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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과 헝가리 관계: 과거, 현재, 미래

헝가리 이무성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9/10/01

한국과 헝가리 관계의 태동
2019년은 한국과 헝가리 간의 외교 관계가 수립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북방 외교의 일환으로 구 공산권 국가들과 국교 정상화가 활발히 추진되던 시기에 헝가리는 동유럽 국가 중 우리와 가장 먼저 정식외교 관계를 맺었다.1)

 

한국과 헝가리의 관계는 구 공산권의 몰락과 함께 본격화 되었지만, 그 원류는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관계는 1890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 해군 군의관이었던 가슈파르(Ferene Gáspár)가 당시 조선과 우호통상항해 조약을 체결을 위해 조선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후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헝가리도 공산국으로 변모하면서 양자 간의 관계는 거의 단절되었다. 사실 냉전이라는 동서간의 대결 구도 속에 한국과 헝가리와의 공식적인 관계 설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88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고, 그 대회를 계기로 양자 간 관계가 회복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그 결과 양자 간의 회담이 개최되었고, 그리고 그 후 상주대표부 설치도 합의되었다. 특히 공산권의 몰락이란 정치사적 변천 속에, 1989년 드디어 우리는 헝가리와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는 북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던 노태우 대통령의 의지와 개혁을 추구하고자 했던 당시 헝가리의 총리 그로스 까로이(Grósz Károly)의 의중이 부합했기 때문이다. 당시  까로이  총리는 집권하면서 헝가리의 경제 개혁 및 개방뿐만 아니라, 대외관계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자 노력하였다. 이는 당시 우리의 대외 정책 목적과 부합할 뿐만 아니라, 향후 양자 관계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데 중요한 전기로 작동하였다. 냉전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 한 양자 간의 관계는 정치,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에 걸쳐 전방위로 목도되었다.

 

정치적 관계
한국은 헝가리의 민주화, 시장 경제의 조속한 정착 그리고 법치에 근거한 인권 존중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하는 것을 기본 정책 방향으로 삼아왔다. 물론 헝가리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 이후로는 이런 보편적 가치나 규범이 회원국 자격을 얻는데 있어 전제 조건으로 작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유럽연합 회원국이 된 이후에도 이런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편 헝가리의 대한반도 정책은 여러 가지 특질을 보이고 있다.2) 첫째, 헝가리는 중동구권 국가 중 가장 현실주의적인 형태의 대한반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헝가리는 중동구권 국가 중 최초로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북방정책의 시초가 된 국가이다. 또한 한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동유럽의 신우방국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헝가리 정부는 2012년 4월 및 12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2013년 2월 13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시에도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등 우리의 입장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천명해왔다. 또한,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 사회의 질서를 공동으로 재정하자는 측면에서 우리 정부와 그 뜻을 같이 하였다.3) 이런 맥락에서, 헝가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UN등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곤 했다.

 

경제적 관계
한국과 헝가리의 양자 관계는 경제적 교류에 집중하여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국 간의 외교 관계 수립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양자 관계가 정상화되는데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도 바로 긴밀하게 형성된 경제 관계 때문이다.4)  이런 배경 속에, 양자 간의 경제 교류는 무역과 투자분야에 집중되어 발생하였다.

 

물론 한국과 헝가리의 최초 경제 관계는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1979년부터 간접교역이 이루어져 왔으며, 직접 교역은 1985년 한일합섬이 성사시킨 바 있다. 양국의 교역량은 1988년에 이미 1,800만 달러에 달하였다. 이처럼 경제 교류가 증대하면서, 정치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더우 커졌고, 그 결과 양국 간의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데 있어 더욱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5)

 

이렇게 시작 된 양국 간의 경제 관계는 급속히 발전하여 2018년 통계에 따르면, 6) 양국 교역액은 약 27억 달러이고, 이중 수출액은 20억 달러에 다다르며, 수입액도 7억 달러에 다다랐다. 이로서 현재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 3대 수출시장으로 등극하였다. 헝가리에 대한 투자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누계 기준한국기업의 헝가리에 투자는 약 7.1억 달러에 다다른다. 투자분야로는 전기전자자동차부품과 같은 제조업 분야와 그 외 건설, 도소매업 등도 주요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9019년 3월 기준, 헝가리 진출 한국기업 수는 139개이며, 고용인원은 9,162명에 다다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7)

 

특히 헝가리 국립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상반기에 총 3억 510만 유로를 헝가리에  투자함으로 해외 투자 1위국을 차지할 정도로 헝가리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대 헝가리 투자액을 크게 늘리는데 있어 원동력은 물론 한국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등은 각각 세 차례 제조시설 증액투자를 단행하였다. 또한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시설 건축을 위한 신규 투자를 감행했으며, 롯데 그룹도 첨단 복합소재, 한온시스템즈 등에도 과감한 투자를 했다. 8)

 

물론 경제적 관계가 급격히 성장했음에도, 양자 간의 경제 관계가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부품 소싱으로 헝가리 와의 교역에서 매년 높은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최근 협력기업의 헝가리 투자 진출, 글로벌 소싱 체계 개편으로 무역수지가 감소세에  들어 선 것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9) 또한 헝가리의 투자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투자 환경도 나빠졌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 정부의 잦은 세제 개편으로 인해 헝가리 투자는 여전히 불안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헝가리와의 밀접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기대되는 장점은 여전히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하다. 헝가리는 여전히 유럽연합의 단일 시장과 동유럽, 발칸 국가 간의 길목에 위치한 국가로서 지리적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비세그라드 국가(중앙유럽에 위치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4개국의 지역 협력체) 간의 긴밀한 경제 협력 등을 고려해 볼 때, 헝가리 시장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헝가리와의 경제 관계의 전망은 앞으로도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적 관계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의 역사는 상당히 깊다. 우리의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유학으로부터 양국 간의 문화적 관계는 거슬러 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헝가리가 공산화 된 이후 양자 간의 문화 교류는 거의 단절되었다. 1989년 수교 이후 양자 간의 문화 교류의 숨통이 서서히 트기 시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 관계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한 계기는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2008년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헝가리의 국영 MTV에서 방영되면서, 헝가리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 드라마는 헝가리에 급속도록 전파되었다. 한류 드라마로 시작된 헝가리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양국 간 문화 교류를 공식화하는데 일조하였다. 그 일례가 바로 한국문화원이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개원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문화원이 헝가리 내 한국 문화 전파의 중심지로의 역할을 시작하였다. 10)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은 곧 한국을 알고자 하는 욕망으로 승화되었다. 그 한 예가 바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열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헝가리 내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증가하였고, 헝가리 최고 명문 대학인 ELTE에서 2008년 한국학과가 개설되었다. 이후 이런 추세는 한국어 수학을 넘어 한국을 주제로 한 경제 발전에 대한 사회과학적 탐구로도 확장되었다. 대표적인 일례가 바로 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 대학이 개설한 한국 경제 관련 강좌이다.

 

한국에 대한 헝가리의 관심이 냉전 종식 이후에 증폭되었지만, 헝가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예전부터 존재하였다. 본격적인 문화 교류가 시작 된 것은 1988년 헝가리가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88 올림픽이 개최되기 이전부터 한국외국어 대학이 헝가리학과를 국내 최초로 설립하면서, 헝가리 언어, 문화 및 사회에 대한 소개와 그에 걸맞은 본격적인 학술 활동을 가능케 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하였다.

 

지난 30년간 제한되었지만, 그러나 동시에 점진적인 한국인의 헝가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들어 한국인들에게 헝가리는 가고 싶은 여행지 2위로 선정될 만큼 발전되었다. 그 결과 한국인의 헝가리 방문객은 매년 20%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11) 이런 활발한 인적, 물적 문화 교류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국 간에 직항선 하나도 개통되지 않는 점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나아가며
지금까지 한국과 헝가리의 관계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게 발전하였다. 향후에도 헝가리와 한국 간의 관계는 현재의 속도와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양자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점을 보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헝가리와의 양자 관계를 한반도 전체의 맥락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헝가리의 중요성을 동유럽에 있어 우리의 또 다른 시장으로만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구 공산권 국가로서의 경험에 천착하여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끄는데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둘째, 헝가리를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만 보기 보다는 비세그라드란 하나의 지역 협력체의 중심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비록 최근까지 한국과 비세그라드 그룹 간의 협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젠 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 등에 참여하면서 중유럽과의 총체적인 교류가 확장 일로에 들어서 있다. 이젠 새로운 지역주의를 추구하는 핵심 멤버로서의 헝가리를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의 주요 회원국로서의 헝가리를 대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사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새롭게 재편 될 유럽연합은 기존의 장애를 넘어 보다 진전된 통합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유럽의 통합에 있어 헝가리의 위상 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각주
1) 김지영, 유호열 (2018) “한국과 헝가리의 외교관계 수립과 북한의 반응: 평양주재 헝가리 대사관의 비밀외교문서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Journal of North Korea Studies, vol. 4, no. 1. pp. 142-143.
2) 외교부 (2019) 헝가리 개황, p. 80.
3)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47846&cid=48535&categoryId=48590
4) 김보국 (2015) ‘헝가리의 체제전환시기까지 한국과 헝가리의 교류에 관한 연구: 한국과 헝가리의 외교문서를 중심으로 한국-북한-헝가리의 관계 고찰’, 동유럽발칸연구, 제 39권 2호, p. 176.
5)Chira, Susan (1988, Sep., 14). “South Korea Woos Communists; Move to Full Ties With Hungary”. The New York Times.
6)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815689&cid=43934&categoryId=43935
7)외교부 (2019) op. cit., pp. 86-87.
8) Ibid., p. 88.
9) 코트라 (2019) 2019 국별 진출전략: 헝가리, KOTRA 자료 19-014, p. 24.
10) Park Soo Young (2015) “Cultural Exchange and Cooperation between Korean and Hungary”, East European & Balkan Studies, vol. 39, no. 3.
11) 외교부 (2019), op. cit., pp. 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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