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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C-CEEC(16+1)’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 성과 분석과 EU의 시각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9/10/01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의 성과와 그 평가
현지 시각으로 2019년 4월 11일~13일 크로아티아(Croatia/ Hrvatska) 아드리아(Adria) 해안에 자리한 세계적 관광 도시인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제8차 ‘C-CEEC(China-Central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16+1)’ 정상회담(2019. 04. 11~12)이 열렸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 확대 속에 치러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행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에서 드러난 성과와 그 의미는 양자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중국 입장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는 첫째, ‘C-CEEC’ 등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협력기구의 서유럽으로 외연 확장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에 옵저버로 참석한 그리스는 회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0년 정상 회담부터 ‘C-CEEC’ 본격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 결과 향후 ‘C-CEEC’는 기존의 ‘16+1’에서 ‘17+1’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그동안 ‘C-CEEC’를 교두보로 ‘일대일로 구상(OBOR: One Belt One Road/ BRI: Belt and Road Initiative/ 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구축하려 했던 중국의 외교적 성과를 의미한다.

 

둘째, 리커창(李克强/ Li Keqiang, 1955- , 재임 2013- ) 총리 발언에서도 확인되듯 중국은 이번 회담을 기초로 ‘C-CEEC’ 회원국 확대를 통한 ‘일대일로 구상’ 완성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C-CEEC’ 설립 이래 이루어져 왔던 중국과 16개 중동부유럽 간 무역액이 약 21% 이상 증대되는 등 상호 이익과 여러 성과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그 어느 회담 때보다도 더 강력하게 중동부유럽 국가들이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해 주길 요청하였다. 실제 그는 이번 회담에서 이루어진 그리스의 2020년 ‘C-CEEC’ 정상 회담 참여를 반기며1), 중국이 중동부유럽 국가들과 개방과 포용, 호혜 상생의 원칙에 따라 ‘C-CEEC’를 ‘일대일로 구상’ 연결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구축하길 희망한다는 점을 밝혔다. 동시에 이러한 연결이 중국 및 중동부유럽 간 상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피력하였다.
 
16개 중동부유럽 국가의 측면에서 볼 때도 이번 정상 회담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첫째, 그 동안 중국 주도로 이끌어지던 ‘C-CEEC’내 상호 평등이 보다 강화되고, 중국 수출 시장 중심의 경제무역 패턴 또한 회원국 간 호혜 원칙에 따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중국이 EU와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EU의 규칙 준수를 철저히 지켜나갈 것을 밝혔다는 점이다. 실제, 이러한 중국의 공개적 약속 천명은 ‘C-CEEC’ 정상 회담 직전인 4월 9일 11시간에 걸친 중국-EU 간 회담 결과 나온 공동 성명서 내용과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2)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EU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보다 독자적인 행보를 걸을 것을 촉구하였지만, 마음이 급한 중국을 향해 EU 그리고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일대일 회담을 통해 자국 기업들을 보다 동등하게 대우하고 공평한 기업 환경을 제공하는 등 소위 양자간 ‘평평한 운동장(Level playing field)’을 약속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다자무역 수호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면서, 중국 또한 중동부유럽 국가와 같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서로의 권익을 보호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둘째,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에서 서부 발칸(Western Balkan)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됨으로써 서부 발칸 국가들의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은 ‘C-CEEC’을 통해 중부유럽의 V4 국가들(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과 발틱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대해선 주로 통상과 수출 상품, FDI에 주력하는 데 반해, 아직 EU 비(非)회원국이 다수인 서부 발칸 국가들에 대해선 이 지역의 다소 낙후되고 부족한 인프라 사업 참여를 통해 EU의 까다로운 건설 규칙들을 벗어나 자국의 입지를 확장해가는 ‘쌍방향(Two 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 EU에 가입하지 않은 서부 발칸 국가들의 경우 EU 내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 건설과 적극적인 투자 진출이 다른 중부유럽과 비교해 미미한 편이다. 중부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생산 공장과 그 기반이 부족한 서부 발칸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 개발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규모 FDI를 통한 자본 투자 그리고 이를 활용한 산업 생산 기지 구축 및 경제 분야 발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대일로 구상’의 실현 무대로서의 크로아티아
‘C-CEEC’를 매개체로 ‘일대일로 구상’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이번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과 연계해 시행된 크로아티아 아드리아(Adria)해의 ‘펠레샤쯔(Pelješac) 다리’ 건설 사업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다리 건설은 크로아티아 내륙에서 세계적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까지 더 쉽게 가기 위해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와 폘레샤쯔 반도를 이어 말리 스톤(Mali Ston) 만으로 빠져나가는 약 2.5km 길이, 55m의 케이블 교량 공사이다. 2018년 7월 착공된 이 공사는 2021년 무렵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매개체이자 국영 공사인 ‘중국 도로 및 교량 공사(CRBC: China Road and Bridge Corporation)’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게 있어 이번 ‘펠례샤쯔 다리’ 공사 수주는 단순히 과거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 등 서부 발칸지역에서 수주했던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의 연속성이라는 의미 외에 또 다른 큰 의미가 자리한다. 실제 이번 공사는 EU 회원국 크로아티아에 대한 중국의 첫 번째 인프라 건설 수주이자, EU 기금 프로젝트에 중국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대형 사업이다. 즉, 중국의 EU를 향한 ‘일대일로 구상’의 본격적인 출발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실제, 2018년 4월 23일 중국의 CRBC와 ‘크로아티아 고속도로공사(Croatian Roads/ Hrvatske Ceste)’간 폘레샤쯔 다리 건설 계약이 성사되자 EU와 국제 사회는 중국의 이 사업 수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과거 크로아티아 정부는 2007년부터 ‘펠레샤쯔 다리’ 건축을 계획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Eurozone) 위기 그리고 보스니아와의 외교분쟁으로 실행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2017년 초 다리 건설의 85%에 해당하는 EU 기금(3억 5,700만 유로, 4억 1,300만 달러) 투자가 확정된 후 크로아티아 정부는 그해 9월 다리 건설 최종 입찰을 시행할 수 있었다. 당시 오스트리아가 2,622억 쿠나(Kuna), 이탈리아-터키는 2,551억 쿠나를 제시했던데 반해, 중국은 기존 제시된 42개월이 아닌 36개월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입찰 최저가인 2,080억 쿠나를 제시함으로써 최종 낙찰될 수 있었다.3)

 

국가의 전체 GDP중 약 20%가 관광 사업에 집중된 크로아티아에게 있어 펠레샤쯔 다리 건설은 관광객 및 물류의 국경이동으로 발생하는 비용 해소와 함께 쉥겐 협약국 진입을 통한 관광 산업 활성화를 바라는 크로아티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폘레샤쯔 다리가 건설되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EU 비(非)회원국인 보스니아 국경을 거치지 않고 크로아티아 본토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바로 갈 수 있게 됨으로써 쉥겐 협약 가입에 보다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게 된다. 더불어 크로아티아는 이를 통해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의 고향이 자리한 ‘코르출라(Korčula)’ 섬 등 펠레샤쯔 반도 주변의 관광 자원들이 새롭게 조명되길 기대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 가속화, EU의 시각과 우려
‘C-CEEC’를 매개체로 유럽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확대해 가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공세에 대해 EU는 그 가속화가 불러올 문제들에 대해 수 차례 우려를 표방해 왔다. 이번 크로아티아의 펠레샤쯔 다리 건설 수주가 중국 기업으로 최종 결정된 직후 EU 집행위는 값싼 중국 노동자 유입에 따른 EU내 노동질서 저해, 공격적 저가 수주에 따른 유럽 내 인프라 프로젝트 시장 교란 등을 걱정한다는 서신을 크로아티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독일은 ‘펠레샤쯔 다리’ 건설 기공식 직전인 4월 18일, 베이징에 자리한 EU 28개국 대사들을 불러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무역 자유화를 원칙으로 하는 EU 의제에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국가로부터 산업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에 보다 유리하게 힘의 균형이 기울어짐으로써 유럽 내 기업들이 차별과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이 주도한 이 성명에는 베오그라드-부다페스트 고속철도화 사업 구상에 참여 중인 헝가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27개국 대사들이 서명하였다.

  

중국은 이번 2019년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이 EU 기금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전 세계에 선전하고 있다. 동시에 크로아티아 등 다른 서부 발칸 국가들과의 추가적인 인프라 협력을 논의하고 EU내 다양한 인프라 시장진출을 희망한다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EU 회원국인 크로아티아에서 중국 기업이 인프라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 EU로부터 중국 기업의 전문성이 인정받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건설 수준이 EU 기준 및 규칙에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자 향후 중국의 EU 인프라 시장진출 확대의 시발점이라 평가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한동안 중국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EU 내부의 경계심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중국과의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펠레샤쯔 다리 건설 참여와 2019년 ‘C-CEEC’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 개최를 통해 중국과의 협력 확대에 보다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실제, 크로아티아 정부는 키타로비치(Kolinda Grabar-Kitarović, 1968, 재임 2015. 02- ) 대통령이 이번 정상 회담에서 밝혔듯 중국 기업의 투자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크로아티아의 발전 전략과 ‘일대일로 구상’ 협력이 ‘C-CEEC’로 확대되어 보다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번 펠레샤쯔 다리 건설을 시작으로 자그레브-리예카(Rijeka) 간 철도건설, 자다르(Zadar)와 리예카 항만 현대화 사업 그리고 풀라(Pula)에 자리한 울야닉(Uljanik) 조선소 중국 인수 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로아티아를 향한 중국의 투자가 논의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중 간 무역 전쟁 본격화 이후 중국은 ‘C-CEEC’ 활성화를 통한 유럽 시장진출 등 새로운 경제 활로를 모색 중이다. 2019년 두브로브니크 정상 회담에선 이러한 중국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다. 중국은 이번 회담의 주제를 ‘개방과 혁신 그리고 동반자 구축’으로 설정하였다. 여기엔 ‘C-CEEC’회원국 간 상호 개방과 혁신을 기초로 경제 성장 동반자 구축을 이루어내겠다는 중국의 목표가 자리한다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처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 각주
1)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 1974- , 재임 2015. 09- 2019. 07)  그리스 총리는 2019년 4월 초 ‘C-CEEC’ 회원국인 북마케도니아 조란 자에프(Zoran Zaev, 1974- , 재임 2017. 5 - )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리스의 ‘C-CEEC’ 정상 회담 참여를 통해 발칸에서 양 국간 역할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고,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은 양국의 평화와 공동 발전을 도모하려는 우리의 의지와도 일치한다”며 이미 ‘C-CEEC에 대한 강한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 또한 ‘일대일로 구상’의 중요 출발 축인 그리스의 참여를 희망하여 왔고, 이에 대한 경제적 대가 제공을 분명히 해왔다. 2016년 8월 중국은 자국의 COSCO(China Ocean Shipping (Group) Company)를 통해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 기착점으로 아테네 인근 유럽 최대 여객항인 피레우스(Piraeus) 항의 소유권(67% 매입)을 확보한 상황이며 공동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2) EU는 정상 회담 이전부터 중국이 EU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불평등한 조건들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회담을 파기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EU와의 회담에서 화훼이 분쟁에서 비롯된 유럽 기업 첨단 기술들의 중국 무단 이전과 정보 유출 금지 약속, 유럽 기업들의 중국시장 접근 확대 노력 그리고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WTO 규정 범위 내에서 준수하고 이를 1년 이내로 실행할 것 등을 약속함으로써 2016년 이래 3년 만에 가까스로 양자 간 포괄적 전략 파트너쉽을 담은 공동 성명이 발표될 수 있었다.
3) Vijesti. 13. January. 2018. “TKO SU KINEZI KOJI BI TREBALI SAGRADITI PELJEŠKI MOST S moćnim državnim konglomeratom dvije hrvatske tvrtke već su ugovorile suradnju.”
https://www.jutarnji.hr/vijesti/hrvatska/tko-su-kinezi-koji-bi-trebali-sagraditi-peljeski-most-s-mocnim-drzavnim-konglomeratom-dvije-hrvatske-tvrtke-vec-su-ugovorile-suradnju/6927531/ (검색일: 2019.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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