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월간특집] 미중 양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밀월
CSF 2023-12-2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6년 만에 방미,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가
2023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4명의 세계 정상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진핑 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하기까지 미국과 중국 양국 관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부터의 미중 간 무역을 둘러싼 갈등은 기술, 국가안보, 지정학, 세계 질서 비전 등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등도 미중 관계에 깊은 타격을 입혔다.10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제3회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세계적인 관심 속에 개최되었다. 130여 개국을 대표하는 1,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케냐 등의 국가 정상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2022년 8월 중국 정부가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의 주요 소통 채널을 차단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이후의 관계 회복 시도 역시 지난 2월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로 무산되었다. 미국은 지난 여름 각료급 인사 4명을 베이징으로 파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을 모색해왔다.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다양한 반응
분위기 톺아보기
이번 회담에서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은 승자독식 대결에 얽매이지 않음을 보여주려 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구는 두 나라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라고 말을 건넸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해를 피할 필요가 있으며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P 뉴스는 두 정상이 공식 회담 외에도 참모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산책 시간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 중 하나는 군사 소통 채널 재개”라고 밝혔다. 그 외 시 주석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불법 펜타닐을 차단하는 데에 합의했고 이에 대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글로벌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이란을 압박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장 민감한 주제는 대만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해 ‘냉철한’ ‘격하지 않은’ 토론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와 어떠한 해결책이든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만의 지속적인 무장을 강조했으며, 중국의 침공이 있다면 직접 개입할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비즈니스 환경 호전 기대···냉전의 반복은 피해야”
CNBC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이 중국 내 미국 기업에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쪽으로)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제이크 콜빈(Jake Colvin) 전미 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미국 기업들은 이런 새로운 분위기가 경제 관계의 뉴노멀로 이어지길 바란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컨설팅 기업인 테네오(Teneo)의 가브리엘 윌다우(Gabriel Wildau) 이사는 11월 17일 메모에서 ”이번 회의는 완전한 디커플링은 유효하지 않으며, 민감하지 않은 산업에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계속 허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은 2024년 11월, 대만 총통선거는 오는 1월에 각각 치러질 예정이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은 내년 말까지 미중 관계에서 ‘관리되는 냉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고, ‘심각한 악화’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개선’의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린 어페어스는 두 지도자 모두 새로운 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으나, 현재 미중의 전략적 경쟁으로 인해 1991년 12월 소련 해체와 함께 끝난 냉전이 아닌 새로운 냉전의 초기 단계가 시작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동 매체는 신냉전이라는 유령을 불식시키고 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 양국 산업계·학계 인사들이 협력을 옥죄는 비합리적인 정책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세 번째, 양국 군과 국가수반은 위기 예방·관리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
포린 어페어스는 네 번째로, 양국은 국민의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청(FDA) 주도의 항암제 승인 가속화를 위한 국제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오르비스'에 중국의 참여를 허용 및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동 매체는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샌프란시스코 회담으로 양국이 안정적인 궤도를 따라 파국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으나, 한 번의 회담으로 갈등을 향한 장기적인 모멘텀을 멈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한 양국 국민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하여 신냉전을 막는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일본, 대만의 입장은?
한편 포천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회동 이후 거의 1년 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실질적으로 해결한 지정학적 문제는 없었으나, 이번 회담이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의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는 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국은 희망과 회의감 속에서 회담을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중국이 최대 무역상대국인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서 파생될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배출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APEC 정상회의 동안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시 주석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 집중했다. 이외에도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 섬과 수중 매장 광물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미중의 긴장 완화와 함께, 중국이 대만 문제에 평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 확인을 환영했다. 제프 류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해협 평화를 원하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다시 공개적으로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 우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대결 국면 지양해야”
중국 관영 CCTV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미 관계 흐름을 가늠하려면 다섯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다시 이행하느냐 여부다. 합의사항 내용에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 동맹 강화를 통한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미국 실무진의 중국 인식 변화다. 이에 대해 CCTV는 중국에 대해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며, 중미 관계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진정으로 이해하며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는 미국이 대만이라는 ‘카드 패’를 사용할 여지다. CCTV는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 문제로 간섭할 수 없다며, 미국이 과거 샌프란시스코에서 채택되었던 UN 헌장의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는 협력 범위의 다양화이며, 다섯 번째는 보다 커진 협력 요청의 목소리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의사소통을 재개하고 AI 관련 정부 간 대화, 마약 방지 실무그룹 설립, 군 지도자 전화통화 등을 전개하며 항공편, 교육 교류 등을 늘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동 매체는 중미 협력은 양국 국민의 공동이익에 들어맞으며, 미국이 경쟁적 사고 및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환상에 갇히지 말고, 다방면에서의 협력 촉진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공동으로 서로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확립하고, 호혜 협력을 도모하며, 분쟁을 통제하고, 강대국의 책임을 지며, 인문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오밍하오 상하이 푸단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긴장이 누그러진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은 관계 주도권을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라며, “이번 회담은 큰 변화로 여겨진다. 중국은 중-미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천지에 따르면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신뢰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믿지만” 지속해서 검증하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독재자”라고 덧붙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러한 발언은 극도로 잘못된 것이며 무책임한 정치 조작”이라고 대응했다.
디둥성 런민대학교 지역·국가 연구원(人民大学区域国别研究院) 원장은 본래 중미 관계에서는 경제와 무역이 '압창석(压舱石, 밸러스트 스톤: 선박의 안전 운행을 위한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까는 돌)' 역할을 했으나 양국 관계가 조정을 맞이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대결 국면이 과열된다면 양국 모두가 막대한 손실과 위험을 맞닥뜨릴 수 있음을 직시하고, 글로벌 만능 플레이어인 중국과 미국 양국이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다자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중미 관계 안정을 위한 새로운 ‘압창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미중 정상회담 후 남겨진 숙제···경제교류, 군 소통, 기후변화 대응
셰펑(谢锋) 주미 중국대사는 미중관계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 on United States–China Relations)가 12월 4일 주최한 공공 지식인 프로그램(Public Intellectuals Program)에서 중미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양국이 정상회담에서의 합의한 바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2월 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의 전화 통화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타계에 대해 애도하고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효과를 지속하고 중미 양국 관계 안정의 모멘텀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만을 제외하면) 양국 정상회담 이후의 주요 이슈는 경제교류, 군 소통, 기후변화 대응 등이 지목되는데 해당 이슈들에 대한 양국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미국, 내년 양국 상무장관 추가 회담 여부에 관심
미·중 상무장관이 2024년 추가 회담을 약속했다는 소식을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16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회담을 하고 양국 통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 이후 미 상무부는 2024년에 중국과 추가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장관 회담은 러몬도 총리의 8월 베이징 방문 이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5월 중국 시안에서 열릴 예정인 관광지도자 정상회의 재개를 통한 관계 증진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계획이다.
중국 “일방의 무역 제재는 분란만 키울 것”
중국 사회과학원 평화발전연구소 소장 랴오정룽(廖峥嵘)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스바오(环球时报)에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 흐름으로 인해 2017-2022년 동안 중국의 대미 무역 비중은 14.21%에서 12.04%로, 미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16.34%에서 13.08%로 위축되었다고 언급했다.
랴오 소장은 중국과 미국 양국의 경제 주기는 각각 고유한 법칙을 갖고 있고, 양국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은 대체로 내부적임에도, 일방이 제재 강화와 같은 비정상적인 조치를 시행한다면 분란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중미 정상회담 이후로 양국이 경제무역 측면에서 건전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양국 관계 전반이 개선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미국 “중국과의 소통 강화 움직임, 실천 여부 따져야”
미 해군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군과 의사소통이 개선될 전망에 “기대감”을 갖게 되지만 다음 단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부산을 방문 중인 리사 프랜체티 미국 해군 참모총장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와 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방된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동맹국 및 파트너 네트워크의 더욱 긴밀한 통합, 계획 및 훈련을 통해 “전 세계의 잠재적인 적들을 계속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양국 정상의 합의점 이행할 것”
한편 중국 국방부는 11월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양국 정상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평화공존·호혜 협력 등의 원칙에 따라 양국 군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우첸(吴谦)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미 정상이 정치·외교, 글로벌 거버넌스, 군사·안보 등 분야와 관련해 20개 이상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 군 고위급 소통, 양국 국방 부처 실무회담을 재개하고 양국 해상군사안보협상회의, 양국 전투 구역 지도자 통화를 시행하기 위해 양측이 소통 중이고 적절한 시기에 관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미국 “ 데탕트 국면에도 양국 환경문제 합의 더딘 진전”
이번 회담에서도 미중 양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양국이 석탄 사용 중단과 개발 도상국 기후원조 제공과 관련된 문제에서 견해차를 보인다고 밝혔다.
양국이 1년 만에 다시 대화하여 기후 문제에 대한 기술 협력을 일부 재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캘리포니아 회담 후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긍정적인 논의와 기후 정상회담을 위한 ‘공통된 접근법’을 ‘환영’하며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기후 싱크탱크 E3G의 앨든 메이어(Alden Meyer) 선임연구원은 두 초강대국의 데탕트가 ‘분위기 있는 음악’을 연주하지만, 여전히 세계 2대 탄소 배출국인 미중 양국이 요구되는 감축 규모와 속도를 위해 전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논평했다.
중국 “기후변화 대응, 존중과 대화가 관건 ”
중궈르바오왕(中国日报网)은 전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 에릭 솔하임(Erik Solheim)의 입을 빌려 중미 양국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앞서 공개한 ‘기후 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바탕으로 환경 분야에서 함께 국제적 통솔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솔하임 전 총장은 중국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태양광, 풍력, 수력, 동력 배터리 등)점유율이 60~80%라는 사실과 BYD, CATL과 같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면 기후 대응과 관련한 경쟁 역시 가중될 수 있겠으나, 경쟁이 협력과 대화 속에서 균형 있게 진행된다면 중미 간 경쟁이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의 발전과 보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분쟁 발생 시 경쟁은 WTO를 비롯한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완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나, 양자 간 차이가 협력의 여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중국과 미국 양국이 상호 존중의 원칙에서 환경 보호,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근원 보여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함명식, 중국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부교수
지난 11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태지역경제협력체(APEC) 총회 기간 중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과 달리 두 정상의 회동은 공동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이런 결과는 약 3개월 앞서 한·미·일 정상이 미국 메릴랜드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한 회담 성과와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 관한 문건을 채택하며 인도태평양 역내와 역외에서 협력에 관한 비전을 구체화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국가다. 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저지선을 뚫고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패권 경쟁의 한 축이다. 갈등의 불씨가 커지는 국제정치의 민감성이 반영된 상황에서 공동의 목표를 지닌 협력국과 경쟁국 사이의 회담 결과에 차이가 나는 점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 해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결과를 위해 두 정상이 만난 연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역설적으로 불완전한 듯한 정상회담 결과가 패권 당사국 최고 책임자인 두 정상의 이해관계 추구에 미치는 영향에서 찾아져야 한다.
전면전의 확산과 군사 채널 복원
현재 두 정상의 관심사는 재집권과 권력 강화이며 이를 방해하는 최대 위협은 불안정해지는 국제정세와 활성화돼야 할 경제 침체에서 기인한다. 이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 유지를 꿈꾸는 바이든 대통령과 성공적인 중국몽 추구를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시주석이 공유하고 있는 ‘핵심 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상회담의 ‘유이한’ 합의사항인 군사 채널 복원과 펜타닐 ‘글로벌 공급망’ 통제 합의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군사 채널 복구는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국제정세에서 두 나라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는 기제의 필요성이 커짐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탈냉전 시기의 특징인 미국 주도의 평화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 진행될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한다면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증폭될 것이고 이로 인한 미·중 양국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정치 측면에서 대선을 목전에 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3의 전쟁 발발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계속 실추하고 이로 인해 미국에 맞선 도전이 확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주석과 중국 공산당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면서 대만의 탈중국 의지를 억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급격히 변동하는 국제정세에서 우발적 충돌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미·중 양국의 고민이 군사 채널 복원이라는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글로벌 펜타닐 공급망 통제가 핵심 의제가 된 이유
또 다른 합의 사안은 미국에서 급격히 퍼지는 마약 원료인 펜타닐 공급망을 중국이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상회담 개최 약 20여 일 후 중국 국가마약퇴치위원회 주임인 왕샤오훙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전국마약퇴치회의를 개최해 펜타닐 등 신종 마약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통제가 군사 관계 회복에 버금가는 의제로 다뤄진 배경에는 두 정상이 마약 통제에 대한 합의를 무역분쟁의 ‘현상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미국자동차노조 총파업 기간에 노조 행사장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정책을 비판하면서까지 중국 때리기에 몰두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여야 지도자가 러스트 밸트에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쇠퇴 산업 노동자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은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의 동학을 분석하기 위한 핵심 퍼즐이다.
집권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손꼽을만한 특별한 치적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사회는 더욱 양분화됐고 침체에 빠진 경제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양자 무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적자는 최대폭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상품 수입에 맞선 보호 장벽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무역은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22년 미국의 대중 무역은 총 7,580억 달러를 상회했는데 이중 수출이 약 1,955억 달러, 수입은 약 5,629억 달러로 약 3,674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해 미국의 중국 직접투자(FDI)는 1,26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 증가한 것에 비해 중국의 미국 직접투자는 2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 좀비처럼 퍼지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인 중국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마약 통제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와 달리,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당장 중국에 대한 관세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시주석의 입장에서 펜타닐 통제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카드를 맞교환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니었다. 또한 글로벌 마약 유통의 원료를 차단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책임감 있는 국가 이미지를 창출하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즉, 펜타닐 합의를 통해 미국 유권자에게 중국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여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장악하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추가적인 무역 제재를 막아냄으로써 경제에 가해지는 더 이상의 하중을 차단하려는 시주석의 의도가 맞물려 펜타닐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
국제정치경제에서 승자와 패자의 동학
아시아에서 대양으로 진출하려는 대륙 국가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해양 세력 미국이 갈등을 빚는 지정학의 복귀가 잠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군사 합의를 추동했다는 점은 명료하게 이해된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함께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에 더욱 거세지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정교한 논리와 분석 틀을 요구한다. 즉,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무역 질서에서 이탈하며 중국 수출품을 제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묘사를 넘어 왜 무역분쟁이 이념, 가치, 정책에서 차별성을 지닌 두 정당 모두에서 초월적인 위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이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무역 구조가 각 국가의 이익집단 중 승자와 패자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과 상실된 이익을 되찾기 위한 패자군의 집단적 투쟁이 국내 정치제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도입돼야 한다. 이는 국제정치경제에 접근하는 시각 중, 글로벌 교환구조의 패자군이 빼앗긴 이익을 되찾기 위해 자국의 무역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기 위한 정치 행위를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반면, 글로벌 교환구조의 승자군은 자신에게 이익을 창출하는 기존 정책과 제도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에 능동적으로 관여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무역 결과 미국 러스트 벨트에 집중된 철강, 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에서 대규모 패자군이 양산됐고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패자에서 승자로 바꿔줄 정치인을 지지한다. 반면 중국은 경제 개혁 이후 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승자군이 배출됐고 이들은 승자의 지위를 유지해줄 정책을 지속하는 정치인을 지지한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무역분쟁에서 물러설 여지를 없게 만드는 것은 각국 정치 체제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미국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권력을 창출한다. 이는 대선에 출마한 각 당의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투표수를 확보하기 위해 패자군으로 전락한 다수 유권자의 정서를 자극하는 공약을 추진하게 만든다. 이와 달리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개혁 이후 도시에서 성장한 대규모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권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는데 이로 인해 공산당 지도부는 미국의 관세장벽에 필사적으로 맞선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각 정치 체제가 수립한 제도의 틀 안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은 각각의 체제 특성에서 유발된 청중 비용(audience cost)의 압력에 부딪힌다. 이는 양국 지도자 모두 권력 장악과 유지를 위해 기존 무역정책을 변경하기 어려움을 뜻한다. 예를 들어, 무역분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back down) 것은 패자군의 반발을 불러 선거에서의 패배를, 시주석이 후퇴하는 것은 3연임을 가능케 한 정당성을 약화하며 그의 장기집권을 위협한다.
미국 대선 승패를 결정할 러스트 벨트
지난 두 번의 미국 대선에서 승패를 결정한 핵심 지역은 쇠락한 공업지구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9개 주 중 특히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306개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32개의 선거인단을 획득한 힐러리 후보에 승리했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306개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32개의 선거인단 획득에 그친 트럼프 후보에 승리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는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주에서 46석의 선거인단을,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위 세 주에서 동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나머지 주의 투표 성향이 비교적 일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세 주의 투표 결과가 지난 두 번의 대선뿐만 아니라 올해 대선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스트 벨트에서 승리하기 위해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양당 후보가 블루칼라의 목소리를 대변해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을 예고한다.
중국몽과 시주석 연임의 정당성
집권 이후 시주석은 애국심 고취와 민족주의 강화를 집권의 주요 기반으로 활용했으며 이를 실행하는 정책으로 중국몽과 중화민족 부흥을 내세웠다. 중국몽과 중화민족 부흥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기반은 개혁 이후 연안 지역과 대도시에 등장한 대규모 중산층과 노동 계층이었다. 이들은 미국과의 무역이 선사한 과실을 즐기는 승자군으로 공산당의 지지 기반인 동시에 미국과의 교역을 지속하도록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는 정치 집단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과 승자군의 이익이 수레를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처럼 체제 유지의 핵심 동력으로 기동한 지 오래다. 이는 시주석이 계속해서 미국의 무역 보복 강도를 낮추거나 최소한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상대방을 제압해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미·중 정상의 샌프란시스코 만남이 바구니 가득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CSF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관련 기사>
[뉴스브리핑] 미중 정상회담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
[뉴스브리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은 중국의 합리적 관심사 존중해야”
[뉴스브리핑] 미중 정상회담 15일 열려...시진핑 中 주석 “중국의 발전을 외부 세력이 막을 수 없어”
[뉴스브리핑] 中 외교부, 중미 샌프란시스코 회담에 대해 브리핑
[뉴스브리핑] 미중 APEC에서 정치·군사·문화 등 공감대 도출...펜타닐 퇴치에도 협력하기로
[이슈트렌드] APEC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 열려...내년 미 대선 앞두고 관계 안정에 주력할 듯
[차이나인사이트] 이번 군축 협의는 핵군축 협상이 아니야
<중국 ·중화권 매체 사이트>
롄허자오바오(联合早报)「王毅:四小时会谈全面深入 将成中美关系史里程碑」, 2023.11.16.
https://www.zaobao.com.sg/realtime/china/story20231116-1450331
CCTV(央视网)「中美元首会晤需要关注的5个信号」, 2023.11.16.
https://news.cctv.com/2023/11/16/ARTIKFpM4XFUJRk1rbDZb1p2231116.shtml
관차저왕(观察者网)「翟东升:中美关系的旧压舱石需要调整,还要加两块新压舱石」, 2023.12.07.
https://www.guancha.cn/DiDongSheng/2023_12_07_718185.shtml
제몐신원(界面新闻)「王毅同美国国务卿布林肯通电话」, 2023.12.06.
https://www.jiemian.com/article/10499607.html
신화왕(新华网)「中国驻美大使:中美应不折不扣落实旧金山会晤共识」, 2023.12.07.
http://www.news.cn/2023-12/07/c_1130013297.htm
환추스바오(环球时报)「廖峥嵘:期待经贸为中美关系改善创造基础」, 2023.11.28.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FXBW3RJM8w
중궈신원왕(中国新闻网)「国防部:中美两国防务部门沟通落实两国元首共识」, 2023.11.30.
https://www.chinanews.com.cn/gn/shipin/cns-d/2023/11-30/news976662.shtml
중궈르바오왕(中国日报网) 「索尔海姆:中美开创气候合作新纪元,尊重和对话是关键, 2023.12.05.
https://cn.chinadaily.com.cn/a/202312/05/WS656e7d9aa310d5acd8771986.html
<해외 매체 사이트>
CNN「Six years on from cake at Mar-a-Lago, China’s Xi returns to a much warier US」, 2023.11.12.
https://edition.cnn.com/2023/11/13/asia/china-us-xi-visit-history-intl-hnk/index.html
AP News,「Pandas, fentanyl and Taiwan — takeaways from Biden’s long-awaited meeting with Xi」, 2023.11.16.
https://apnews.com/article/joe-biden-xi-jinping-takeaways-c8384d40661a32aa276ec8ca97f35003
CNBC「Biden and Xi’s meeting sent an important signal for U.S. business in China」, 2023.11.21.
https://www.cnbc.com/2023/11/22/biden-and-xis-meeting-sent-an-important-signal-for-us-business-in-china.html
포천(Fortune)「Planet Earth is big enough for the 2 countries to succeed’: Xi and Biden shake hands, talk for 4 hours and strike a hopeful tone」, 2023.11.17.
https://fortune.com/2023/11/16/xi-jinping-joe-biden-shake-hands-conciliatory-planet-earth-big-enough/
프랑스24(France 24)「US, China commerce ministers pledge to further talks in 2024」, 2023.11.17.
https://www.france24.com/en/live-news/20231117-us-china-commerce-ministers-pledge-to-further-talks-in-2024
로이터(Reuters)「US Navy 'excited' by prospect of better communication with China, but says more work needed」, 2023.11.24.
https://www.reuters.com/world/us-navy-excited-by-prospect-better-communication-with-china-says-more-work-2023-11-24/
폴리티코(Politico)「They’re talking, but a climate divide between Beijing and Washington remains」, 2023.11.20.
https://www.politico.eu/article/cop28-climate-divide-beijing-china-us-washington-john-kerry-xie-zhenhua-joe-biden-xi-jinping/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America and China Are Not Yet in a Cold War」, 2023.11.23.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america-and-china-are-not-yet-cold-war
이전글 | [1월 월간특집] 중국 유니콘 기업 현황 | 2024-01-31 |
---|---|---|
다음글 | [12월 월간특집] 중국 가전업계 유일의 ‘5G 완전 연결 공장’ 선정 기업, TCL 실업(TCL实业) | 2023-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