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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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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능력 과잉과 구조전환의 함정

천즈룽(陳志龍) 소속/직책 : 국제금융신문 기자 2013-07-12

7월 1일 중국 장쑤(江蘇)성 루가오(如皐)시에 위치한 중국 최대 민영 조선소 룽성(熔盛)중공업의 정문 앞에 수천 명의 근로자가 모여 체불 임금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룽성중공업이 춘절(春節) 이후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전국 각지에서 체납된 임금의 지불을 요구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중에는 가족을 대동한 사람도 있었다. 룽성중공업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한때 ‘태양신’이라 불리던 세계 최대의 태양광패널업체인 선텍(Wuxi Suntech Power•尚德)에서도 이와 같은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룽성중공업과 100억 위안 규모의 연평균 적자를 낸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中國远洋, COSCO), 그리고 상더와 중국 제2의 태양광기업인 LDK솔라(賽維)는 소모적이고 양적 성장에 비중을 두는 경제 발전방식과 구조전환의 함정에 빠진 업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확장에서 긴축으로 접어들고 있다. 맹목적인 투자와 무분별한 경영이라는 낡은 방식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역사적 선택이 되었다.

 

올 상반기 LDK솔라와 선텍이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많은 성(省)에서 은행권 부실채권이 급증하였고, 전국 은행권 신규 증가 부실채권 중에서 이들 성의 신규 증가액이 30~40%나 차지했다. 철강, 시멘트, 전해 알루미늄, 평판유리 등 전통 산업과 신흥 산업인 태양광에너지, 풍력발전 등은 한때 ‘성장의 핵심동력’인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생산능력 과잉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는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난제이다. 한때 거액의 재정 지원과 막대한 신용대출에 기대어 만들어진 생산능력 과잉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국의 생산 능력 이용률은 80%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에는 60%로 급락했고, 지금은 50%만 되도 선전하는 셈이다. 최근 공업생산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 건수가 부족하여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연속해서 하락했고, 생산능력 과잉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여러 차례 나왔다. 기업재고 및 미수금 급증, 끊기지 않는 기업의 채무사슬은 모두 생산능력 과잉문제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된 후, 정부에서는 성장세 둔화를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와 동시에 생산능력 과잉현상이 나타난 산업의 부실기업 퇴출 메커니즘 구축 역시 아젠다에 올랐다. 올 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선텍의 파산과 룽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은 그러한 정부의 움직임을 알리는 신호이다. 

 

한동안 ‘신용대출 자금을 실물경제로 이끈다’는 사조가 유행했었다. 실물경제는 금융경제의 상대적 개념이다. 생산능력 과잉현상이 만연한 상황 속에서, 실물경제에 누적된 신용대출 거품과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한 금융리스크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선텍, LDK솔라로 대표되는 태양광 산업과 중국원양, 롱성중공업으로 대표되는 조선업과 운수업이 끌어들인 은행 신용대출은 1,000억 위안이 넘는다. 철강산업도 생산능력 과잉 속에서 은행권의 무분별한 철강기업 융자로 인해 부실대출 규모가 1,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한때의 ‘블루오션’이 피 터지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것이다. 고수익을 누린다지만 연 순이익이 1조 위안 수준인 중국 은행권이 수조 위안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중국은 ‘투자주도형’과 ‘수출 드라이브형’의 경제발전 모델을 추구해왔다. ‘소비 부진’은 중국 경제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되었고, 과잉 투자와 지나친 수출지향은 에너지와 자원, 생산요소, 환경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때마다 중복 건설 및 자원과 에너지 낭비 현상이 발생했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리스크를 키워왔다. 추산에 따르면, 철강산업만도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한 손실이 1조 위안에 달한다. 태양광 산업 열풍이 불었을 때, 중국 400여 개의 도시에서 태양광 산업단지 조성을 계획했고, 일부 지방에서는 태양광 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에서 표준형 공장과 대출 우대를 제공하여 돈 한 푼 없어도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심지어 산업단지 건설 열기가 정점이었을 때는 ‘백억 산업단지, 천억 산업사슬’이라는 슬로건 아래 태양광과는 전혀 무관한 의류나 신발을 제조하던 이들도 모두 뛰어들어 ‘태양신’이 되기를 꿈꾸었다.  

 

필자는 판젠(范堅) 중국 국가세무총국(國家稅務總國) 총회계사가 장쑤성에 근무하는 동안 그와 함께 생산능력 과잉현상의 배후에 있는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처한 전환경제라는 배경과 체제적 특징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가 장쑤로 온 2011년은 태양광산업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였다. 쑤베이(蘇北)의 한 지방 국세국(國稅局) 국장은 그에게 산업단지 한 곳에서 반 년 동안 거둔 세수가 10억 위안이라고 보고했고, 판젠은 좋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쑤난(蘇南)에서 쑤베이까지 그가 곳곳에서 본 것은 태양광 산업단지였다. 풍경이 수려하고 살기 좋은 양저우(揚州)조차 태양광 산업에 열심이었다. 2011년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발전용량의 2/3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국외에서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라는 어려움을, 국내에서는 제 살 깍아 먹는 가격경쟁을 겪어야 했다. 태양광 산업 붐이 정점을 지나자, 중국은 유럽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세력에 둘러싸여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돌이켜보면, 유럽과 미국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중국의 태양광 산업이 발전하도록 두고 보다가 중국이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궁지로 몰아간 것이다. 이는 일본이 중국 LED 산업에 한 것과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이것은 중국의 미들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벗어나기 어려운 역사적 굴레가 되어버린 듯하다.      

중국의 생산능력 과잉은 지방 정부 과당경쟁의 결과이다. 그들은 GDP에만 혈안이 되어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앞서 간다’는 생각으로 특정 단계에 있는 신흥 산업에 소위 ‘발전 가속화 전략’을 적용하여 진입 장벽이 아무리 높은 산업이라도 막강한 행정력을 앞세워 해내고 만다. 그 결과 무엇을 계획하든 과잉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부주도형 투자모델 속에서 일부 ‘전략적 신흥산업’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신용대출 자금은 정부의 각종 인프라 건설과 고정자산 투자로 몰렸다. 거액의 투자 손실, 자금운용의 효율성 저하, 신도시의 맹목적 확장, 오래된 도시의 반복적인 철거와 건설은 모두 지방 정부가 GDP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이에 따라 파리만 날리고 이용객은 찾아보기 어려운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연해에 이웃하고 있는 가난한 두 현(縣)이 앞다투어 대규모 심수항(深水港) 건설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가난한 현도 큰 항구를 지어야 한다’는 비장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강을 끼고 있는 곳에서는 도처에 조선소가 건설되어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이 사뭇 장관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높은 부채율과 고(高)레버리지 경영으로 인해 생산능력 과잉 산업은 스스로 쓰디쓴 결과를 감내해야 했고, 금융시스템에 깊이 연관되면서 심각하게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철강산업을 예로 들면, 2012년 말 44개 철강산업 상장기업의 평균 자산부채비율이 60%였는데, 올해 1분기 급등하여 전체 평균 자산부채비율이 80%에 이르렀고 지금은 산업 전체가 적자상태이다. 평판유리는 2억WC(weight case)에서 8억WC로 증가하여 산업 전체가 지속적으로 적자이다. 신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골드윈드 하이테크(金風科技)와 시노벨(Sinovel•華銳風電)의 주가가 최고점이던 160 위안과 88 위안에서 5 위안 수준으로 급락했다. 또, 중국 철도부(鐵道部)의 대차대조표는 2조 위안의 신용대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는 부실채권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방 인프라 대출 20여 조와 부동산 대출 10여 조 그리고 저효율의 철도, 도로, 수리시설 건설에 들어가는 10여 조의 고정자산 대출까지 이 모두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부 문제이다. 대규모 투자는 경제와 금융 안전성에 큰 위협일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에너지 낭비, 자원의 과도한 개발 등 사회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1980~90년대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파괴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였다면, 현재는 6%를 넘어섰다. 2012년 중국 GDP는 50조 위안을 넘었으니 계산에 따르면 매년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3조 위안에 달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호황일 때는 국외시장에 의존하여 생산 과잉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고, 국내 소비도 위축되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산업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어 외부 시장을 통한 해소도 점차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 둔화와 전 산업에서 발생한 과잉 투자로 인한 생산능력 과잉이 맞물려 악순환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가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생산 능력 합병에 힘써야 하며, 이때 겪게 되는 고통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과감한 결단과 의지, 책임감이 필요하다. 생산능력 과잉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려면 상당히 긴 고통스러운 조정과정이 필요하다.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 및 구조조정 메커니즘 구축이 위기의 최종 솔루션이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가 ‘구조전환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넘어지지 않고 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개혁과 새로운 제도를 통한 위기 극복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 발전의 내재적 동력을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우선 경제 발전방식에서 GDP 성장에만 중점을 두는 공무원 실적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자원과 생산요소에 대한 권리를 시장에 풀고,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시장 메커니즘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저효율의 고정자산 투자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호텔, 사무용 빌딩 등의 신규 건설사업을 정리하며, 재정 기강을 확실히 세워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맹목적인 투자에 뒤따르는 기업에 대한 맹목적 지원은 새로운 불공정을 낳고, 과당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저자: 국제금융신문(國際金融報), 천쯔룽(陳志龍)

출처: 2013-07-05, 중국경제신식망(中國經濟信息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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