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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가 가지는 경제적인 효과와 한-중-미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

안유화 소속/직책 :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 연구위원 2014-11-25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중국에서는 아시아기초시설투자은행(亞洲基礎設施投資銀行)이라고 부른다.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 제안하였고, 1년 후인 2014년 10월 24일 공식 출범되었다. 초기 자본금의 대부분을 중국이 투자하여 500억 달러 규모로 시작된 AIIB의 총 자본금은 각국의 투자를 받아 10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AIIB 참여 국가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필리핀ㆍ베트남ㆍ브루나이ㆍ캄보디아ㆍ라오스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미얀마ㆍ태국ㆍ카타르 등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을 포함한 21개국이다. 한국과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는 이번 MOU 체결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이들 국가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AIIB 가입을 현재는 보류하고 있으나, 향후 가입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들고 있는 MOU 불참 이유는 AIIB의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문제다. 우선 중국이 전체 지분의 50%를 보유하는 구조와 집행부 중심의 운영체계는 국제관례나 투명성•공평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노동•양성평등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도 관련 세이프가드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출자비중 50%는 확정된 게 아니고, 미국•한국•일본 등이 참여해 자본금 규모가 커지면 중국 지분은 국제관례에 따라 30% 이하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결 메커니즘과 집행부 운영은 물론 환경•노동•양성평등 문제 같은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국제 규범과 가치를 준수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미국이 한국의 AIIB 참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 정부는 AIIB를 중국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이 가입할 경우 한미 양국의 우방으로서의 신인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오랜 시간 전 세계 기축통화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은 중국의 AIIB 설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IB은 단순한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 창설을 떠나 국제금융질서의 재편과 한-미-중 관계의 재설정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AIIB가 가지는 경제적인 효과와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고, 한국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경제적인 기대효과

 

우선 경제적 이익측면에서 AIIB 참여국 대부분이 발전도상국 국가이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이 필요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아시아 역내 인프라 투자 주도권을 한국은 확보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국내 협소한 시장으로 인한 GDP 성장 한계(저성장, 저금리 지속)를 무궁무진한 금융시장을 활용하여 AIIB에서의 투자활동을 통해 네트워크 및 신용기반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과 협력하여 한중 공동으로 글로벌 투자시장에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뿐더러, 참여는 해외발(發) 경제위기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입김이 큰 국제통화기금(IMF)과 ADB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한국을 돕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최악의 사태까지 간 다음에야 구제금융의 손길을 내밀었다. ADB와 AIIB의 동시가입으로 달러중심의 일변도 기축통화체제의 위험성 극복 가능하고 국제적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경쟁구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에는 유리하다. 앞으로 한국은 동•서 모두 경제영토를 균형 있게 구축해야 한다. 동방이 어려우면 서방에서 보충하고, 서방이 어려우면 동방에서 충당하고, 동서 양방이 동시에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자체능력도 갖춰야 한다. 

 

다음 현재 구축하고 있는 위안화 역외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선도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려면 자국 내 영업환경을 뛰어넘는 국제적 금융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AIIB 가입으로 한국 국내에 쌓여있는 위안화를 인프라투자에 활용함으로써 국내 원-위안 직거래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뿐더러 글로벌 트랙레코드를 다각적으로 쌓을 수 있다. 동시에 한반도를 넘어 중국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물류, 경협의 ‘육로’의 길 확보가능하고 정부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구상과도 맞다. 한국이 금융에서의 국가적 브랜드를 만들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 준비측면에서, 중국주도의 AIIB이기에 북한의 회원가입이 가능할 수 있다. 통일에는 돈이 필요하다. 남북한문제 과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북한이 ADB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 2000년 8월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국제테러 지원국이라는 점을 들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북한이지만 ADB 최대 출자국인 미국과 일본의 입김으로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AIIB를 통한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은 AIIB에 가입하여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영역에서의 인프라개발 주도권을 확보하여 국제기구 명문으로 북한개발을 주도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비용절감과 기반마련이 가능하다.

 

한국 외교의 기대효과 

 

한국의 AIIB 가입여부는 ‘실리’와 신의(‘명분’)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베프가 되는데는 기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친구'에는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친구의 범위도 다양해질 수 있다. 베프는 꼭 1명이어야 된다, 2명이어야 된다라는 기준도 없다. 그러니 어떤 틀에 얽매여 베프를 맺는다는 생각보다는 진정한 친구를 찾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중국과 베프를 맺으면 미국과의 동맹우정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 같아서 정부당국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 스스로 친구관계를 어떻게 맺느냐를 생각해보고 원칙을 정한 이후 결론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셋이 함께 지낼 수 없을지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두 친구 모두 베프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은 통일을 위한 국익차원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AIIB뿐만 아니라 FTAAP(아태자유무역지대) 지지를 포함하여, 미국이 설정한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가입을 모두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AIIB 참여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국 외교의 독립성과 가치관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AIIB 가입 마지노선 원칙을 확실히 정하고, 이 원칙을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확실히 전달이 되어서, 앞으로 모든 국제문제에 있어서 냉전세계의 사고방식에 따라 한국이 의사결정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 우선 하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이 있고, ‘원칙’을 지키는 국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대표로 하는 동∙서방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의 범프 역할 포함) 있는 성숙되고 발전된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AIIB의 한국가입 문제에 있어서 미∙중은 제로섬관계가 아니라 WIN-WIN 관계로 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한국은 ‘집약적 발전’이라는 개발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는 현재 아시아 발전도상국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며, AIIB의 한국참여로 가장 확실하고 신속하게 실현가능함을 강조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 대한 설득논리를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 핵심은 새로 만들어지는 AIIB가 기존의 국제금융기관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도 아시아국가의 멤버 중 하나로서 당연히 아시아지역의 문제는 아시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를 보일 의무가 있고, 아시아지역에서의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조너선 D.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한•중 간 밀착을 우려한다는데, 그건 언론에서 하는 말이고, 그렇지 않다. 미국 정부는 한•중 간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 이건 한쪽이 흥하면 한쪽이 망하는 식의 제로섬(zero-sum) 상황이 아니다. 미국은 AIIB에 대해 자세히 분석도 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 있는 세계은행 등의 기관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듯하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AIIB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했다. AIIB 반대는 어리석은 일이다. 중국이 자신의 돈을 개발에 투자하는 게 낫나, 아니면 수십 기의 미사일에 쏟아 붓는 게 낫나. 기존에 있는 개발은행들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기관이 더해지는 거다. AIIB가 출범한다고 해서 미국의 힘이 줄어들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AIIB 가입 추진전략에 있어서 한국이 리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가 리더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중국에 대한 설득논리를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 AIIB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 ‘아시아인의 아시아기구’라는 이미지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이런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상징적으로 가장 좋은 국가가 한국임을 제안해야 한다. 아시아경제의 가장 취약점이 금융구조의 다양성 부족인데, 서방세계의 선진적 경험을 아시아에 접목시키는데 있어서 한국이 먼저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에 관련 인적자원이 풍부하여 한국이 가장 적격임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관철될 수 있도록 중국정부와 협의하여 조직구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위의 핵심사상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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