회시장경제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체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가 말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개방된 진입장벽을 갖춘 시스템’에 속한다. 반면, 중국은 정치권력이 경제자원을 통제하는 ‘자연상태’ 혹은 ‘제한된 진입장벽 시스템’을 가진 나라이다. 독일은 고소득국가이며 중국은 이제 막 중진국에 진입한 국가이다.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볼 때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기 시작한 듯 하다. 

 

 ‘사회주의시장경제’와 ‘사회시장경제’는 모두 사회평등을 강조한다. ‘사회시장경제’는 이미 시장경제를 실현하여 경제적 효율과 사회평등이 잘 어우러져있다. 반면 ‘사회주의시장경제’는 여전히 실현 과정에 있으며 실현하려고 하는 형태가 과연 시장경제인지도 불투명하다. 중국인의 지혜를 살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결합하였으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마치 ‘네모난 원’ ‘동그란 네모’ ‘하얀 흑마’ 혹은 ‘검은 백마’처럼 명확한 개념이 이해되지 않는 말로 들린다. 사회시장경제는 경제적 자유와 사회평등의 결합을 강조하지만 사회주의시장경제는 제한된 ‘경제적 자유’만을 허락하고 이를 이용할 뿐이다.

 

한 나라가 스스로의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라고 명명할 때는 시장의 효율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시장 혹은 시장경제를 도구화시켜 시장 원리를 아예 무시하거나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의 지도자는 과거 십 년간 시장원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그저 민생원칙만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 이 두 가지 대원칙은 절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반면 독일에서는 시장원리와 사회원칙(민생원칙)이 기본규칙 체계에 함께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는 시장이 있다. 그러나 시장이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수천년 전에도 시장을 갖고 있었지만 그때부터 시장경제가 존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시장경제는 자체적인 구성요소를 갖고 있다. 현대시장경제는 최소한 아래의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첫째, 경제주체가 다수의 자주적 개체로 이루어져 있을 것.
둘째, 사유재산권.
셋째, 개방된 시장.
넷째, 유효하게 작동하는 가격메커니즘.
다섯째, 성숙한 금융시장.
여섯째, 특권을 갖지 않은 주식제 기업이 다수 존재할 것.

 

이러한 조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유재산권 없이는 다수의 자주적 개체가 존재할 수 없다. 자주적 개체의 자주적인 생산요소의 조합과 상품수급을 위해 개방적인 시장이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개방적인 시장은 유효하게 작동하는 가격메커니즘을 필요로 하며 그 안에서 수많은 공급자와 참여자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발달된 경제는 성숙한 금융시장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자주적 개체, 특히 특권을 갖지 않은 주식제 기업들은 사유재산권과 개방적 시장을 바탕으로 각종 교환계약을 맺어 여러 가지 조직된 자원을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시장경제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중국은 시장경제체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반면 독일은 위의 조건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체제이다. 위의 여섯 가지 조건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중국과 독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해 보자. 
 
첫째, 독일국민은 모두가 자주적 개체이다. 중국인은 투표 같은 공공선택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주체가 아니며 개별적 통치 이익집단에 의해 선택을 강요 받는다. 

 

둘째, 중국은 공유제가 경제제도의 가장 기본원칙인 반면 독일은 사유재산권을 경제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헌법 조항을 봐도 중국은 사유재산권이나 사유재산권 조직을 주로 도구화하여 이용하고 있다. 톈저경제연구소(天則經濟研究所)가 발행한 2011년 주요 국유기업 개혁보고서에 따르면 국유기업은 사실상 적자기업이다. 국유기업들의 장부상 이윤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각종 비용(토지임차료나 이자 등)과 세금을 적게 내거나 납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 나오는 거액의 보조금 지원도 있다. 이렇게 지출은 감소시키고 수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형성한 금액은 국유기업의 장부상 이익을 크게 상회한다.
 
셋째, 중국은 반폐쇄적이고 선택적으로 개방된 시장시스템을 채택한 반면 독일은 개방된 시장시스템을 갖고 있다. 독일은 개방된 시장에 대한 보편적인 진입방식을 채택한 반면, 중국은 개방된 시장에 대한 선택적 진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넷째, 중국은 주요기반산업이 대부분 정부 독점인데 반해, 독일은 극소수 (독일철도 등)가 정부 공기업에 의해 합법적으로 경영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효율적 가격시스템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다섯째, 중국의 금융시장은 얼핏 발달한 듯 보여도 정부의 입김과 정치적 관여를 심하게 받고 있다. 반면 독일에는 은행을 주축으로 한 고도로 성숙한 금융시장이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중국의 금융시장은 절반은 시장, 절반은 행정부문으로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중국에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주식제 기업이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대다수 기간산업은 주식제를 표방한 국유기업들이 독식하여 행정적 독점을 행사하고 있다. 독일은 건국초기부터 국유기업의 설립을 고집하지 않았고 연방정부는 시장의 보조역할만 수행한다는 원칙(보조성원칙)아래 극소수의 국유기업만이 존재했는데 독일철도나 우정사업이 그 예이다. 그나마 독일철도는 향후 증시상장을 통해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고(2006년의 상장계획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표류) 독일우정의 전신인 연방우정은 1995년 민영화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고, 현재 독일 국책은행인 독일부흥은행(KWF)이 30.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오이켄 (WalterEucken)으로 대표되는 프라이부르크학파의 사상과 기타 질서자유주의사상 등은 독일 사회시장경제의 주요한 사상적 원천으로 ‘경제기적’을 이룩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오이켄은 국가는 반드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쟁질서는 구성원칙과 조절원칙 두 가지로 구성된다. 그 중 구성원칙을 살펴보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가격메커니즘, 화폐가치안정, 개방적 시장(진입과 퇴출의 자유), 사유재산권, 계약의 자유, 책임이행(개인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것), 일관된 경제원칙 등이 포함된다. 경쟁질서의 조절원칙으로는 독점 통제, 사회정책, 과정 안정정책 등이 있다. 경쟁질서의 ‘구성원칙’은 ‘조절원칙’보다 우선하며 국가가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질서정책은 국가가 경제과정에 관여하는 과정정책보다 우선한다. 정부가 경제에 간섭할 때는 반드시 시장에 순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이에 대한 3가지 지침이 있다. 첫째, 국가는 이익집단의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모든 간섭은 시장의 흐름보다는 경제질서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셋째, 경제와 사회방면의 간섭정책은 반드시 체계적이어야 하며 특정적 이거나 선택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상들이야 말로 독일 초기의 ‘사회시장경제’가 성공을 거둔 중요한 이론적 토대이며 독일이 지금까지도 기본적으로 준수하는 원칙이다. 사실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은 일정부분 선택적으로 무의식 중에 경쟁질서의 구성원칙들을 받아들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빠르고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쟁 질서의 구성원칙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독일과 중국은 처음에는 모두가 애매모호한 경제체제로 시작을 했지만 독일의 경제체제는 개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몇 년간 독일은 뚜렷하게 사회시장경제를 추진하지는 않았다.《기본법》에도 자국의 경제체제가 ‘사회시장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었다. 다만 1990년 5월 18일 독일이 통일할 때 작성한 문건에 동독이 사회시장경제로 편입된다고만 규정해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기본법은 독일이 개국초기부터 사회시장경제라는 구상을 추진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했다. 기본법내의 몇몇 기본원칙에 독일이 추진할 수 있는 경제체제 범위를 설정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중앙관리경제나 순수한 자유방임시장경제는 배제하며 순수시장경제와 중앙관리경제의 중간성격을 띠는 경제제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체제’의 개혁모델과 결별 

 

중국은 개혁 초기에 어떠한 시장경제를 건설하겠다고 표방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은 장기적인 경제체제의 구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시킨다는 목표뿐이었다. 당시 중국개혁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고만 했다. 중국의 ‘모호한 체제’ 구축을 위한 개혁모델은 일정 기간 동안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예를 들어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지양하고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개혁과 발전을 추구한다는 식이었다. 비록 몇몇 지도자들이 목표나 방법 등을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권력시스템과 정통 이데올로기의 제약 때문에 그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 수밖에 없었다.

 

개혁개방 3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있으며 어떠한 항로, 운행스케줄, 운항경로나 관제사가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 시스템과 정통 이데올로기 때문에 중국은 아직도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체제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사회복지망은 과도한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어 사회복지에 대한 과중한 부담문제가 공론화되었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결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현재의 정당민주주의체제에서는 이를 시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 정책측면에서 보면, 사회복지망이란 한번 구축되면 거둬들이기가 어려워 일단 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은 ‘래칫효과[ratchet effect]’가 발생한다. 최근 들어 독일은 꽤 성공적으로 예전에 비해 훨씬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했고 사회복지망의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며 경제전체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 우리는 향후 발전과정에서 독일 같은 복지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위대한 민족이란 신뢰를 지키며,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는 민족이다. 자기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신뢰를 줘야 하며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개선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중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다. 스스로가 이루어낸 성과를 인정하고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의 경험을 과감하게 배워 중국의 경제체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결코 돌다리만 두드리며 제자리 걸음 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평등이 조화를 이룬 시장경제를 향해 큰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저자: 펑싱위안(馮興元)
출처: 2013-1-10, 중경망(中經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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