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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터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고찰

튀르키예 Meltem Ince Yenilmez Yasa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19/08/14

터키의 3월 31일 지방선거와 6월 23일 재선거 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유권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는 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여당인 정의개발당(Justice and Development Party, 이하 AKP)이 핵심 도시인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시장직을 상실한 반면, 야당인 공화인민당(Republican People’s Party, 이하 CHP)이 두 도시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터키 인구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두 도시는 약 16년 동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의 소속당이자 보수 이슬람주의를 지향하는 AKP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1994년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해 '터키 정계의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스탄불은 지난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장에 당선된 이후 25년 간 여당이 집권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패배는 에르도안 정부에게 매우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최근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등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이스탄불과 앙카라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에 온갖 미디어를 활용해 유세와 캠페인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3월 지방선거와 6월 재선거 결과
이번 지방선거는 전체 등록유권자 5,700만 명 가운데 85%가 투표에 참여했다. 앙카라에서는 야당인 CHP 소속 후보인 만수르 야바스(Mansur Yavas)가 51%의 득표율로 47%를 기록한 여당인 AKP의 메흐메트 외즈하세키(Mehmet Ozhaseki)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이스탄불에서는 CHP 소속 후보인 에크렘 이마모을루(Ekrem Imamoglu)가 총 4,15만 9,650표로 48.8%, AKP의 비날리 이을드름(Binali Yildirim)이 총 4,13만 1,761표로 48.5%를 기록했다. 선거위원회는 당초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0.5%포인트 미만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밝혔으나 80여개의 투표함 개표 결과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재검표 이후 두 후보자의 득표율 격차는 0.25% 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투표 후 2주 동안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이마모을루 후보가 4월 17일 시장직에 올랐다.  터키 3대 도시인 이즈미르의 시장직도 CHP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3월 선거 결과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은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으며, 결국 대통령 측은 재선거를 요구했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이마모을루의 당선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결정했다. 이후 6월 23일 치러진 재선거 결과, 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54%를 득표해 AKP의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45.4%)를 제치고 다시 승리했다. 특히,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3월 선거의 0.2%포인트 보다 훨씬 더 큰 9%포인트, 즉 80여만 표 차이가 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3월 선거에서는 이을드름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던 이스탄불 내 11개 지역이 6월 재선거에서는 이마모을루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러한 득표 수 증가는 3월 선거에 참여했던 일부 야당 후보들이 사퇴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번 패배가 더 뼈아픈 이유는 4조 6,000억 원이 넘는 이스탄불 시정 예산을 야당에 내주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AKP가 수년간 예산을 독점하며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25년 만에 야당이 이스탄불 시장 자리를 가져가면서 AKP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이스탄불 예산을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터키 정치의 새로운 시작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뤼젠 차크르(Rusen Çakır)는 터키 정치사에 있어 1994년 에르도안의 정계 데뷔와 같은 커다란 변화가 또다시 임박했다며, “터키 정계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the page that was opened in Turkey’s politics is being turned).”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경제이다. 2018년 대통령 선거 이후 터키 경제에 대한 우려는 늘 존재해왔다. 통화가치 절하로 인해 기업들은 큰 압박을 받았으며, 국가의 구매력은 하락하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상승했다. 결국 터키는 2018년 4분기에 침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종료 이후, 2023년 총선까지 남은 4년 반 동안 다시 경제에 주력할 것을 약속하며 앞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 경제개혁이 시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강조하며, 서방 국가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
터키 정치를 살펴보면, 국내 경제 상황과 정치적 분위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권자와 투표결과는 더욱 그렇다. 2002년 총선에서 AKP이 43% 득표율을 기록하며 에르도안이 집권을 시작했을 당시, 에르도안이 경제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AKP는 집권 이후 이어진 모든 지방선거, 의회선거 및 총선거에서 40% 이상 50% 미만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AKP의 득표율은 타격을 입었다. 2009년 터키의 국내총생산은 7,643억 3,600만 달러에서 6,446억 4,000만 달러로 감소했으며, 같은 해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 AKP가 기록한 득표율은 38%에 그쳤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터키의 경제 문제는 지난 3월 31일에 종료된 지방선거에 다시 한 번 유의미한 변수로 등장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리라의 가치 절하라는 현실은 선거 캠페인 및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선거에서 여권연대를 구성한 민족주의운동당(Nationalist Movement Party, 이하 MHP)과 AKP는 선거 캠페인의 기치를 소위 ‘생존을 위한 분투(struggle for survival)’로 내걸었다. 시민들의 관심을 경제에서 다른 이슈로 돌리기 위해 AKP⸱MHP 여권연대는 국내외 테러와의 전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터키의 경제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했는지, 이러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터키 국민들은 경제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반면, AKP에 맞선 CHP와 IYI(좋은당) 선거연대는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해 현 정부를 비판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터키 현 정부는 2002년 집권 이후 터키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 정부는 미국을 위시로 한 서방 국가가 터키와의 대척점에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 정부의 성공적 경제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8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인 목사 억류 문제를 두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격렬히 대립하다가 보복관세 등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폭등했으며 결국 이는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AKP가 2018년의 42%에서 상승한 44%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AKP의 핵심 지지층인 서민층이 경기 악화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AKP의 득표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지지자들이 현 대통령 및 정권에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 정권이 작금의 경제적 난관을 헤쳐 나가리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
이번 선거에서는 다양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터키의 81개 주(province)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30개 주의 최상위 행정구역을 대표하는 대도시권의 투표 결과가 시사하는 것이 많다.  과거 48개 주에서 승리했던 AKP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9개 주를 내어주며 총 39개 주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야당인 CHP이 승리한 주는 14개에서 21개로 늘어났다. 30개 대도시권 중 경합이 있었던 11개 지역에서 득표율 1위와 2위를 가른 것은 10% 미만의 아슬아슬한 차이였다. 이들 가운데 5개 지역에서 CHP가 현 여당을 상대로 승리했다.

 

AKP가 일부 지역에서 CHP에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반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부 지역에서 AKP가 기록한 득표율이 2014년 선거 때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AKP는 코니아(Konya), 트라브존(Trabzon), 말라티아(Malatya), 에르주룸(Erzurum) 등의 도시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특히 코니아에서 증가한 득표 수가 전체 투표 수의 6% 가량을 차지한다. 상기 언급한 도시에서 득표 수가 증가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MHP는 AKP와의 합의에 따라 이들 도시권에 후보를 세우지 않았다. 이에 따라 MHP의 지지자가 AKP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변이 없을 경우 터키의 다음 선거는 2023년에 시행될 것이다. 다음 선거까지 긴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2023년의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미루어 볼 때 CHP와 IYI의 연대가 2023년 선거에서 AKP를 이길 정도로 큰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물론 AKP와 MHP의 연대 또한 2023년까지 유지된다면 선거에서 충분히 그 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가 경제적 상황 타개를 위해 강경책을 실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AKP와 MHP 사이의 관계 및 터키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터키 경제부는 중앙은행의 보유고를 사용하여 국가 인플레이션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시행에는 한계가 있고, 인플레이션 부담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경우, AKP의 핵심 지지층인 서민층이 AKP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가 다음 선거에서는 약화될 수 있다.

 

AKP가 일부 대도시권에서 패배함에 따라, 이제 야당은 터키 GDP의 약 65%를 차지하는 도시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야당은 AKP 주도의 지방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보여준 것 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지방 선거는 오랜 기간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가 여전히 국내 경제 및 정치적 동향의 영향을 받는다는 보여주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라면 당연한 모습이다. 따라서, 이번 터키 지방선거 결과는 터키의 정치 역학과 더불어 터키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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