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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플레이는 한일령(限日令)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함명식 소속/직책 : 지린외국어대 지역국별연구원 및 국제상학원 / 부교수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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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의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우연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발언은 대만 해협에서 발생하는 무력 충돌이 일본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 요소이므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정지하는 작업이 일본 안보와 군사 전략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유사’ 발언과 중국의 도를 넘는 대응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태전략의 중요 행위자임을 자임한 상황에서 중국의 대응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 한국 윤석렬 전임 대통령의 양안 문제 관련 발언에 도를 넘는 거친 언사로 반응한 적이 있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철저히 위계적, 계획적, 통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카이치 총리의 목을 벨 수 있다는 오사카 주재 쉐젠(薛劍) 총영사의 극단적인 발언은 이번 설화에 맞대응하는 중국 정부와 외교가의 강경한 분위기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 일본은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과 중국 내 일본 영화 상영을 금지하며 한일령 행사에 나섰다. 중국의 한일령은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限韓令)을 겪은 한국인에게는 무척 낯익은 풍경이다. 또한, 일본 여행 금지 지침이 발표되자 자기 손해를 무릅쓰고 이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중국 여행사와 관광객의 태도는 중국 정치체제와 사회의 경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마닐라와 남중국해 필리핀 연안의 스카보로 모래섬(Scarborough Shoal)을 둘러싼 영토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필리핀 여행 금지와 필리핀산 바나나, 망고 등의 수입 통관 절차를 지연하는 방법을 통해 필리핀 경제를 압박했다. 이에 더해 당해 여름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고 비행기 표를 구매한 중국 관광객의 일정을 취소케 해 필리핀 항공사가 항공유류 원금이라도 확보할 목적으로 엄청난 덤핑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과연 영화상영 금지와 관광객 철수 정도의 압박이 일본 신임 총리의 사과나 유감 발언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반일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개인 취향의 우위
2012년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정치, 역사, 사회, 교육의 모든 부분에서 대대적인 중화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더해 한일령까지 더해진 중국에서 필자의 관심을 끄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다수의 행위는 아닐지라도, 하나의 문화 트랜드로 자리 잡은 코스플레이의 지속 여부다. 코스플레이는 일본 만화, 게임, 영화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복장을 착용한 젊은 세대가 사진을 찍고 거리를 누비거나 파티를 여는 행사로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북미,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하나의 문화 트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1)
해마다 지구촌 각지에서 진행되는 최종 예선전에서 선발된 인원이 일본에서 개최되는 본선에 참여해 경연을 벌일 정도로 젊은 층에서 폭넓은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많은 도시에 코스플레이와 관련된 지부가 결성돼 있고 이들이 중심이 돼 정기적인 모임과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2) 정기적인 코스플레이 모임이 개최되는 쇼핑센터에는 코스플레이 관련 상업 시설이 존재하고 건물 내외부에 코스플레이 관련 벽화, 실내 장식 등이 설치돼 있다.3)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행위를 뇌리에 새기고 있는 젊은이들이 단체로 일본 만화, 게임, 영화 주인공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장신구를 뒤집어쓰고 거리, 쇼핑센터, 전철, 식당 등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행위는 적잖이 낯설어 보이는 현상이다. 코스플레이 참여자의 연령대는 고등학생부터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으며, 행사 장소도 동북부, 중부, 남부를 포함해 중국 전역을 포괄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지역은 역사적 특성상 다른 지역보다 반일 감정이 더 우세한 곳이다. 일본의 중국 침략이 시작된 1931년 만주사변이 랴오닝성 선양에서 발생했으며 그 결과 일본의 꼭두각시 정부인 만주국이 지린성 창춘에 설립됐다. 만주국 설립 이후 일본은 중국 침략을 본격화해 베이징, 난징을 거쳐 동남아까지 ‘대동아공영권’을 확장한 후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해군기지를 기습 공격하며 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동북지역 각 성의 성도인 장춘, 선양, 하얼빈을 포함한 다수 도시에서 코스플레이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관련 행사를 금지하는 핼로윈(万圣节)데이에도 중국 전역에서 고유한 코스플레이 복장을 착용한 채 모임을 추진한다는 참가자들의 소식이 바이두에 게시되었다. 코스플레이와 관련된 이와 같은 적극적인 의사 표출은 강력한 반일민족주의 정서에 구애받지 않는 코스플레이 팬덤이 청년 세대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신종문화 유입에 대한 중국 사회의 반응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잔재가 발산하는 부정적인 기억에도 불구하고 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대체로 포용적이다. 학자들은 코스플레이를 청소년의 여가 활동이나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입시나 불안정한 미래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청년층이 코스플레이 놀이를 즐긴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코스플레이 활동이 관련 업계의 비즈니스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4) 이런 해석은 민족주의의 편협함에서 발로할 수 있는 일본 문화 확산에 대한 맹목적 거부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중국 학계의 유연성과 수용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문화의 일부로서 코스플레이 수용에 대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는 코스플레이를 즐기는 청년들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코스플레이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장춘의 한 고등학생은 개인적인 취향 차원에서 참여하는 코스플레이 행사와 일본이 자행한 제국주의 침략을 기억하는 일은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한다.5) 즉, 일본 만화와 게임은 개인 취미와 문화생활의 일부이지만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은 잊어서도 안 되고 단죄되어야 할 역사적 범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 내면을 들여 보면 정치와 문화의 분리를 주장하며 코스플레이를 하나의 집단적 놀이로만 간주해달라는 젊은이들의 행태를 향한 곱지 않은 눈길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쓰촨성 청두 중심가에 자리 잡은 대형 쇼핑센터 주변에 길게 늘어선 수백 명의 코스플레이 행렬을 바라보는 한 상인과 진행한 인터뷰가 이를 잘 반영한다. 이 상인은 우선 젊은이들이 실생활에서 착용할 수 없는 상상의 의류와 머리 스타일로 단장하고 돌아다니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더욱이 누가 봐도 일본풍이 확연한 복장에 매료된 젊은이들의 사고방식도 너무 안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주위에서 끼어든 다른 상인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상인은 코스플레이 행사를 위해 정기적으로 쇼핑센터에 모인 젊은이들이 장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들이 젊은 시절에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인터뷰에 응한 상인들은 코스플레이 행사 참가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수익은 환영하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공통된 시선을 지니고 있었다.6)
코스플레이 확산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방해한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王念祖과 동료 학자들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만화나 게임 캐릭터를 추종하는 자세는 중국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국가 가치관을 체현하는 것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을 허용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학습하도록 지도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일깨운다.7)
코스플레이 문화 수용의 지속가능성
일본 하위문화의 한 부류로 시작한 코스플레이는 이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매료하는 하나의 글로벌 문화로 거듭났다. 반일 감정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중국에서도 코스플레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차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중국 정치체제의 속성, 사회 깊이 뿌리 내린 반일 감정,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뒤늦은 수용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코스플레이의 전국적인 확산은 젊은 세대 일부에게서만 향유되는 하위문화로만 취급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중일 갈등의 파고가 이전과 다른 단계로 접어든 현 국제정치 국면을 고려할 때 과연 코스플레이의 성장은 지속 가능할까? 주변 문화를 한족 고유의 문화로 동화시키는 저력을 지닌 중국에서 생존하기 위해 코스플레이는 어떤 형태의 진화과정을 거칠까? 확고한 반일민족주의의 견고한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 MZ 세대의 전략은 무엇일까?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국가 중심주의의 충돌이 불가결한 상황에서 코스플레이를 보는 중국인의 시각은 계속 허용적이고 포용적일 수 있을까? 정보와 문화의 교류가 일상화된 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 충돌이 중국 사회에 미칠 영향에 각별한 관심이 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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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김태연. 2018. 「일본문화에서 세계문화로 진화하는 코스프레-세계 코스프레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일본문화학보』 77집. 61-80쪽: Osmud Rahman, Liu Wing-Sun & Brittany Hei-man Cheung 2012. “‘Cosplay’: Imaginative Self and Performing Identity”, Fashion Theory Vol. 16, No. 3, pp. 317-341.
2) 张蓝姗. 2014. 「新媒体语境下的青年趣缘类自组织研究-以中国Coser青年组织的形成机制为例」. 『中国青年研究』 3期. 26-30쪽.
3) 중국 코스플레이는 1998년 개최된 국내만화경연대회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당시 등장한 일본 만화 캐릭터가 만화 게임 시장에서 관심을 받자 코스플레이의 상업적인 활용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刘胜枝. 2006년 「冲突与共融-cosplay活动的文化性与商业性探析」, 『中国青年研究』 3期. 17쪽.
4) 刘胜枝. 「冲突与共融-cosplay活动的文化性与商业性探析」.
5) 2025년. 9월 27일. 중국 지린성 장춘시 지린대학 부근 쇼핑거리(國泰Riomall)에서 개최된 코스플레이 행사에 참가한 고등학생과의 인터뷰. 인터뷰 참가자가 자신의 신원을 익명으로 처리하기를 부탁해 실명 처리하지 않았다.
6) 2025년 5월 16일. 쓰촨성 청두시 대형 쇼핑센터(天府紅購物中心) 앞에서 코스플레이 행사를 지켜보는 상인 K, J, H와의 인터뷰.
7) 王念祖, 李常庆, 陈婷. 2018. 「限播令后日本动漫在中国的传播与衍生的动漫亚文化影响研究」. 『中國海洋大學學報』 2期, 95-97쪽.
[참고문헌]
김태연. 2018. 「일본문화에서 세계문화로 진화하는 코스프레-세계 코스프레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일본문화학보』 77집. 61-80쪽.
Osmud Rahman, Liu Wing-Sun & Brittany Hei-man Cheung 2012. “‘Cosplay’: Imaginative Self and Performing Identity”, Fashion Theory Vol. 16, No. 3, pp. 317-341.
刘胜枝. 2006. 「冲突与共融-cosplay活动的文化性与商业性探析」. 『中国青年研究』 3期. 16-19쪽.
王念祖, 李常庆, 陈婷. 2018. 「限播令后日本动漫在中国的传播与衍生的动漫亚文化影响研究」. 『中國海洋大學學報』 2期, 89-98쪽.
张蓝姗. 2014. 「新媒体语境下的青年趣缘类自组织研究-以中国Coser青年组织的形成机制为例」. 『中国青年研究』 3期. 26-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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