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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 '일대일로'의 주요 무대, 발칸 국가들을 향한 품페이오의 경고: 그 배경과 의미

세르비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9/10/31

중국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 확대, 미국의 경고 2019년 10월 4일, 이탈리아 로마에 이어 북마케도니아(North Macedonia/ Severna Makedonija)로 날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대일로 구상(BRI: Belt and Road Initiative/ 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Jedan pojas, jedan put)’의 주요 무대가 되어가는 서부 발칸 국가들은 물론 중국의 참여 요구에 흔들리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 일련의 경고장을 전달하였다.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마케도니아 방문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미국 당국자 방문으로 발칸의 주변 국가들 또한 그의 방문 배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북마케도니아의 유명 관광 도시인 오흐리드(Ohrid)에서 가진 북마케도니아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 우선 그리스와의 국명 문제를 해결한 북마케도니아가 2019년 안에 NATO의 30번째 회원국이 되길 희망한다는 언급과 함께 올해 안에 미국 상원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을 전달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북마케도니아 조라 자에프 총리와의 회담 직후 폼페이오는 북마케도니아가 러시아와 중국의 간섭을 잘 이겨내고 미국, EU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더 노력해 줄 것 또한 주문하였다. 그는 “북마케도니아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유포되는 러시아의 봇과 트롤(bots and troll, 온라인 가짜계정과 출처 불명 유언비어)에 저항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언급을 통해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 진행을 방해하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경계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북마케도니아에게) 전달하고픈 내용의 핵심은 핵심기술 및 국가의 전략 자산을 탈취하려는 중국투자를 경계할 것과 여러 지역에서 인프라 사업 확보를 위해 비밀스럽게 진행 중인 중국의 뇌물전략(bribe-heavy strategy)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주려는 것이다.”는 말로 이번 방문의 숨겨진 배경을 드러냈다. 폼페이오의 이 언급은 현재 통상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무역 전쟁 중인 중국이 발칸 유럽을 기점으로 유럽 전체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데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더불어, 중국의 ‘새로운 실크로드(New Silk Road)’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구상’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부 발칸 국가들에 대해서도 참여 자제를 요구하는 경고장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유럽 순방 동안 이탈리아, 그리스 외에도 서부 발칸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몬테네그로와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하였다. 이들 국가는 중국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 진출을 위한 전략적 핵심 국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방문하는 국가마다 그는 유럽 전역을 향한 중국발 ‘일대일로 구상’ 확대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경고를 분명히 하였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2일 가진 로마 기자회견에서 선진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가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였다. 더불어 중국이 무역·투자 등에서 약탈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이탈리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강조하였다. 북마케도니아에 이어 10월 5일 방문한 그리스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위와 비슷한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리스의 경우 아테네 피레우스(Piraeus) 항구는 2016년 8월 중국 국영회사인 원양운수그룹(COSCO: China Ocean Shipping (Group) Company)에게 35년간 그 사용권이 넘어가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미 유럽을 향한 중국  ‘일대일로 구상’의 첫 번째 전략적 출발지가 된 상황이다.

 

미국의 시각 변화와 중국의 전략
미국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서부 발칸지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로 편입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그 결과 몬테네그로는 러시아의 강력한 경고와 정부 전복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 아래 2017년 NATO에 가입했다. 이번 방문은 2017년 이래 현지를 방문한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로 그는 이번 방문에서 미국이 3,600만 달러(약 430억 9,200만 원)에 달하는 경전술 차량을 몬테네그로에게 판매하기로 했으며 현재 승인 절차를 위한 최종 단계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NATO 가입을 앞둔 북마케도니아 또한 1999년 코소보 전쟁 이래 발칸 반도에서 미군 주둔 기지 설치와 함께 강력한 친미 국가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러시아의 발칸 진출을 억제하는 중요 전략 요충지로 활용 중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문의 배경 설명에 대해 공식적으론 얼마 전 NATO에 가입한 몬테네그로 그리고 NATO 가입 승인을 받은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해 이들 국가와 NATO 간 역할에 관해 협의하고자 두 나라를 찾았다고 설명하였다.

 

실질적으로 그 동안 서부 발칸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이들 지역 국가들의 EU 가입과 NATO 회원국 가입을 통해 오랫동안 이어진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중국은 유럽에서의 ‘일대일로 구상’ 완성과 함께 ‘중국-중·동부 유럽 경제포럼(C-CEEC(China-Central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17+1, 2020년 그리스 참여)’의 성공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그 출발점에 서부 발칸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 4월 두브로브니크(Dubrovnik) ‘C-CEEC’ 정상회담과 전후의 성과들은 중국에게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회담 개최를 계기로 추진된 크로아티아 ‘폘레샤쯔(Pelješac)  다리’ 건설에 ‘중국 도로 및 교량 공사(CRBC: China Road and Bridge Corporation)’ 참여가 최종 결정되었고, 이것은 EU 국가에 대한 최초의 인프라 사업 선정이자 EU 기금(85%)이 투입된 최초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중국이 참여하는 성과를 의미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EU의 까다로운 규칙과 기준 통과라는 대외적 인정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리스의 ‘C-CEEC’ 참여가 확정되는 등 EU 국가들로의 ‘일대일로 구상’ 확대 지속의 결실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에서의 여러 인프라 건설 참여와 프로젝트 진행성과 또한 서부 발칸에 대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확대 의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서부 발칸에 대한 중국의 파상적인 공격 투자와 영향력 확대 시도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서부 발칸 국가 방문에 대해 국제 사회가 NATO 신규 회원국들과의 관계 강화 목적이라는 미국의 대외적 설명과 다른 해석을 내리는 이유라 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서부 발칸 방문의 실질적인 배경에 대해 미국의 전략적 대응이 과거 러시아에서 중국을 향한 견제로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흔들리는 몬테네그로와 북마케도니아에 대해 일련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다른 서부 발칸 국가들에 대해서도 중국 ‘일대일로 구상’ 참여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 분석할 수 있다.

 

서부 발칸에서의 ‘일대일로’ 현황과 우리의 대응
중국이 서부 발칸에서 진행하는 ‘일대일로 구상’의 대표 사업은 바로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간 고속철도화 사업’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기존 헝가리와 세르비아 간 철로를 개선해 고속철도화하는 사업으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켈레티(Keleti) 역에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Beograd)
중앙역까지로 계획되어 있다. 중국은 서부 발칸을 관통하는 대규모 철로 인프라 프로젝트인 이 사업에 대해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 구축을 향한 중요 요소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현재 발칸지역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의 철도와 도로, 항만 등을 상호 연결하는 수송망 연결 전략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실제 중국은 2014년 헝가리에서부터 세르비아와 북마케도니아를 거쳐 그리스로 이어지는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스코프예(Skopje)-테살로니키(Thessalonki)-아테네(Athens) 국제 철도 연결과 고속철도화 사업 추진을 피력하였다. 이후 2017년 11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C-CEEC’ 정상회담에서 이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현재 중국의 COSCO가 67%의 지분을 인수해 운영 중인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와 유럽 내륙 간 연결을 위한 시작점으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고속철도화 구간(약 350km)’은 그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며, 이 사업이 완성되면 기존 8시간 걸리던 양 구간은 최대시속 160km 속도로 3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구상에 대한 회의론도 점차 증대하는 게 사실이다. 그 중 첫째는 중국 ‘일대일로 구상’ 확대로 EU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 증대다. EU는 중국의 고속철도화 사업 계획이 2013년 10월, EU가 구상한 ‘유럽 통행과 교통 네트워크(TEN-T: 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s)’ 프로젝트와 일부 노선이 충돌하거나 사업 시장이 겹쳐 결과적으로 EU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둘째, EU 반대로 인한 사업 착공 지연은 공사비증대와 함께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은데 대한 반대 여론 증대이다. 이와 함께 공공조달의 경우 EU는 강력한 EU 규칙 준수를 요구하는 데, 그 결과 EU 회원국인 헝가리 구간(약 152km)의 경우 계속 지연되어 2021년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전체 예상 사업비인 3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2)   셋째, 중국 정부가 서부 발칸의 독특한 민족 감정과 문화 특성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들을 추진한 데 따른 대중 거부감 증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 CRBC가 참여해 2014년 12월 완공한 세르비아의 ‘푸핀(Pupin) 다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푸핀 다리’는 베오그라드의 다뉴브강에 2번째로 건설된 21.6km 다리로 세르비아 본토로부터 제문(Zemu)과 보로차(Boroča)등 보이보디나(Vojvodina) 주를 지나 헝가리 등 중부유럽과의 인적 교류와 물류 운송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급하게 제작된 준공식 기념비에 잘못된 세르비아 문법 표기 문장과 함께 전통적으로 장례식용의 사각형 검은 대리석 기념비가 제작됨으로써 비난 여론이 증대되었고, 준공식 직후 기념비가 폐기되는 상황까지 이어져야 했다. 넷째, 미국의 경고처럼 국가 능력을 벗어난 지나친 인프라 투자로 인한 국가 부채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중국의 정치적 예속에 대한 우려이다. 실제, 이런 우려는 서부 발칸의 몬테네그로에서 그대로 대두되는 중이다. IMF는 중국 CRBC로 참여로 2015년 5월 시작된 몬테네그로의 ‘바르(Bar)-볼랴레(Boljare) 고속도로(164km) 건설 사업’이 절반도 완성되기 전에 이미 몬테네그로의 년간 GDP 80%에 달하는 부채를 안겨주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에 있어 서부 발칸은 유럽 내 ‘일대일로 구상’의 중요한 출발점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서부 발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일대일로 구상’ 성공의 중요한 축이라 할 것이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곧 유럽 전체로의 중국 ‘일대일로 구상’ 확대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부 발칸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이제 EU 전체 관심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투자성이 낮다는 이유로 서부 발칸 등 발칸 유럽 지역에 대해 그 동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또한, 중국의 서부 발칸 공략 성공은 이후 제조업 중심으로 다져 놓은 중부유럽에서의 우리의 입지 또한 크게 흔들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우리의 관심 확대와 대응책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 할 것이다.


* 각주
1) 2018년 8월 그리스는 중국과 ‘일대일로 구상’ 참여 관련 MOU를 맺었는데 이를 통해 그리스는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가 아시아와 중부 유럽을 잇는 주요 허브로 성장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또한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고속철도 노선이 완성되면 이후 고속철도화 사업은 베이징-아테네 간 유럽 배후 무역 촉진 차원에서 피레우스 항까지 연결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OBOREurope. 4. September. 2018. “Greece officially joins the BRI.”
https://www.oboreurope.com/en/greece-bri/ (검색일: 2019. 09. 01).

2) 전체 사업비 중 중국이 85%를 대여하고(상환 기간 20년), 헝가리가 15%를 조달하기로 합의했지만, 사업비 증대에 따라 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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