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의 미군 주둔요청, 미국의 동유럽 새판짜기의 신호탄?

폴란드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9/03/13

미국을 향한 폴란드 구애와 국제사적 배경


현지 시각으로 2019년 2월 1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근교 공군 기지에서 폴란드와 미국 간 긴밀한 전략적 군사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폴란드 정부는 4억 1,400만 달러(약 4,658억 원)를 들여 미국의 포격 로켓 시스템(HIMARS: High-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구입 서명식을 했다. 이로써 폴란드는 2018년 2월 구입한 루마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HIMARS를 구입한 국가가 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Michael Richard Pence, 1959- , 재임 2017.1- ) 미국 부통령은 “(현재) 미국은 폴란드와 함께하고 있고, (미래에도) 항상 폴란드와 함께 할 것”이라며 폴란드 우방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이에 대해 안제이 두다(Andrzej Sebastian Duda, 1972- , 재임 2015- )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를 겨냥해 “폴란드와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우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러시아의 동유럽 서진에 대한 폴란드의 경계심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을 향한 폴란드의 구애는 단순히 미국산 무기 구입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요청을 받아 국가GDP 2% 이상을 국방비에 쓰는 폴란드는 2009년 러시아의 반발로 오바마 행정부 때 철회된 유럽요격기지(ELS: European Interceptor Site)를 대체할 동유럽 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Missile System)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2016년 5월 SM-3 요격미사일과 MK-41 발사대, 이지스(Aegis) 레이더 시스템 등을 갖춘 첫 번째 MD 기지(2013년 10월 착공. 미국이 약 8억 달러(약 9,320억 원)투입, 2015년 12월 완공)를 루마니아 데베셀루(Deveselu) 공군 기지에서 본격 가동했다. 이와 함께 폴란드의 레드지코보(Redzikowo) 공군 기지(발트해 인근)에 착공(2016년 5월)된 미국의 MD 기지 건설 또한 마무리 된 상황이다.


폴란드는 미국산 무기 구입과 MD 시스템 구축으로도 안심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폴란드 두다 대통령은 2018년 9월 18일 백악관 방문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이 자국에 영구 주둔 할 경우 20억 달러(약 2조 2,500억 원) 부담을 약속했고, 폴란드 국방부 또한 미군기지, 교통, 통신 인프라 및 편의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39쪽짜리 문서를 공개, 기지 명칭을 ‘트럼프 요새(Fort Trump)’로 제안하였다. 현재 폴란드엔 약 4,000명의 미군이 임시 주둔 중이며, 미국은 이를 증강할 계획이다. 영구적 미군 주둔을 향한 폴란드의 강력한 의지 표명은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확립과 안전 그리고 평화를 담보 받겠다는 역사적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폴란드는 발틱 3국과 더불어 러시아의 동유럽 서진 전략에 있어 가장 우선되는 ‘전략적 이해 지역(Strategic Interest Sphere)’이자 ‘교두보(Bridgehead)’이다. 대서양 너머 미국을 향한 폴란드의 구애는 자신들의 역사 경험과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국력 약화 속에 폴란드는 서쪽의 프로이센(독일), 남쪽의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 제국, 동쪽의 러시아로부터 잦은 침략과 고통을 당해 왔다. 폴란드는 1795년부터 약 123년간 이들 주변 3국에 의한 세 차례 분할로 나라가 소멸되었던 아픔을 잘 기억하고 있다. 폴란드 민족은 제 1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비로소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독립 국가를 재건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39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 협정에 따라 다시 동, 서로 나뉘어 분할 통치되어야 했고,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 영향력에 강제 편입되면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1989년 사회주의로부터 다시 폴란드를 구해 준 것 또한 미국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1911-2004, 재임 1981-1989) 대통령의 국가 파워(Power)에 기초한 ‘현실주의적 전략’ 접근 성공과 그 결과이다. 국제사적으로 폴란드에게 있어 미국은 독립 국가를 이루고 유지시켜 줄 유일한 강대국이란 인식이 강하다.


NATO와 러시아 간 신(新)냉전 무대, 동유럽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르라도르(이후 암로,AMLO) 멕시코 대통령이 2018년 12월 2일 취임식에서 “석유 절도단이 국가 경제를 좀 먹고 있다”며 전쟁을 선포한 이후 송유관 가동을 2000년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러시아는 경제적으론 에너지 무기화, 군사적으론 전략 핵미사일 구축을 통해 동유럽 영향력 확대를 계속 모색해 왔다. 이것은 1990년대 이후 이 지역에 이해 영역(Interest Sphere) 확보를 추진해왔던 미국과 NATO, EU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세계 경제 위기로 미국과 EU가 어려움에 처하자, 러시아는 2010년 이후 새로운 전략 접근을 모색하여 과거 EU 편입 및 NATO 협력 강화를 통한 ‘단순 지역 강국’ 역할론에서 중국 연대에 기초한‘세계 역할 국가’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NATO는 2010년 리스본 정상회담에서 NATO의 동유럽 계속 확장을 의미하는‘신전략개념’을 수립하였다. 2010년 이후 신규 가입국인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2017년 6월 가입) 은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무엇보다도 EU와 NATO 동진을 더 이상 허락 않겠다는 러시아의 의지 표명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2014년 크림반도 장악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동유럽 서진 전략의 시발인 크림반도 장악 그리고 미국의 동유럽 MD 시스템 구축이 상호 충돌하면서 오늘날 동유럽은 ‘신(新) 냉전 무대’로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설치한 미국의 MD 기지 구축이 이지스 함의 미사일 요격 체계를 지상화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또한 러시아는 기지에 배치한 지상 배치형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미사일이 과거 1987년 12월 8일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v, 1931- , 서기장 1985-1991, 대통령 1990-1991)와 레이건 간 맺은 ‘중거리핵전력협정(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어긴 것으로 양측 간 미사일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하였다. 실제, INF는 미국과 러시아 간 기념비적 군축협정으로 인정되어 왔으며, 양국 간 전략적 안정성 유지와 함께 유럽안보 핵심으로 자리해 왔다. 미국은 MD 기지가 순수 방어용으로 협정 위반이 아님을 주장하며 오히려 2016년 개발한 러시아 신형 순항 미사일인 ‘노바토르(Novator) 9M729’가 INF를 위반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2일 INF 협정 이행 일시 중단(suspension)과 함께 향후 진전이 없을 경우 협정에 따라 6개월 후 탈퇴한다는 선언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3월 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또한 INF 협정 이행 일시 중단에 서명함으로써 이제 동유럽은 물론 유럽 전체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졌다. 이번 미국과 러시아의 INF 협정 이행 중단 선언과 함께, 2015년 이후 동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진행 중인 양측 간 대규모 군사 훈련들은 이 지역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이는 중이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발틱 3국을 중심으로 동유럽 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로부터 자국 영토의 방어를 보다 확실히 담보해줄 것을 NATO에 요구해 왔다. 이에 NATO는 2016년 6월 국방장관 회의에서 (동유럽) 회원국 방어를 위한 신속 대응 군 규모를 대폭 늘리고 위기 발생 시 즉각 병력 동원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비(非)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참여 속에 2016년 7월 NATO 정상 회담에서 이를 전격 결의하게 된다. 내용에 따르자면 NATO는 유사시 동유럽으로 파견할 신속 대응 군 규모를 현재 1만 3천 명에서 4만 명으로 늘리고, 군사 위협 발생시 48시간 내 투입가능 한 5천명 규모의 초 신속 합동 군 창설이 계획된다. 당시 미국은 NATO 집단 안보를 규정한 5조 조약을 내세우며 동맹국인 동유럽 우방들이 러시아 군사 위협에 놓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였다. 즉 이것은 미국이 동유럽을 두고 펼쳐지는 러시아와의 ‘신 냉전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결정이 베를린 장벽 이후 두 번째 장벽을 세우는 것, 즉 새로운 냉전을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하면서, 무엇보다도 동유럽을 두고 한 양측 간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 그 배경은 러시아와 NATO간 맺은 1997년 5월 파리에서의 ‘NATO-러시아 기본법(Act on Mutual Relations, Cooperation and Security between NATO and the Russian Federation)’ 조약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NATO는 새 회원국(동유럽)으로 편입될 영토에 상주 병력과 핵무기 배치, 항구 기지를 두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하였고, 이를 근거로 러시아는 동유럽으로의 NATO 동진을 어느 정도 묵인해 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이러한 양측 간 합의는 그 동안 폴란드와 발틱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이 미군의 영구 주둔과 NATO 군사 기지 설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NATO가 이를 주저하는 배경이 되어 왔다.


미국의 동유럽 새판 짜기? 폴란드 역할과 전망


미국은 폴란드 등을 활용해 동유럽에서의 정치, 경제와 외교 상 국익을 얻고자 노력 중이다. 21세기 미국의 동유럽 새판 짜기이다. 미국의 의도는 지난 2월 25일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Donald Cook)’이 우크라이나 해군과 정기 연합 훈련을 위해 오데사(Odessa) 항에 입항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6발로 무장한 ‘도널드 쿡’함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함께 스페인에 정박 중인 ‘카니’, ‘로스’, ‘포터’ 구축함 등과 함께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이후 러시아의 동유럽 진출 억제 전략에 따라 조지아 등 흑해 연안 국가들과 함께 정기 훈련을 시행해 왔다.


흑해 지역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이해 영역지역이다. 그리고 이미 완공된 ‘블루 스트림(Blue Stream)’외에도 러시아가 공들이고 있는 새로운 가스 망인 ‘투르크 스트림(Truk Stream)’건설을 위한 경제적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미국은 러시아에서 발틱 해를 따라 독일로 바로 이어지는 ‘노르드 스트림 2(Nord Strem II)’와 ‘투르크 스트림’ 개발이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 망을 분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유럽 안보를 위협한다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가스관 건설 참여 기업 제재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재 이들 사업엔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기업들이 참여 중이며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강경 입장이다. 이것은 미국이 유럽 에너지 안보 위기를 내세워 미국산 세일 가스 수출 망 확보와 함께 무엇보다도 미국이 동유럽 새판 짜기에 돌입했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폴란드 등 동유럽 상당 국가들은 미국을 향해 자국 안보를 지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 국가들이 NATO와의 연합 훈련들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2017년 2월 훈련을 위해 미군 탱크와 장갑차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n) 입성 당시 보인 수많은 군중 환영은 미국의 새판 짜기의 성공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특히 폴란드는 여러 방면에서 미국의 새판 짜기에 가장 적극적이다. 우선 ‘정치적’으로 볼 때 2011년 이후 레이건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동유럽 각 국에서 약 10여개가 넘는 동상이 세워졌는데 당시 바르샤바에 동상을 세우던 날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기념사는 여러 의미를 안겨준다 할 것이다. 그는 “과거 동유럽 전체에 핵무기와 함께 100만 명 넘는 소련군이 진주해 있었고, 이 중 20만 명이 폴란드에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레이건의 도움으로 폴란드는 축복을 받았다”며 미국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둘째, 폴란드는 ‘경제적’면에서도 미국에 적극적 지원 입장인데, 그 대표 사례가 바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 수입이다. 폴란드는 2017년 6월 초부터 미국산 가스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 수출을 통해 과거 미국이 동유럽 국가들의 ‘군사 안보 우산’과 ‘경제 발전의 기초’를 제공했다면, 이젠 ‘에너지 안보 방패’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셋째, ‘외교적’으로도 폴란드는 미국에 적극 지지를 표명 중인데, 이번 2월 14일 세계 60여 개국이 참석하는 이란 제재 관련 중동 문제 국제 컨퍼런스에 장소를 제공한 폴란드는 미국과 공동 주최국으로 나서며 유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양국의 적극성과 달리 러시아와 중국은 이 회의에 외교관을 파견하지 않았고,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또한 미국의 독자적 중동 정책 고수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장관급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폴란드의 선택이 맞을 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지난 2월 한국과 미국 정부는 1조 389억 원 방위 분담금 합의안에 서명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와 폴란드 간 국가GDP(세계 12위/ 22위)가 약 3배 가까이 차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영구적 미군 주둔 비용으로 20억 달러(약 2조 2,500억 원)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은 폴란드의 절실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 힘겨루기 속에 동유럽은 21세기 신 냉전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불안해하는 동유럽을 이용해 과거 러시아와의 합의와 기본법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판을 짜고 싶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파격적인 제안 속에 폴란드의 미군 주둔 요청이 동유럽 영향력을 완전 장악하려는 미국의 동유럽 새판 짜기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러시아와의 관계와 국제 역학 구도 안정성을 고려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모두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